한 겨울의 딸기 (2009-11-14)

작성자  
   achor ( Hit: 1832 Vote: 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아내가 임신했을 땐
한 겨울의 자정이 넘긴 시간일 지라도
먹고 싶다는 건 뭐든 사왔다는
친구 남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다.

비닐하우스까지 찾아 가 사왔다던 딸기,
녹을까봐 아이스박스까지 공수하여 구해온 아이스크림,
기타 등등...

아내와 자식에 대한 그 정도의 사랑이라,
대단하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과 아비의 사랑은 모름지기 그 정도 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사랑,이란 말을 입에 담을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본다면,
문제는 또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내,
그 추운 겨울날 자정이 넘은 시각,
사랑스런 남편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과제를 굳이 부여해야만 했는가.
남편의 고생을 감내할 만큼 딸기를 먹고자 했던 자신의 욕망이 중차대 했는가.


나 또한 아내가 먹고 싶다는 것이라면
시공과 상관 없이 구해낼 강렬한 의지를 갖고는 있다만

그럼에도 사랑스런 남편의 희생을 발판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그런 아내라면
과연 희생할 가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겠다.

역시
신사와 평등, 양자택일의 문제 앞에 선다는 건
쉽지 않을 문제이리라.

- achor


본문 내용은 5,48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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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