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
나는 보수와 진보, 양자택일의 문제라면 후자의 위치에 보다 가까운 편이었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에 있어서도 후자에 가까워 왔었다.
특히 부나 학식과는 전혀 상관 없이 한 가정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었었다.
그러나 그러한 개념적 이론이 내 현실적인 행복에 맞닥들였을 때
나 역시도 내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다.
뭐 구체적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겠다.
언론에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는 것도 없는 듯 하니.
다만 순번제 형식의 의무적인 사옥방호근무,라는 것은
그간 겪어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일단 다들 나름 훌륭한 인재들을 검은 점퍼에 퍼런 마스크, 검정 장갑을 끼워
종일 근무를 면제시키고, 게다가 밤새 추운 날씨에 마냥 옥외에 서 있게끔 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처사인 데다가
사실 개개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로
같이 일 하는 동료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적인 형태의 덧을 씌운다는 건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처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영화 비트가 생각났었다.
민이 로미와의 집을 마련하기 위해 태수의 일을 잠시 도와주던 그 무렵.
착용했던 그 검은 점퍼에 퍼런 마스크, 검정 장갑.
결국
이념과 철학, 이상과 신념은
개인의 행복과 가족의 화목 앞에서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던 게던가.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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