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제목: 결혼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 2005. 10. 17. )
분류: 개인작성자: achor작성일: 2005-10-18 08:18:16조회수: 698추천: 10

1.
밤 늦게 술 한 잔 하자며 객기 녀석이 찾아왔다.
며칠 전 깜짝 결혼발표를 한 그가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겠구나 생각하며 사무실을 나선다.

이제 한 달 반 됐다는 그녀와 결혼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은 이미 들은 얘기지만
직접 만나 들어보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프로포즈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양가 상견례 뿐만 아니라
식장 예약 및 신혼집 마련까지 이미 끝나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정말이지 신속하며 주도면밀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2.
그의 이야기에서 신부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절로 느껴져 왔다.
하긴.
결혼을 하겠다면 그 정도는 돼야겠지 싶다.

그의 사랑을 깊이 느꼈기에 그의 사랑을 추호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입장으론 한 달 반의 시간은 너무 짧은 것만 같다.

한 달 반.
뜨거운 사랑을 하기엔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시간이지만
결혼을 하기엔... 내겐 아직 무리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사랑과 결혼이 다른 것만 같아
이 역시도 내 생각과 맞지는 않아 보인다.
나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를 반대하는 愛婚一致論者 아니던가.
첫 눈에 반해 사랑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첫 눈에 반해 결혼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싶기도 하다.

아. 모르겠다.



3.
언젠가 내 연인이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와 헤어진 후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였는데
사실 헤어지고 얼마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결혼을 한 건지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그 사람이 너무 빨리 결혼해 버린 건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의 입장은 나와 다를 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서운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아쉬운 느낌이었던 것 같다.
헤어진 이후 얼굴 볼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아주 가끔씩 연락이 닿는 정도가 고작이었기에
사실 무엇이 아쉬운 건지, 그 실체도 불분명하지만
그래도 나는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기본적으론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고 있었기에
잘 됐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형님도 연애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형님 혼전엔 우리와 공유하는 일상이 너무도 많았기에
일거수 일투족에 빠삭한 편이었는데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그리고 결혼으로 귀결되기까지의 시간은
역시 그리 길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물론 지금도 잘 살고 계시고.



4.
빠른 결혼을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너무도 사랑하는 게 그 이유일 수도 있겠고,
혹은 이런저런 상황이 강요할 수도 있겠다.

뭐든 상관 없지만
다만 내 결혼에 있어서 한 가지만큼은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껏 알아온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이와
단지 시간에 쫓겨 결혼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피하리라.
지금껏 알아온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첫 눈에 반해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다.

다만
역시, 좀 이상적인 것 같긴 하다.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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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qi 2005-10-18 12:59:53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더 결혼이 빠르고 정신없었다면 좋았을 뻔 했네. 어떤 면에서는 말야.

carina 2005-10-23 23:41:09
나도 궁금한게 있는데, 보통 빠른시일에 결혼하는 사람들은 그 배우자를 처음 봤을때 뭔가 느껴진다던데.. 첫눈에 반한다 이런거 말고..뭔가 구체적으로 느껴진다고들 하던데 ... 그게 뭘까, 진짜 많은 사람들이 그런걸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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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3/09/2010 08: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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