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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윤기
출연: 전도연, 하정우
장르: 로맨스
국가: 한국
제작/배급사: 스폰지, 영화사 봄,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수상정보: 2009년 제 4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대상 영화감독상(이윤기 감독)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 350만 원.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떼인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만에 그를 찾아나선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희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빌린 350만원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러 나선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병운이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아침, 초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희수는 경마장에 들어선다.
두리번두리번, 경마장을 헤매는 희수. 마침내 병운을 발견한다.
병운과 눈을 마주치자 마자 내뱉는 희수의 첫마디. “돈 갚아.”
희수는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애인도 없다.
직장도 없다. 통장도 바닥이다. 완전 노처녀 백조다.
불현듯 병운에게 빌려 준 350만 원이 생각났다. 그래서 결심한다. 꼭 그 돈을 받겠다고.
병운은 결혼을 했고, 두 달 만에 이혼했다.
이런 저런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고 빚까지 졌다.
이젠 전세금까지 빼서 여행가방을 들고 다니는 떠돌이 신세다.
한때 기수가 꿈이었던 병운은 경마장에서 돈을 받겠다고 찾아온 희수를 만나게 된다.
병운은 희수에게 꾼 돈을 갚기 위해 아는 여자들에게 급전을 부탁한다.
여자관계가 화려한 병운의 ‘돌려 막기’에 기가 막히는 희수지만
병운을 차에 태우고 돈을 받으러, 아니 돈을 꾸러 다니기 시작한다.
병운을 귀여워하는 성공한 50대 여성 사업가, 병운을 오빠라 부르는 고소득 호스테스,
병운에게 늘 고마워하는 애 딸린 이혼녀 등.
그의 여자들은 병운에게 성의껏 돈을 빌려주고
떼인 돈을 받기 위해 함께 찾아온 희수를 동정하거나, 조롱하거나, 비난하기까지 한다.
한때 밝고 자상한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병운을 좋아했던 희수지만,
대책 없는 그를 이제는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1년 전엔 애인 사이, 오늘은 채권자와 채무자…
길지 않은 겨울 하루, 해는 짧아지고 돈은 늘어간다.
다시 만난 그들에게 허락된 ‘불편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Hot Issue
‘노련한 배우의 카리스마’ vs. ‘젊은 배우의 패기와 열정’
전도연과 하정우의 연기 맞대결이 펼쳐진다!
<멋진 하루>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동갑내기 헤어진 연인들의 불편한 재회를 그리고 있는 만큼 두 배우의 연기 맞대결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정우에게 전도연은 하늘 같은 대선배였을 터.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촬영 초반 현장을 사로잡은 것은 노련한 배우 전도연의 카리스마였다. 하지만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하정우는 특유의 넉살과 유머로 곧 현장의 분위기를 사로잡았고, 어느새 현장에는 전도연과 하정우가 아닌 까칠한 노처녀 희수와 철없는 백수 병운의 팽팽한 긴장감만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특히나 완벽한 준비와 계산된 연기로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전도연과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동화되어가는 하정우의 각기 다른 연기 스타일은 서로에게 강한 자극제가 되어 더욱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나이차, 경력차를 뛰어 넘어 완벽한 동갑내기 커플로 분한 그들의 연기가 스크린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 <멋진 하루>를 기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진짜 사랑은 ‘이별 후 재회’에서 시작된다!
<멋진 하루>는 ‘만남, 연애, 이별 그리고 재회’라는 일반적 로맨스 영화의 구성 방식이 아닌 ‘헤어진 연인과의 1년 만의 재회’부터 시작된다. 헤어진 연인과의 만남은 분명 불편하고 긴장되는 일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거나 경험해 본 상황임에는 틀림 없다. 10년여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영화 <첨밀밀>, 여행 중에 낯선 이와의 달콤한 하룻밤을 담아낸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9년 뒤의 우연한 만남을 다룬 영화 <비포 선셋>,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본 동경 사이를 오가며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이별과 재회를 그려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최근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연애시대>까지. 이들의 뒤를 잇는 영화로 <멋진 하루>는 ‘헤어진 연인과의 두 번째 로맨스’라는 새로운 연애 화두를 던지면서 올 가을, 연애 이야기의 멋진 스타트를 끊게 될 것이다.
단 하루를 위한 40일의 여정, 그 속에서 새로운 서울의 모습을 발견하다!
<멋진 하루>는 초겨울 서울을 배경으로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를 위해 배우와 스텝들은 빡빡한 하루 일정과 계절의 변화에 맞서 싸우며 40여일 동안 58곳에 달하는 서울의 구석구석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렇게 만들어진 <멋진 하루> 속 서울의 모습은 너무나 새롭다. 종로의 뒷골목, 이태원의 언덕길, 해질녘의 육교와 비 오는 날의 건널목 등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아니지만, 희수와 병운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헤어진 연인과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해있기 때문이다. <멋진 하루>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지만, 그 속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연인과 걸어 봤음직한, 누구나 한번쯤은 연인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음직한 공간들이 서정적으로 담겨 있어 서울을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
<멋진 하루>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 Q&A
Q. 간단한 인사말
(이윤기 감독)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전도연) 깐깐한, 자존심이 굉장히 센 희수를 맡은 전도연입니다.
(하정우) 계획성 있게 잘 살고 있는 백수 병운을 맡은 하정우입니다.
Q. 이전 <밀양>의 캐릭터와 너무 다르다. 밋밋할 수도 있는 캐릭터이고 하루 동안 일어난 미묘한 심리를 하루 동안 조금씩 변해가는 감정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A. (전도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일년에 한편씩 영화를 찍고 있는데 <밀양>을 찍고 나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부담이 되어서 빨리 떨쳐 버리고 싶었다. 이때 이윤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셔서 고민 없이 빨리 결정하게 됐다. 로맨스, 사랑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멋진 하루>는 하루 동안 헤어진 남녀가 만나서 하루 동안 만나서 돈을 받으러 다닌다는 이야기로 굉장히 독특하고 다른 로맨스와는 차별화가 되어 있어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연결이나 많은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지만 촬영 기간 동안 이윤기 감독님과 하정우 씨와 즐겁게 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병운 캐릭터와 비슷한 하정우 씨와 가까이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변화되는 걸 느꼈다.
Q. 관객들은 ‘병운’의 능청스러움과 능글능글함을 <비스티 보이즈> 캐릭터와 오버랩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이 우려가 되지 않았는지, 이에 노력한 점은?
A. (하정우)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약간 능청스럽고 느물느물하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비스티 보이즈>는 달빛 아래 지하 세계에서의 느물함을 보여줘서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씁쓸함이 있다면 <멋진 하루> 병운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서 밝고 따뜻함을 많이 느끼실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Q. 전도연, 하정우 씨가 나이나 경력차가 나는데 동갑내기 커플의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어떻게 호흡을 맞췄는지?
A. (하정우) 그렇죠. 경력상이나 사회경험이나 인생경험 등에서 엄청난 선배이다. 처음 시작하고 준비를 하면서 전도연 씨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근데 너무 멋지게도 모든 것을 편하게 받아줬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병운이 되게끔 연인이 되게끔 그걸 잘 이끌어 줘서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서 정말 친구 같았고 너무 편안했다. 그게 너무나 놀라웠고 재미있었고 너무 좋았다.
(전도연) 친구로 나온다는 설정을 한번도 어렵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많이들 걱정하셨던 듯 하다. (웃음) 나와 하정우 씨의 나이와 경력을 다 아시기 때문에 그걸 감추기 위해 커버하기 위한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 하정우 씨 덕을 굉장히 많이 봤다. 나를 어려워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 같진 않다. 정말 같이 하면서 유연한 배우라고 느꼈다. 나를 굉장히 잘 받아주고 끌어내 줘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윤기 감독) 나이나 경력차 때문에 많이들 걱정하시는 듯 하지만 영화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Q.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만나 작업하는 게 어떠셨는지?
A. (이윤기 감독) 부담감도 있었고 그 만큼의 장점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다 나와 같은 입장이었을 거다. 하지만, 미리 어떤 것이 더 좋을지에 대한 계산을 하진 않고 배우들이 좋다고 생각하면 심플하게 넘어갔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정우) 부담이라고 하면 내가 제일 많았던 것 같다. 불과 3년 전에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모셨던 전도연 씨와 이제는 연인 사이가 됐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컸다. 하지만 감독님이나 전도연 씨가 차 마시러 나오는 느낌으로 와라 하는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마련해줬다.
Q. 갈수록 더 예뻐지고 더 어려지는데 그 비결이 먼지 궁금하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신인인 하정우 씨와 호흡을 맞췄었는데 이렇게 클지 예상했는지 3년 전과 지금과의 작업은 어떠했는지?
A. (전도연) 타고 났고요. 사실 화장발이에요. (웃음) [프라하의 연인] 때도 굉장히 좋은 배우였던 것 같다. 동생이어서 하정우 씨와 같이 작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한 건 이미 좋은 배우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자세나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고 모든 열정을 다 바쳤기 때문에 별로 빠르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것 같다.
Q. 만약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돈을 받으러 가야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지?
A. (하정우) 얼만큼 같이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 같다. 1년 이상 만났던 좋은
시간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받지 않을 거다. 1년 미만이면 받으러 가겠다. (웃음)
Q. 능청스럽게 돈을 빌리는 병운으로 나오는데 실제 성격도 그러한지?
A. (하정우) 비슷한 부분이 있다. 작품 선택 이유도 병운이란 캐릭터가 너무 이해됐고 재미있을 거 같았다. 영화 속 상황들이 많이 이해가 됐다. 나도 심각하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하지 않고 남의 입장을 생각하고 달래주려고 하는 거 같다. 그런 부분에서는 나와 비슷하다.
Q. 이번 작품에서 캐릭터들이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 연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과 이번 캐릭터의 매력은?
A. (전도연) 오히려 보여지고 감정을 드러내고 이런 것들은 보여지는 거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조용히 연기하는 마음도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여러 가지를 털어 내고 싶었기도 하고 굉장히 재미있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하정우) 어떤 작품이든 어려운 것 같다. 처음에 고민이 되었던 것은 상대배우와 어떻게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리액션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지였다. 전도연과의 호흡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인물에 접근하는 것이나 연기하는 것이 연기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없었을 정도로 편안하게 서로 주고 받았던 것이 너무 좋았다.
Q. 다음 영화를 어떤 걸 선택할지 굉장히 궁금했다. 멋진 하루 선택 이유는?
(전도연) 칸에서 상 받고 와서 사람들은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시나리오를 쌓아놓고 있는지 아는데 실은 아니었다. 밀양에 있을 때 원작을 받았는데 짧은 단편에서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이후 <밀양>을 끝나고 올라오자 마자 읽은 작품이 <멋진 하루>였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좋았고 밀양에서 빨리 털어내고 싶어서 결정하게 됐다.
Q. 멋진 하루 영화에 출연함에 있어서 전도연과 같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어땠는지?
A. (하정우) 3년 전 [프라하의 연인]을 찍고 있을 때 그때는 보디가드로 나와 분량의 80%가 운전하는 거였다. 하루는 차에서 전도연씨가 남자친구 문제로 굉장히 슬퍼하는 연기를 했고 우연히 전도연의 감정을 가까이에서 보게 됐다.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데 생뚱 맞게 내가 울컥하는 느낌을 받았다. 관객을 감동시키기 전에 주변 사람부터 감동시키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부터 내가 열심히 작품을 해서 성장을 하고 언젠가는 전도연 씨와 작업을 하고 싶다는 꿈, 목표가 생기고 이렇게 같이 연기를 하게 됐다. 일찍 만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고 너무나 기분 좋게 촬영했다.
Q. 영어 제목 ‘My Dear Enemy’가 굉장히 재미있다. 직설적이면서 역설적인 느낌인데 제목에 담긴 의미는?
A. (이윤기 감독) 영화 제목 짓는 것도 어렵지만 영어 제목도 어렵다. 스텝들과 주변 아는 사람한테 상품을 걸고 지어오라고 한 후 여러 가지로 조합을 해봤다. Enemy가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부모님들이 자식들한테 원수라고 하듯이, Enemy도 다정한 뜻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관계는 특히 희수와 병운이 적이지만 단순히 그 의미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적이냐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왠지 떨치고 싶지 않은 기억 등의. 반응이 그다지 나쁘지 않아 좋다.
Q. 하정우 씨가 전도연 씨한테 깐깐한 노처녀 그 자체라고 하는데 관련된 에피소드는?
A. (하정우) 현장에 한번도 늦은 적이 없다. 1분이라도. 늘 먼저 오셔서 메이크업 하고 계신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던 것 같다.
Q. 영화 소재가 기발한데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A. (이윤기 감독) 동명의 원작 단편 소설이 있다. ‘다이라 아즈코’ 소설인데 스토리만 가지고 왔다. 시나리오를 몇 차례 쓰면서 바뀐 부분들이 있다. 기발한 소재가 좋다고 생각했다.
Q. 캐릭터를 뽑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캐릭터 노트를 만든다고 들었다. 다음 작품을 할 때 이전 캐릭터를 떨쳐내기가 어려울 듯 한데 캐릭터를 뽑아내는 방법과 떨쳐내는 본인만의 방법은?
A. 캐릭터에 대한 공부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대학 연극학과에 입학해서 그때부터 연극공연, 단편영화 찍을 때부터 습관이 됐다. 캐릭터를 만들어낼 때 앞서 봤던 영화들, 책에서 모델을 삼아 참고를 많이 한다. 주변 사람들을 유심히 잘 관찰을 해서 독특한 점이나 표현의 독창성 있는 부분을 기억을 해서 노트에 적고 언젠가는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메모를 한다. 떨쳐버리는 건 연극 공연할 때부터 어제 끝난 작품보다는 오늘 시작하는 작품과 새로운 캐릭터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Q. 병운의 캐릭터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메이킹에서 재미있는 대사가 많다. 평소 모습에서 이입시킨 게 있는지?
A. (하정우) 가까운 친구들하고 가벼운 소리를 많이 한다. 농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 병운이랑 맞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현장에서 써 먹어 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내 팬이 되어 주셔서 생각하지 않고 그런 것이 나오려고 하면 뱉었다. 여기에서 굉장히 엇갈리는 것은 전도연씨는 이제 그만 해라 감독님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을 북돋아 주셨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병운이 가지고 있는 엉뚱함과 썰렁함과 천진난만함 같은 것들을 보여주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
Q. 워낙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긴 하지만 잘 맞춰서 가줬으면 한다 주문한 게 있는지?
(이윤기 감독) 작품에 대한 의견들을 배우들이 많이 내줬고 촬영 직전에 시나리오에 반영이 됐다. 귀가 얇은 편이어서 스텝들이나 배우들이 이거 별로다 하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원래 디렉션을 많이 주는 편도 아니고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같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 디렉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Q.. 스모키 메이크업이라는 굉장히 인상적이면서 예쁘다. 생얼의 느낌을 생각했는데 강한 느낌을 주는 화장이라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어땠는지?
A. (전도연)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이라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면서 희수처럼 자존심도 세고 깐깐한 여자가 1년 만에 어떻게 병운을 찾아갈까를 고민했다. 이때 메이크업 하시는 분이 스모키 메이크업을 제안했다. 여자한테 “나는 괜찮아”라고 보여지는 무기일 수 있는데 희수의 굽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과 스모키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Q. (감독님, 전도연)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셨다. 이번 작품은 하정우씨도 같이 나오지만. 여성한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나 생각했다.
A. 이전 작품들이 주인공이 여자이고 그 여자의 일상을 표현하다 보니 여성 전문 감독처럼 보이는 것 같다. 희수는 영화의 전체를 끌어가는 화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다른 점은 그 대상으로 등장하는 병운이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전체 느낌은 어떤 로맨스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강렬한 캐릭터이다. 배우들과 많이 논의하면서 공을 들였다. 예전에 했던 방식이나 느낌하고는 상당히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 한마디
(이윤기 감독) 조만간 영화를 보실 수 있을 테니, 솔직한 의견이나 비판도 듣고 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전도연) 와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영화는 기존에 보여줬던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게 시작에서 헤어짐, 이별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헤어진 후, 1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영화여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다.
(하정우) 영화를 보시면 여기가 서울인가 하는 생각이 들 거다. 굉장히 보람 있게 너무나 기분 좋게 영화 찍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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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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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느낌:
오래 전부터 보고 싶어했던 영화다. 또한 근래 본 최고의 영화가 되기도 했다.
오로지 달콤하도록 꾸며진 사랑영화가 아니라 이처럼 있는 그대로의 심리가 잘 반영된 진솔한 사랑영화가 좋고, 또 왠지 모르게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난.
영화를 보며 한 편의 좋은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원작이 있었다. 그런만큼 비유와 상징으로 대표되는 문학적 장치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고, 복선 구조도 탄탄하여 보는 내내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시간과 변화에 대한 성찰을 비유적으로 드러낸 점심으로 갈치조림의 제주집을 찾았으나 이미 문을 닫아 대신 KFC의 햄버거를 택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결말도 아주 좋았다. 해피엔딩을 꿈꾸는 많은 관객들을 위하여 만약 하루동안의 심리적 동요로 그녀가 그를 다시 받아들였다면 영화의 개연성은 심히 훼손되었을 것이다. 갈 곳도, 먹을 것도 없는 그의 모습을 잠시 지긋하게 지켜보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은 펀드매니저를 택하며 그를 떠났던 그녀의 과거에 비춰봤을 때 적절한 것이었다. 덕분에 영화는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인터넷 평은 극과 극이다. 나처럼 찬사를 보내는 쪽도 있었지만 반면 그냥 지루하고 재미 없는 영화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기호가 다른 건 당연한 일이겠으나 갈수록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영화만 각광 받는 세태가 아쉽긴 하다. 시나리오가 탄탄한 이 같은 영화들이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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