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떠나는 자, 마지막 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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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88 Vote: 18 )

후~
우선 한숨을 크게 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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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떠날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지난 96년 4월 25일 칼사사가 개설되고 난 후 단 하루도 자의로
칼사사를 벗어날 수 없었는데 97년 11월 1일 약 18개월만에 제
모든 것이 담겨있는 이곳을 떠나야 하다니...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 오는군요.

그 18개월동안의 제 삶은 항상 새로웠고, 행복했답니다. 때론 힘
들고 슬플 때도 있었지만 떠나야하는 지금에 와서는 모두 다 아
름다운 추억으로만 느껴지니 말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지금 이순간 주마등처럼 제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함께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추억들을 쌓았었죠.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함께 세상의 모든 일들을 경험해 보고자 했고, 함께 세상
의 그릇된 편견에 도전해 보려 했습니다. 전 그렇게 열정적이었
던 제 칼사사에서의 젊음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아시다시피 전 학점도 형편없을 뿐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중죄
로 구치소에 구속되기도 했고, 위와 폐에 장애가 일어나 수술을
해야 할만큼 몸도 많이 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전 이런 제 모습이 오히려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삶의
주체자로서 당당히 살아왔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제 모습이 제게
는 자랑스럽기만 한 것입니다.

그런 제 모습이 제 부모님을 비롯하여 저를 사랑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치기도 하였지만 전 항상 느긋할 수 있었습니
다. 이제야 말하자면 전 가슴 속에 너무도 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제 지능지수는 항상 최고였던 편이었습니다. 그 불완
벽한 수치 하나로 인한 자신감은 제 삶의 원천이자 희망의 빛이
었던 것이지요.

비록 속으로는 그렇게 자만하고 있었지만 겉의 실상은 전혀 그렇
지 못하였다는 것을 저 역시 인정합니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도 없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타락하
여 스스로 제 희망을 꺾지 않으려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였을 지
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전 그런 자신감을 갖고 18개월간을 마음껏 보내 왔습니
다. 제 힘으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집을 나오기도 하였고, 본
드 불기, 폭행, 그외 아무리 솔직해 지려 해도 결코 말할 수 없
을 만한 많은 일들-적어도 제 가치관 내에서 허용되는 사회의 편
견들-을 하며 제 20대 초반의 젊음의 특권을 최대한 누렸습니다.

전 여러분 앞에 확실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오겠다구요. 운이 안 좋아 제 생이 끝나게 될 지
라도 기필코 다음 세상에도 여러분과 함께 하도록 신, 혹은 절대
진리 앞에 도전하겠습니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끝으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인사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면 염치없던 제 너무도 큰 실수들을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직 완벽하
지 못하기에 크나큰 실수들을 하였지만 지금 이순간 스스로 죄송
한 마음에 부끄러워 하고 있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돌아와 여러분들의 생각을 볼 수 있게 저에
대한 인상이나 느낌들을 이 게시판에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여
러분의 충고,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부디 솔직한 여
러분의 저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좋
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마지막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3상5/먹476 건아처


본문 내용은 9,97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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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