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사내아이처럼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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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5 Vote: 1 )

어제는 사내아이들처럼 논 날이었다.
오랜만에 당구도 쳤고, 오락실 슬롯머신 앞에 앉아 연신
담배를 죽때리며 시간을 축냈으며, 끝으로 거한 술로 자리를
마무리졌다.

아직 내 황금손은 녹슬지 않았던지 갖가지 뽀록을 선보이
며 내리 당구에서 1등을 따냈고, 친구는 슬롯머신으로 7000
점이라는 기록을 새우며 터보라이터를 경품으로 받아 냈다.

그리곤 [실내 포장마차]란 간판을 단, 우리가 자주 갔던
호프집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 어색한 술집을 갔는데, 그
곳은 바닷가가 보이는 어느 곳에 거센 바다사나이들을 위한
그런 술집을 연상케 했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난 이야기를 하
고 싶었지만 막상 말이 나오지 않아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항상 이모양이다. 주저리주저리 터트리고 싶다. 그
렇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친구는 레슬링 한국 대표로 따낸 수많은 금메달 이면에 숨
겨져 있는 비화를 이야기해주었는데 난 연신 고개를 끄덕거
리며 성실히 들어주었지만 사실 그건 내게 있어서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내 머리속이 혼잡한데 타인의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결국 난 꾸역꾸역 술을 내 몸속에
쳐넣으며 묵묵히 시간을 축냈다.

그리곤 집에 돌아와 언제나처럼 머드를 하다가 중간에 잠
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밤새 비가 왔었나보다. 촉촉히
젖어 있는 땅의 그 내음새가 좋았다. 오랜만에 비가 왔구나,
반가운 느낌이었다. 지난 여름날도 참 흐렸던 걸로 기억하는
데...

그 날따라 흐린 날이 마음에 들었다. 슬프도록 암울한 그
분위기가 좋았다. 바다가 생각났다. 외딴 섬위의 한 외로운
별장과 함께...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52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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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