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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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99 Vote: 5 )

[PROLOG]

처음 사무실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한 마음에 Ansi
와 나우누리 특징을 이용한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를 해볼 생
각이었는데 사실 직접 해보니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결말을 내기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답니다. !_!

14줄 행 제한 때문에, 또 199페이지 쪽 제한 때문에 미약
한 부분을 고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안타깝네요. 또 시간에
쫓겨, 그리고 대강의 스토리를 적어놓은 쪽지를 잃어버리는
우여곡절 때문에 처음 의도한 바대로 진행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쉽구요.

그렇지만 우선은 부디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래요. --;
[진행방법]

이 글은 범용에뮬레이터(이야기, 새롬데이터맨프로) 사용
자를 위한 일종의 Adventure Book입니다. 별다른 멘트가 없
을 경우 [Enter]를 눌러 진행하면 되고, 선택이 있을 경우
나우누리 '선택>' Prompt 상태에서 선택할 번호와 [Enter]를
누르면 됩니다. 나우로웹프리 이용자라면 범용에뮬레이터를
구하신 후 해보시길 바래요. ^^;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부터 빠져나가거나 중간에 쪽
지를 이용할 경우 복구 안시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 루마니아 #[<===

루마니아 사람들의 얼굴엔 어쩐지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우중충한 게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우리는 유럽 횡단 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금은 루
마니아. 그리스를 향하는 길이었는데 교통편이 끊겨 우리는
이 동유럽 종교의 섬에 하루 머물기로 한 게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우리에겐 하루하루가 소중하여
오늘 밤에도 루마니아를 살펴보기로 했다. 비록 늦은 시간이
었지만 말이다.

===>]# 루마니아 로마니치 #[<===

우리는 거대한 옛 성이 있는 로마니치 지방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봤던 성들은 우리에게 환상, 그 자체였는데 루마니
아의 성은 어떨지 꽤나 궁금하였다.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지만 가장 가까웠던 카르파티아 산등
성이에 위치한 한 성으로 우리는 향했는데 이미 밤이 되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 성은 관광 금지 지
역이었는지 인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장난끼 많은 보통의 젊은이였고, 그리
고 침입하기로 합의를 봤다.
===>]# 루마니아 로마니치 카르파티아 산등성이 #[<===

성 안은 아주 어두컴컴했다. 손전등이 있었지만 네 명 모
두가 켜도 외부에서 불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주위를 살피
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휘리릭"
다들 조금 떨리는 기분으로 성을 탐색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났던 것이다. 이 밀폐된 곳에서 바람이
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바람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 나지 않았니?"

===>]# 블라드 캐슬 #[<===

"나도 들었어.", 항상 냉철한 사고에 의지하는 이지적인
친구, 이솔이 대답했다. 심상치 않다. 기분이 묘하다.

"응? 무슨 소리?", 이솔의 애인인 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되물었다.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걸. 그치만 이렇게
어두운 복도를 지나가고 있으려니까 초등학생 시절 했던 극
기훈련이 생각 나. 꽤나 흥미로운 하룻밤이 될 것 같아."

진이 킥킥 웃고 있을 그 때, 단 마디 비명소리가 들려왔
다. 그건 내 애인 윤정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야?", 난
크게 외쳤다.

===>]# 윤정의 실종 #[<===

우리는 손전등을 마구 휘돌리며 비명소리가 난 곳을 살펴
봤지만 윤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난 침착할 수 없었다. 이
인적이 끊긴, 찰흙 같이 어두운 공간에서 내 사랑, 윤정이
갑자기 사라졌다!, 가슴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윤정을 찾을 수 없어 내가 길게 뻗어있는
어둠의 복도를 향해 달려가려 하니 이솔이 나를 잡았다.

"잠깐, 이곳은 조금 이상해. 우선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
겠어. 섣불리 행동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안돼. 지금 놓치면 윤정은 영영 사라질 지도 몰라."

===>]# 윤정의 실종 #[<===

선택>
1. 우선 성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면 --- 13
2. 즉시 주위를 좀 더 찾아보겠다면 --- 25









===>]# 로마니치 마을 #[<===

아직 새벽이어서 그런 지 거리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또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었기에 거리는 황량할 뿐이었다.

"저기 좀 봐. 새벽인데 도서관 불이 켜져 있잖아. 우선 저
기라도 가서 그 성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자.", 이솔의 제안
에 우리 모두 동의했다. 그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






===>]# 도서관 #[<===

그리 크지 않은 도서관이었지만 십여 명의 사람들이 엄숙
한 자세로 책 속에 파묻혀 있었다. 우리는 그 지방에 관한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서고를 어수선하게 뒤적거린 결과 난 [로마나치의 성]이란
꽤 오래된 듯한 책을 한 권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책을 끄집
어 내는 순간 옆의 어떤 여인이 나보다 조금 먼저 그 책을
집어들었다.

아, 이런! "저, 잠깐만요!"


===>]# 도서관 #[<===

"예?", 다행히 그녀는 영어에 능숙했다.
"저, 그 책이 지금 꼭 필요하거든요. 빨리 보겠습니다. 잠
깐만 제가 먼저 봐도 되겠습니까?"

그녀는 묘한 얼굴로 물어왔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난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는
데 정말 우연히도 그녀는 우리의 큰 힘이 되었다.

그녀는 헝가리 카르파티아 대학에서 고대사를 공부하는 학
생이었는데 마침 그 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중이었다.

===>]# 도서관 #[<===

"그 성은 16세기 초 루마니아의 전신인 트란실바니아의 드
라큘라가 살았던 성이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전 고고사
를 연구하던 중 흡혈귀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사건을 여러
분과 함께 풀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승낙했다. 큰 우군을 얻은 기분이
었다.

"자, 그럼 다시 성으로 가봐요. 제 차에 타세요.", 지타란
이름의 그녀가 말했다.

[23+ENTER]
===>]# 성 밖 #[<===

우리는 성 밖으로 질주하여 경찰서를 찾았다. 그 곳은 인
근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이기에 경찰서를 찾기는 쉬
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나가는 택시 역시 없었다.

우리는 우선 마을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택시가 오기만을
기다리기에 우리의 마음은 너무 초조했다.

한참 달려가던 중 지나가는 트럭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
다. 사정을 말해 겨우 마을에 도착하였지만 이미 아침이 밝
아오고 있는 시간이었다. 아, 윤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
면 어떻하지...

===>]# 경찰서 #[<===

작은 마을의 경찰서답게 그곳은 조용한 편이었다. 2~3명의
경찰관 모두 졸린 듯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우리가 손발 섞은
영어로 윤정의 실종을 이야기 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귀찮다
는 것 뿐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차근차근 조사해 볼테니 우선 돌아
가들 계세요."

경찰을 믿기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언가 다른 대책
을 세워야 했다.


===>]# 로마나치 #[<===

"분명히 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이와 비슷한 이야
기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침착하게 이솔이 말했다.
"아냐, 다시 성으로 돌아가 보자. 윤정에게 무슨 일이 생
겼는데 우리가 너무 도착하게 되면 어떻해! 너희는 불안하지
않니?", 진이 말했다.

선택>
1. 마을을 살피며 조언을 구한다. --- 9
2. 다시 성으로 들어가 윤정을 찾아본다. --- 30



===>]# 블라드 성 #[<===

우리는 더 깊숙히 성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는데 손전등 불
빛 사이로 희미하게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윤정아!"

우리의 외침에 뒤돌아 본 그녀는 윤정이 아니었다. 어색하
고 불안한 눈길을 서로 교환하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네 왔다.

"전 지타라고 해요. 헝가리의 카르파티아 대학에서 고고학
을 전공하고 있죠."

우리도 간단히 소개를 했다.
[32+ENTER]
===>]# 카르카고 마을 #[<===

우리가 파란색 구슬을 고르자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대들의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고 선하구나."

그리곤 조금은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 "저 드라큘라의 성
에 그대들의 친구가 갇혀 있겠지?" 우리가 놀라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무언가 도움이 될 거라며 이야기를 하
기 시작했다.




[28+ENTER]
===>]# 지타의 가방 #[<===

난 울먹이는 진을 달래며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 속에는
지타가 지금까지 연구한 자료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설레임과 다소 긴장 속에 가방을 열었을 때 내가 발견한
것이라곤 지타의 핸드폰과 간단한 화장품 세트, 그리고 "전
위"라는 제목의 책이 전부였다.

난 색다른 얘기가 있을까 하여 그 "전위"란 책을 들쳐보았
지만 그 책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사랑얘기 뿐이었다.

마치 사랑했던 여인으로부터 배신당한, 그런 느낌이었다.

===>]# 지타의 가방 #[<===

"별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어.", 내가 실망한 표정으로 진
을 향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 진은 눈을 크게 뜬
채로 가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거기 가방 앞에 주머니! 그 속에 하얀 쪽지 같은 게 있
어!"

진의 얘기를 듣곤 다시 가방을 살펴보니 진 말대로 하얀
쪽지가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 접혀 그 모서리 일부만 내민
채 들어있었다.

===>]# 지타의 가방 #[<===

난 조심스럽게 그 쪽지를 펴봤다. 조금 오래된 종이 같았
지만 고급 용지였는지 하얀 바탕에서 윤기가 흐르는 듯 했
다.

"여기까지 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비록 나를 자
유롭게 하는 날개, 이솔과 영원히 변치 않는 여인, 지타를
무참히 죽이셨지만 상당히 괜찮은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achor@nownuri.net, E-Mail로 당신의 영광을 확인하십쇼.
Password는 [전위]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쪽지였다.

===>]# 지타의 가방 #[<===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로 다시 걸어나가기 시작했
다. 난 혼란스러웠다. 계속해서 윤정을 찾아야 하는지, 아니
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그렇지만 우리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더라도 상관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미 길을 잃었기에, 지금 상태로서는 그저 묵묵
히 길을 따라가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진과 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듭된 피로와 빛의
고갈로 우리의 육체는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으며, 이 미로같
은 복도를 지나가는 것에 정신이 뒤틀리고 있었다.

===>]# 습격 #[<===

그렇게 공허한 마음으로 걷고 있을 때 우리는 눈 앞에 검
은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검었고, 거대한 크기만으로도 우리에게 위
압적으로 다가왔다.

진은 놀랐는지 비명을 질렀다. "진정해. 윤정일 지도 몰
라.", 진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나 역시 두려운 마음이었다.

잠시 후 그 그림자는 슬며시 실체를 나타냈는데 우리는 한
눈에 그가 드라큘라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53+Enter]
===>]# 블라드 성 #[<===

블라드 성에 도착한 우리는 하루종일 성을 샅샅이 찾았다.
성은 꽤나 방대하였다.

"이 카르파티아 산에는 세계적으로 진귀한 흡혈박쥐가 살
고 있으니 항상 조심하여야 해요.", 지타가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흡혈박쥐,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연신 성을 헤매고 다녔지만 윤정에 관한 아무 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성의 구조가 미로와 같아서 같
은 길을 반복하느라 우리는 모두 지쳐갔다.


===>]# 블라드 성 #[<===

어느 새 밤이 되었다. 흡혈귀라면 밤은 위험하다! 영화 속
장면들이 내 뇌리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걱정이었던 것은 윤정이었다. 과연 아직 무사할 지...

그 때 이솔이 소리를 질렀다. "찾아냈어!"

이솔이 찾아낸 것은 윤정의 핸드폰이었다. 그렇지만 비록
그녀의 흔적이긴 했으나 기쁜 건 아니었다. 하필이면 핸드
폰. 어쩌면 핸드폰으로 연락이 될 수도 있다는 그 희망마저
도 우리에게 앗아간 것이었다. 이젠 어쩌지...

[40+ENTER]
===>]# 블라드 성 #[<===

우리는 손전등에 힘을 주며 어두운 복도를 향해 달려갔다.
길게 뻗은 그 통로를 지나가려니 마치 죽음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듯 하였다.

그렇지만 아무 소리도, 아무 냄새도, 아무 증거도 우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심연의 정적. 그것이 그 성이 간직한 모
든 것만 같았다.

"우리 우선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물어보자. 이대
로 성 안을 헤매는 건 시간낭비 밖에 안 돼! 너무 무모한 일
이야. 이미 윤정은 사라져 버렸다구!", 진이 말했다.

===>]# 블라드 성 #[<===

"그렇지 않아. 만약 지금 놓치면 윤정은 영영 우리로부터
살아질 지도 모른단 말야!", 난 성질이 났다.

"무모함만으로 풀 수 있는 일은 없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 그 하나는 문제로부터 벗어나 여
유를 갖고 다시금 다른 방향에서 살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
는 잡은 단서를 끈질기게 파 궁극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야. 자 어쩔래?", 이솔이 침착히 말했다.

선택>
1. 마을로 가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겠다 --- 27
2. 윤정은 근처에 있다는 단서를 심화한다 --- 16
===>]# 카르파티아 산등성이 #[<===

"좋아, 그럼 우선 마을로 찾아가 보자. 사람들한테 물어보
면 무언가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

그렇지만 마을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워낙 오진 곳이
기도 하거니와 이미 늦은 밤이기에 차를 잡기는 어려웠다.

급한 마음에 우리는 마을까지 달렸는데 겨우 도착했을 무
렵은 이미 동이 트는 새벽이 다 되어 있었다.



[15+ENTER]
===>]# 노인의 이야기 #[<===

"저 성에 살고 있는 자는 블라드 드라큘라라는 자로 틀란
실바니아의 왕이었지. 1431년에 태어나 아직까지 살고 있으
니 꽤나 장수하는 셈이야. 사실 그는 처음부터 악하지는 않
았다네. 다만 어린 시절 오토만제국에 인질로 잡혀 많은 잔
인함을 보았고, 또 이교도인으로부터 굴욕을 당해왔기에 성
격이 삐뚤어진 것 뿐이지. 당시 술탄의 궁전에서는 사람을
날카롭게 깎은 기다란 말뚝에 박아 처형했었거든. 남자는 항
문에, 여자는 질에 말뚝을 삽입하면 입이나 머리, 혹은 직접
배나 등을 뚫고 나와 그 어느 경우라도 희생자의 신체는 잔
인하게 난자됐었었지."
"어멋!", 진은 당황하였는지 얼굴빛이 발갛게 변했다.

===>]# 노인의 이야기 #[<===

노인은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그의 이런 잔인함이 많은 적을 만들었었는데 우선 마티아
스 황제의 딸과의 결혼으로 가톨릭 개종에 국민들이 반발했
고, 상인의 탄압으로 부호들이 증오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친동생 라두 역시 터키와 손잡고 침공을 노리고 있었다네.
결국 그는 터키와의 전투에서 전사하였는데 그 때 그의 나이
45이었지."
노인은 목이 마른 듯 헛기침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어 묘한
마지막 말은 남기곤 사라졌다.

"그렇지만 그는 죽은 게 아니었다네..."
[50+ENTER]
===>]# 블라드 성 #[<===

다시 성에 도착하여 그 웅대하게 성을 바라보니 처음과 같
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거
대한 힘으로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진은 두려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
어.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간 영영 윤정은 우리 곁에서
사라져 버릴 지도 몰라!

아침이 되었음에도 성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우리의 예상
대로 역시 이 곳은 어떤 문제로 출입이 통제된 곳인 듯 했
다.

===>]# 블라드 성 #[<===

다시 낮은 담장을 뛰어넘어 성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한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 난 윤정인 줄 알고 "윤정
아", 하며 소리쳤으나 뒤돌아본 그녀는 윤정이 아니었다.

서로 어색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영어
로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전 지타라고 해요. 헝가리의 카르파티아 대
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있죠."

우리도 간단히 우리를 소개했다.

===>]# 블라드 성 #[<===

"그런데 이곳엔 웬일이죠? 출입금지된 곳으로 아는데?",
지타란 여인이 의아한 듯이 물어왔다.

"그러는 당신은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웃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전 고고학을 공부하는 중에 드라큘라에 대해 관심이 많아
졌답니다. 모르시죠? 제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있는 카르파
티아 산맥에도 체이테 성이라고 있는데 그곳 역시 과거에 드
라큘라도 유명한 곳이었어요."


===>]# 블라드 성 #[<===

"아, 그럼 저희 좀 도와주세요.", 우리는 그간의 자초지종
을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흔쾌히 승락했다. "좋아요. 기억
에 남을 모험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오는데요." 그녀는 살짝
웃었다.

"자, 함께 이 성을 찾아봐요. 이 성 구조는 미로와 같아서
길을 잃으면 쉽게 성을 빠져나올 수 없거든요."

우리는 성 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24+ENTER]
===>]# 웅덩이 #[<===

난 어떻게 해서든지 윤정을 찾아내야 했다. 나를 비난해도
좋다. 내가 죽는 건 상관이 없었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난
윤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만약 이토록 진지한 사랑이 비난
받아야만 하는 세상이라면, 틀림없이 세상이 잘못된 거라 믿
는다.

난 진에게 미안하단 말을 남긴 채 배에 올랐다. 잠시 후
뒤에서 진의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마음을 굳게 가졌다. 미안
해, 진. 이럴 수밖에 없었던 날 이해해 줘...

웅덩이는 예상외로 길게 뻗어있었다.

===>]# 배 #[<===

이젠 모두 죽었다. 그들의 희생을 의미없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 어떻게 해서든지라도 윤정을 꼭 찾아내야 했
다. 그것이 떠나간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인
것 같았다.

내 서두르는 마음과는 달리 배는 참 느긋했다. 물줄기는
어느새 좁은 통로로 흘러가고 있었다. 통로로 들어서니 빛줄
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었다.

왠 빛이?, 처음엔 의아해 했지만 이내 난 깨달을 수 있었
다. 이 물줄기는 성 밖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 루마니아 로마니치 카르파티아 산등성이 #[<===

다시 블라드 캐슬 앞. 이 거대한 성의 외관을 보고 있으니
불과 며칠 전 모두들 함께 즐거움에 넘쳐 처음 이 성에 발을
디딜 때가 생각났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9년, 이 초호화 현대 과학이 난무하는 시대에 드라큘라라
니,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난 즉시 산을 내려가 마을로 향했고, 경찰서, 한국
대사관, 신문사에 이 사건을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는 않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마치
미친 사람을 대하듯한 비웃음이 묻어있었다.


===>]# 루마니아 로마니치 #[<===

이후 난 인근 카르카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블라드 캐
슬을 샅샅이 뒤졌지만 윤정도, 또 이솔, 진, 지타의 시체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하
기만 했다.

결국 이 사건은 네 명의 단순한 실종사고로 기록되었으며
세상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한 채 사라져 갔다.

살아남은 자는 그에 타당한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이제는 내 차례.


===>]# 한국 #[<===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이
다. 내 삶에서 마지막 행동이 될 것이기에 최선을 다해 이야
기했지만 내 미숙함으로 잘 설명하지 못한 게 꽤나 아쉽다.

친구들을 죽인 죄. 사랑하는 연인을 구해내지 못한 죄. 친
구를 버리고 나 혼자 살아남으려 했던 죄.
이제 모든 것에 대가를 치루겠다. 안녕, 내가 사랑했던 세
상이여...

종결>
사건 미해결. 모두 사망, 자살.
[197+Enter]
===>]# 카르카고 마을 #[<===

우리는 다시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은 윤정
을 찾는 것이지, 카르카고 마을을 조사하는 게 아니었다.

필요없는 행위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62+Enter]
===>]# 블라드 성 #[<===

이미 밤은 깊었고 계속해서 윤정을 찾는 데 체력을 소비한
우리는 더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지
만 누구 하나 쉬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다들 윤정을 걱
정하고 있었기에 쉬자는 말은 마치 윤정을 포기하자는 소리
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더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진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찾으면 안 될까? 나도
물론 윤정이 걱정되긴 하지만 정말 쓰러질 것만 같아."

누구라도 그럴 거라 생각하였다. 이 상태로 드라큘라를 만
났다간 우리 모두 죽고 말 것 같았다.
===>]# 블라드 성 #[<===

"안 돼. 비록 우리가 힘들긴 하겠지만 윤정을 생각해 보라
구. 어쩌면 지금쯤 곤경에 쳐해 있을 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충분히 친구들의 기분을 이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윤정을 찾는다는 건 너무나
도 위험한 일이었다. 몸도 피곤한 데다가 아무 준비도 없지
않던가. 열정만으로 성취되는 일은 없다...

선택>
1. 성 밖으로 나가 준비를 한 후 다시 온다 --- 42
2. 힘들지만 윤정을 놓칠 지 모르니 계속 찾는다 --- 46

===>]# 블라드 성 #[<===

성 밖으로 나가기로 하였으나 막상 나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성 안이 원체 미로와 같았음에도 오직 윤정을 찾는
데에만 몰입했던 우리는 누구도 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조금 헤매었을 때 자그마한 쪽문을 찾
아낼 수 있었다. 쪽문 밖으로 우리가 나갔을 때 작은 규모에
소박함이 느껴지는 마을의 모습이 가까이 보였다.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우리는 무척이
나 반가웠다.

===>]# 카르카고 마을 #[<===

"아마도 이곳은 카르카고 마을 같아요. 아주 예전부터 이
곳에 유태인들이 정착한 곳인데 이들은 외부 문명을 거부하
고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하더군요." 지타가 말했다.

"어쨌든 가보죠. 설마 산 사람을 죽이기라도 하려구요."
내 무모함에 이솔이 살짝 눈길을 주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에겐 너무도 쉴 곳이 필요했다. 이 카
르파티아 산에 있다간 흡혈박쥐에게 죽음을 당할 게 분명했
다.



===>]# 카르카고 마을 #[<===

우리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한 노인
이 있었다. 그는 우리를 맞이하며 말했다. "어서 오게나. 그
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우린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환영받을 수 있음에 반가
운 마음이었다. 우선 우리는 인사를 한 후 잠시 쉬어갈 것을
정중히 청하였다.

"좋네. 그렇지만 그 전에 자네들이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
네. 자 골라보게."


===>]# 카르카고 마을 #[<===

그 노인은 한 손에는 파란색 구슬, 다른 한 손에는 빨간색
구슬을 쥐고 있었다. 그리곤 우리에게 막무가내로 하나를 선
택하라고 강요를 하였다.

"바다 같이 푸른 꿈과 불 같이 타오르는 열정, 아, 세상은
참 오묘하도다.", 노인은 조용히 혼자 중얼거릴 뿐 그 외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선택>
1. 파란색 구슬을 고른다 --- 17
2. 빨간색 구슬을 고른다 --- 104

===>]# 블라드 성 #[<===

우리는 조금 더 윤정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우리 몸이
고단하다고 해서 윤정을 포기해 버리고 나면 많은 후회를 하
게 될 것 같았다.

지타는 우리에게 이 성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겠다
고 했다.

"이 성은 원래 틀란실바니아의 왕이었던 블라드 드라큘라
가 살던 곳이었어. 그는 1431년 生이니까 지금까지 살고 있
다면 정말 장수 하는 거지."
그녀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 블라드 성 #[<===

"그가 원래 악했던 건 아니었어. 단지 어린 시절 오토만제
국에 인질로 끌려가서 많은 잔인함을 보았고, 이교도에 대한
굴욕으로 성격이 뒤틀어진 것 같아. 그 당시 술탄의 궁전에
서는 기묘한 사형법이 행해지고 있었거든. 날카롭게 깎은 기
다란 말뚝으로 남자는 항문에, 여자는 질에 찔러 넣는 거였
어. 그렇게 되면 그 말뚝의 끝이 입이나 머리, 심지어는 배
나 등을 뚫고 나오게 되어서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줬었나
봐.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리지 않니?"

진은 그렇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지타는 긴장된 모습
에 다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블라드 성 #[<===

"그 잔인함이 블라드 드라큘라의 많은 적을 만들었어. 게
다가 마티아스 황제의 딸과 결혼하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게 국민의 반발을 샀고, 또 상인들을 탄압함으로써 부호들의
증로도 샀지. 뿐만 아니라 친동생 라두는 터키와 손잡고 시
시각각 침공을 노리고 있었다고 해.
결국 그러다가 터키와의 전투에서 45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하는데, 이상한 건 그 이후 그의 죽은 모습을 사람들이 많이
봤다는 거지. 그가 바로 이 성에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드라
큘라야."
지타의 말을 듣던 이솔은 무엇인가 발견했다는 듯이 "저길
봐", 하며 고함을 쳤다.

===>]# 블라드 성 #[<===

이솔이 가리킨 곳에는 낯선 액자그림을 하나 있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손을 잡고 서 있는 전신그림이었는데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 그림 조금 이상하지 않니?", 내가 손으로 그림을 만지
려는 순간 이솔이 내 손을 잡았다. "잠깐, 아처! 사물을 너
무 쉽게 대하지 마. 무슨 위험이 닥칠 지 몰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이건 그저 그림일 뿐이라구! 진
보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했을 때만 성취할 수 있어."

[63+Enter]
===>]# 카르카고 마을 #[<===

노인이 사라지자 한 여인이 우리 앞에 나타나 우리를 조그
만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곤 편히 쉬라는 말을 마친 후 종종
걸음으로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럽게 발생해 버린 이 사고에 우리는 제정신을 차릴
수 없긴 했지만 물밀듯이 밀려오는 피곤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편히 자고 일어났을 땐 햇살이 참 따사로운 아침이
었다. 산새 소리는 상황과 맞지 않을 만큼 참 평온하기만 했
다.

===>]# 카르카고 마을 #[<===

아침이 되자 그 노인이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자네들이 드라큘라를 잡고자 한다면 우리가 조금은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걸세. 한 일주일 후면 우리 마을의 전사들
이 돌아오는데 그 때 모두 힘을 합쳐 드라큘라를 잡아보세.
자, 어떤가?"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난 윤정이 걱정되었다. 그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진이 내게 말했다.

"아처, 너무 걱정하지마. 만약 윤정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면 오늘 가나 일주일 후에 가나 마찬가지일 거야."

===>]# 카르카고 마을 #[<===

진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윤정이 드라큘라에게
잡혔다면 이미 밤은 지나갔다, 그렇다면 어쩌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모든 게 끝났을 지도 모른다. 차라리 보다 신중하게
일주일 간 여기서 정리하며, 힘을 모아 드라큘라를 잡는 게
더 현명할 지도 모른다.

선택>
1. 윤정을 생각하며 즉시 성으로 다시 들어간다 --- 62
2. 보다 신중히 이곳에서 지원을 기다린다 --- 159



===>]# 습격 #[<===

앗, 진은 연신 비명을 그치지 않고 질러댔다. 몸이 절로
떨려왔다. 드라큘라는 굳은 표정으로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
는데 그 시선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터벅터벅, 그가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을 때도 난
내 몸을 조절하지 못했다. 급작스러운 사건은 인간의 의식을
잃어버리게 한다. 난 무엇인가 해야해, 라며 스스로에게 주
문하여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겁에 질린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던 진을
강제로 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 습격 #[<===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웅덩이였다. 성 안에 이렇게 큰 웅덩이가 있는 것이 의아했
지만 당시로서는 그 따위 논리적인 생각을 할 경황이 아니었
다.

드라큘라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당황하고 있을 때 난 구
석에 있는 작은 배 한 척을 발견해 냈다.

다시 마구 그 배를 향해 달려갔다.



===>]# 웅덩이 #[<===

"경고 : 이 배는 오직 한 명만 탈 수 있습니다.
절대 이 사항을 어기지 마십시오."

진을 싣고 배에 타려는 순간, 그 경고문은 내 눈 앞을 깜
깜하게 했다. 오직 한 명... 오직 한 명...

진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나를 희생해야 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진을 희생해야 한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진은 의아해 하다가 그
경고문을 보았다.

===>]# 웅덩이 #[<===

"우리 같이 타자. 너나 나나 가볍잖아. 설마 무슨 일이라
도 생기겠어? 아님 우리 같이 타지 말던가. 나, 죽는 것보다
혼자 남게 되는 게 더 싫어.", 진은 또 울기 시작했다.

'아, 윤정을 찾아내야 하는데... 내가 가서 세상, 그 누구
보다 사랑하는 윤정을 찾아내야 하는데...', 진을 생각해야
했지만 윤정에 대한 내 사랑은 그 무엇으로도 포기할 수 없
었다. 쉽게 포기할 사랑이라면 난 사랑을 하지 않았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내리지 못했다. 이미 드라큘
라의 발걸음 소리는 가까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 웅덩이 #[<===

선택>
1. 진을 태운다 --- 64
2. 내가 탄다 --- 34
3. 모두 탄다 --- 67
4. 모두 타지 않는다 --- 78







===>]# 진의 비명 #[<===

우리가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 진은 드라큘라 앞에 엎어져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었다. 그 고개숙인 진의 모습을 보면
서도 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른 고목처럼 꼿꼿이 굳
은 내 몸은 이미 내 의식의 통제를 떠나있었다.

그 때였다. 무언가 바람소리가 휙 나더니만 이솔이 드라큘
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찰나의 일이었다. 이솔은 드
라큘라에게 달려들어 한몸이 되어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
다.

물론 드라큘라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 드라큘라와의 결투 #[<===

"어서 도망가!", 드라큘라의 이빨이 이솔의 목을 파고 들
때 이솔은 있는 힘껏 외쳤다. "어서!"

어떻게 할 지 몰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날 끄는 사람은
지타였다. "드라큘라는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면 결코 죽지
않아요. 지금으로썬 드라큘라를 죽일 수 없어요. 우리라도
어서 도망쳐야해요. 어서!"

지타는 쓰러져 있는 진을 끌고 도망치려 했다.

"그치만 이솔은 어쩌고!", 난 화가 나 소릴 질러버렸다.

===>]# 드라큘라와의 결투 #[<===

"감상적으로 일을 해결하지마요! 이솔을 봐요. 벌써 죽었
어요!", 지타의 말처럼 이솔은 이미 죽은 듯 했다. 온몸을
축 늘여트린 채 드라큘라의 품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 죽을 지 몰라요. 아직 우린 드라큘라
에 맞설 준비가 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도망쳐야해요. 우
선 도망친 후에 이솔의 원수를 갚아요.", 지타는 냉정했다.
그렇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다.

선택>
1. 방법이 없다. 우선 도망친다 --- 61
2.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솔을 구한다 --- 153
===>]# 이솔의 죽음 #[<===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이솔은 떠나갔다. 그의 사랑의 힘
을 얼마나 컸단 말인가. 사랑하는 진을 위해 자신의 生을 바
칠 수 있었던 것. 실종된 윤정 앞에서 난 부끄러워졌다.
순간적 쾌락이 사랑의 주류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이솔의
사랑은 내 사랑을 보잘 것 없게 했다.

그래, 어떻게든 윤정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솔의 죽
음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보상일 게다. 반드시! 반드시!

우리는 이솔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드라큘라와 반대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때 우리 앞에 갈림길이 나왔던 게다.
[139+Enter]
===>]# 블라드 성 #[<===

쪽문을 통해 다시 성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는 지난 밤 보
지 못했던 낯선 액자그림을 하나 발견해 냈다. 한 남성과 한
여성이 손을 잡고 서 있는 전신그림이었는데 딱 집어서 이야
기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 그림 조금 이상하지 않니?", 내가 손으로 그림을 만지
려는 순간 이솔이 내 손을 잡았다. "잠깐, 아처! 사물을 너
무 쉽게 대하지 마. 무슨 위험이 닥칠 지 몰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어. 이건 그저 그림일 뿐이라구! 진
보는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했을 때만 성취할 수 있어."

===>]# 블라드 성 #[<===

선택>
1. 그림을 직접 확인해 본다 --- 68
2. 불필요한 모험은 필요없다. 그냥 지나친다 --- 161









===>]# 웅덩이 #[<===

난 울먹이는 진을 강제로 배에 실어 그녀를 떠나보냈다.
누군가라도 살아남아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 나보다는 진이 낫겠지... 윤정도, 이솔도, 지타도, 이
런 나를 이해해 줄 거야... 안녕, 내 젊음이여, 내 사랑이
여...

드라큘라는 어느 새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를 바라보
는 순간 내 앞에 무엇인가 번쩍하더니 목으로 무엇인가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였다. 난 쓰러져 드라큘라를 바라봤다.

===>]# 웅덩이 #[<===

드라큘라는 천천히 웅덩이 끝으로 가더니 아직 멀리 가지
못한 진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슬슬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난 진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無. 아무 것도 없다. 세상이 아무 소리 없이 고요
해 지며 난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상태, 지금 난 그런
상태다.

===>]# 죽음 #[<===

내가 아직 활기 있던 시절엔 이해할 수 없는 상태,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다.

어둠과 침묵이 전부인 그런 상태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죽음]이라고 말하겠지만...

종결>
사건 미해결. 모두 사망.



[197+Enter]
===>]# 웅덩이 #[<===

진이나 나나 마른 편이었기에 우리는 결국 배에 함께 올랐
다. 게다가 우리가 서로 떨어진다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
을 것 같은 막연한 공포가 있었다. 차라리 죽어도 같이 죽
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던 게다.

배는 무척이나 작았지만 둘이 오를 수는 있었다. 힘겹게
배에 올랐을 때, 그 때였다.

항상 안일한 마음이 화를 부르는 법...

[76+Enter]

===>]# 블라드 성 #[<===

그 그림은 촉감마저 기묘했다. 미끈적거리는 기분 나쁜 감
촉이 느껴왔다. "이런 젠장, 이게 뭐야!"

그런데 내가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떼려던 순간, 갑자기
그림은 푹 하며 찢어지고 말았다. "헉. 이를 어쩌지?"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지타가 외쳤다. "잠깐, 저 그림을
자세히 봐요. 안쪽에 통로가 있는 것 같아요."

"갈 수록 미궁이군. 이거 참."
"우리 이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때?"

===>]# 블라드 성 #[<===

내가 제안했을 때 이솔의 표정은 불안해 지고 있었다. "우
리 괜히 일을 어렵게 만들지 말자. 아무래도 이 그림은 예사
롭지 않아. 이 안으로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른
다구."
의외로 진이 갑작스럽게 나섰다. "나 불안하긴 하지만 이
안에 어떤 기대가 생겨. 무언가 우리를 도울 만한 막연한 감
이 느껴져."

선택>
1. 통로 속으로 들어간다 --- 100
2. 통로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 161

===>]# 블라드 성 #[<===

"잠깐만요" 지타가 이솔을 막으며 말했다. "저 양피지에
관해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저 양피지, 독약이 묻어 있을
거예요. 만지면 바로 즉사하고 마는 거죠."

이솔은 눈을 크게 뜨며 다행이란 표정을 지었다. "휴우,
지타씨 아니었으면 큰 일 날뻔 했네요."

"저 양피지는 1800년 갑자기 사라졌다는 그 양피지일 거예
요. [드라큘라의 칙서]라고 불리는 건데 1729년 유럽에 전염
병이 만연하던 때에 발견된 거예요." 지타가 책에서 봤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 드라큘라의 칙서 #[<===

"인간의 생사를 판단한 죄, 두려움에 성급했던 죄, 신의
영역을 침범한 죄. 이제는 내가 판단하겠노라. 어둠이 지상
에 강림할 때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시들어 가리라. 선악의
혼돈 속에 악으로써 선의 오류를 해결할 것이고, 선으로써
악의 오류를 해결하리라." 지타는 주문을 외우듯 이야기하였
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양피지에는 아랍어로 이렇게 쓰여있어요. 보다 설명을
해보자면..."


===>]# 드라큘라의 칙서 #[<===

"그 시대엔 흑사병이나 이름 모를 전염병들이 만연했었는
데 사람들은 감염되는 것이 두려워 죽은 시체를 재빨리 처리
하곤 했어요. 그 때 假死判定 등의 실수로 많은 사람들이 억
울하게 죽었다고도 해요. 평균 수명이 짧았던 그 시대엔 屍
姦 등이 만연했는데 젊고 아름다웠던 처녀들의 무덤을 한밤
에 몰래 파서 간음하는 변태성욕자들이 있었대요. 사람들은
시체가 무덤 밖으로 나와 있는 걸 보고 드라큘라라느니 악령
이 살아났다느니 떠들어 댔었지요."

"어쩜, 그런 일이!" 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타는 한 번 주위를 둘러보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드라큘라의 칙서 #[<===

"그런 시체들은 사지를 갈기갈기 절단하거나 심장에 못을
박은 후에 다시 관 속에 넣었다고 해요. 1851년 킹스 대학의
해부학 교수인 하버드 메이요 박사는 이런 논문을 발표했죠.
[흡혈귀 상태로 발견된 모든 시체는 무엇인가 다른 것으로
변신된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보통 상태로 생존하고 있었던
가 혹은 매장되고 나서 얼마 동안은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즉 그들은 생매장 된 사람들이다. 모처럼 되살아났음에도 불
구하고 무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무지와 난폭으로 말미암아
또다시 학살당한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 드라큘라의 칙서 #[<===

모두들 지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는데 난 문득 이
상한 느낌이 들어 양피지를 돌아봤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그
오래되어 낡은 양피지에서 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길 봐봐. 양피지가 이상해!"
"어랏? 무슨 일이지?"
"이상해. 불길한 느낌이 들어." 진은 벌써 겁먹었나 보다.

그 때였다. 조금 전 통로에서 떨어졌을 때 맡았던 향취가
느껴지더니 양피지의 그 하얀 연기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서
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 드라큘라의 칙서 #[<===

"헉, 드라큘라야! 드라큘라!"
우리는 처음 보는 형상이었지만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그건 분명 드라큘라였다!

순간 겁 먹는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도망치기 시
작했다. 그 시커먼 그림자는 우리의 이성 이전에 있었다. 대
응한다거나 저항한다는 걸 생각하기엔 그 공포감이 너무도
컸다.

한참을 도망치고 있을 때 진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58+Enter}
===>]# 배 #[<===

갑자기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황하여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어느새 드라큘라가 우리 바로 뒤에 도착
해 있었다. 경고를 무시했던 우리 실수였다.

배는 속도를 더해가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드라큘라
는 어쩔 줄 몰라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던지는 듯 했다.

그리고 끝. 우리는 그렇게 의식을 잃은 듯 한데, 지금은
시간과 공간이 혼돈된 그런 상태에 와 있다. 오직 적막과 어
둠만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 사람들은 아마도 이걸 '죽
음'이라고 말하나 보다.

===>]# 죽음 #[<===

결국 나는 친구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윤정을 구해내지
못한 채 이렇게 잠들고 말았다.

아마도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영원히 찾아내지 못하리라.
우리는 그렇게 아무 흔적없이 세상에서 소멸되어 버렸으리
라. 삶이 이토록 허무한 것임을 알았다면, 난 애초에 태어나
지 않았을 게다. 여기 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탄생은 자신
의 의지다. 뭐,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종결>
사건 미해결. 모두 사망.
[197+Enter]
===>]# 웅덩이 #[<===

결국 우리는 아무도 타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을 보내기도, 또 경고문을 무시한 채 둘 다 배에 타기도, 모
두 난감한 선택이었다.

온몸이 떨려왔지만 우린 담담하게 드라큘라를 맞이하였다.
죽어도 좋았다. 다만 저 내 사랑의, 그리고 내 우정의 파괴
자에게 명예롭게 저항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드라큘라는 우리 앞에 서서 냉정한 표정으로 한 번 미소를
띄우더니 이내 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 드라큘라와의 결투 #[<===

드라큘라의 이빨이 진의 목을 관통했을 때 진은 실신을 했
는 지 온몸에 힘이 빠진 것처럼 축 늘어지고 말았다.

기회였다. 난 손에 잡히는 돌을 쥐어들고 드라큘라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나 드라큘라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진의 목에서 피를 빨기만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난 계속해서 드라큘라를
돌로 내리쳤는데, 이상하지만 드라큘라 역시 붉은 피를 흘리
면서도 진의 목을 끝까지 사수했다. 마치 무슨 커다란 의미
라도 있다는 듯이...

===>]# 드라큘라와의 결투 #[<===

계속된 내 돌 공격에 드라큘라 역시 기운이 빠지는지 휘청
대기 시작했다. 난 더욱 힘을 내어 드라큘라를 마구 내리쳤
다.

정신없이 드라큘라를 내리치다가 불연 듯 이상한 느낌에
정신을 차려보니 드라큘라는 상당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
었다.

그런데, 그 쓰러져 있는 드라큘라의 모습이 어쩐지 낯익다
는 느낌이 들었던 게다.


===>]# 드라큘라와의 결투 #[<===

묘한 느낌을 갖고 드라큘라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니 그
는 윤정이었다. 내가 생사를 걸고 돌부리로 치고 있던 드라
큘라는 언제 윤정으로 바꿔있었던 게다.

온몸이 함석처럼 굳어져 왔다. 내 손으로 윤정을 죽이다
니... 내 손으로... 그토록 사랑했던 윤정을 죽이다니...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비극적으로 끝나게 됐다. 홀로 살아
남은 난 국내외 언론 및 대사관, 경찰서 등 알릴 수 있는 모
든 곳을 찾아가 이 사실을 말했지만 다들 날 정신이상자로밖
에 보지 않았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 한국 #[<===

시체도 발견하지 못한 이솔과 지타는 실종으로 처리됐고,
윤정과 진은 의문사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
됐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윤정과 진의 몸에 선명하게 나 있던
드라큘라의 이빨 자국이 시체 부검을 할 땐 홀연히 사라져
버린 거다. 단순히 과다출혈이었을 뿐.

종결>
사건 미해결. 아처 살아남음.

[197+Enter]
===>]# 카르카고 마을 #[<===

이곳의 기묘한 분위기는 왠지 드라큘라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조금 마을을 살펴보기로 했다. 사실 꽤나 두
려웠지만 윤정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을 어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집 앞에 우리는 섰다. 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들였다. "똑, 똑. 누구 없으세요?", 아무
말이 없다. 잠시 후 다시 노크했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문고리를 돌려보니 문이 잠겨있지는 않았다. 난 살짝 문을
열어봤다.


===>]# 카르카고 마을 #[<===

마을과 마찬가지로 집 안도 어둠과 고요가 간직한 모든 이
미지였다. "빈 집인 모양인데? 우리 여기서 잠깐 쉬어갈까?"
내 제안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난 이 마을, 너무 무서워. 이유 없이 허전해 지는 게 괜
히 분위기가 이상해. 또 아까 그 노인도 이상하고.", 진은
아직 떨고 있었다.

"그치만 피곤하다며? 조금 쉰 후에 윤정을 다시 찾는 게
더 좋을 지도 몰라. 쉬지 않을 거라면 성으로 돌아가던가.",
난 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카르카고 마을 #[<===

선택>
1. 집에서 잠시 쉰다 --- 108
2. 마을을 더 찾아본다 --- 141
3. 성으로 돌아간다 --- 39








===>]# 좀비와의 전투 #[<===

"휴우", 좀비로부터 겨우 도망쳐나온 우리는 잠시 숨을 거
뒀다. "역시 요상한 마을이야. 여긴.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
하기 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성으로 가서 윤정을 찾는 게 나
을 것 같아. 어차피 쉴 수 없을 거라면 말야."

"그런데 난 갈수록 이 마을에 흥미가 끌려. 이 마을도 어
쩐지 드라큘라와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지 않니?"

선택>
1. 성으로 돌아간다 --- 39
2. 마을을 더 찾아본다 --- 110

===>]# 블라드 성 #[<===

내가 양피지를 잡으려 하자, 지타가 외쳤다.
"잠깐만요. 생각이 났어요.", 우선 날 말린 후 말을 다시
이었다. "이 양피지는 아주 위험한 거예요. 혹시 Eco의 [장
미의 이름]이란 책을 보셨나요? 바로 그 수법이예요. 중세
땐 중요한 양피지의 표면에 치명적인 독을 발라 놓았었죠.
이 양피지를 잘못 만졌다간 독사하고 말 거예요."

"저 양피지는 1800년 갑자기 사라졌다는 그 양피지일 거예
요. [드라큘라의 칙서]라고 불리는 건데 1729년 유럽에 전염
병이 만연하던 때에 발견된 거예요." 지타가 책에서 봤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71+Enter]
===>]# 해바라기 #[<===

모든 게 혼돈스럽다. 그렇다면 처음, 여행을 가자고 우리
를 유혹했던 것도, 늦은 밤, 이 성에 들어가자고 재촉했던
것도, 그리고 실종된 것처럼 행동했던 것도, 모두 윤정의 계
획적인 일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無. 아무 것도 없다. 세상이 아무 소리 없이 고요
해 지며 난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아무 것도 없는 상태, 지금 난 그런
상태다.

[66+Enter]
===>]# 장미 #[<===

지타가 던진 PeauTon 덕이었다. 떠도는 영혼을 흡수한다는
그 약물, 오랫동안 사람들을 저주해 왔던 드라큘라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게다.

드라큘라를 소멸시켜 버린 후 조금 안정감을 되찾았을 무
렵, 우린 그 누구도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다들 부
끄러워졌다. 특히 나와 지타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
었다. 우리는 어느새 한 몸이 되었었던 게다.

드라큘라를 죽이긴 했지만 윤정을 찾을 순 없었다. 이후
성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윤정의 흔적은 전무했다.

===>]# 블라드 성 #[<===

지금에 와서는 그 당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상하게도 지타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던 게
다. 함께 잔 지타와 함께 윤정을 찾는 일은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윤정을 찾지 못한 채로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윤정
의 이야기를, 그 저주받은 성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려 했
지만 아무도 우리를 믿어주지는 않았다.




===>]# 한국 #[<===

그렇게 윤정은 '실종' 이란 말로 삶의 최후를 맞이하게 됐
다. 그리고 지금, 지타는 내 부인, 우린 행복하게 살고 있
다.

가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웃음 짓곤 하지만 이젠 우리에게
도 그 기억이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질 뿐이다. 우린 이렇게
기억한다. 어떤 저주받은 공통의 악몽을 꾼 거라고. 처음부
터 윤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라고...

종결>
사건 미해결. 드라큘라 소멸, 윤정 구출 실패.
[197+Enter]
===>]# 장미 #[<===

내 사랑 윤정이 드라큘라에 능욕당하고 있다. 죽어도 좋았
다, 어떻게 해서든지 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야. 지
금으로썬 윤정을 향해 뛰어드는 수밖에 없었다.

지타의 말은 사실이었다. 드라큘라의 앞에는 얇은 막이 쳐
져 있었다. 막에 크게 부딪친 난 주춤거렸다. 그러자 드라큘
라는 한 손을 길게 휘둘러 내 안면을 갈겼다.

그리곤 또 다시 온기 없는 목소리로 지껄였다.



===>]# 장미 #[<===

"너의 무모함이, 너의 이기심이 파멸을 부르노니, 왜 너는
자유롭고자 하나, 네 부인의 자유는 인정치 못하고 있는가!
너의 고립된 의식에 벌하노라. 네 이기심과 네 자기애와 네
평등의식의 결핍에 善으로써 죄를 물으리라."
그리곤 드라큘라는 긴 손톱을 그대로 내 목에 찔러왔다.
내 목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면서도 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렇게 삶이 끝나는 거구나, 삶은 정령
허무하구나, 란 생각을 하며 세상으로부터 소거되어 갔다...

종결>
사건 미해결. 모두 사망.
[197+Enter]
===>]# 양귀비 #[<===

다급하게 양귀비꽃 모양의 문고리를 잡아당겼을 때 그 거
대한 문은 쿠쿵,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 열리지 않은 문 속으로 들어갔는데 비록 드라큘
라의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한시라도 빨리 그로부
터 멀어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너무도 컸다.

방 안에는 양귀비향이 아주 짙게 풍겨왔다. 우리는 그 안
에서 다소 안심을 한 후 아직 의식을 잃어있는 이솔을 보았
다. "이솔, 정신차려봐. 이솔, 이솔!"


===>]# 양귀비 #[<===

이솔은 깨어나지 않았다. 심장에 귀를 가져가 그의 고동소
리를 들어보았으나 역시 멈춰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왔던 내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친한 친구, 이솔이 그렇게
사라져 간 게다. 젠장할 드라큘라. 난 분노가 치솟았다.

진은 이솔을 안은 채로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솔과 진의 사랑은 세상 그 어느
연인보다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구석이 있었다.

윤정이 꽤나 걱정되어 왔다. 지금쯤 윤정은 어떻게 되었을
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양귀비 #[<===

그 때 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진을 돌아보니 죽어있던
이솔의 손에 목이 잡혀 있었다. 지타는 즉시 달려들어 이솔
을 가방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이솔은 지타의 목 역시 움쳐잡았는데 이솔은 검은
빛 없는 눈동자로 내 공격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솔의
몸은 딱딱한 각목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쳐도 부서질 것
같지 않았다.

그 때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지타가 외쳤다.


===>]# 양귀비 #[<===

"아처씨, 제 가방 안을 보세요. 그 속에 PeauTon이라 쓰여
진 약물이 있을 거예요. 그걸 제 입에 넣어주세요. 어서!"

난 즉시 지타의 가방을 살펴봤다. PeauTon이란 파란 약물
이 있었다. 난 급하게 뚜껑을 열고 지타의 입에 넣어줬다.

그러자 지타는 이솔을 힘껏 안았다. 그리곤 울먹이며 말했
다.

"부디 꼭 윤정을 구하세요..."


===>]# 양귀비 #[<===

"왜 그래요? 지타씨?", 지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약은 영혼을 흡수하는 약물이랍니다. 그렇지만 사용준
비를 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모두 죽는 것 보단 낫잖아요. 꼭 윤정씨를 찾아서 진씨와 이
성을 빠져나가셔야 해요. 그게 제 마지막 바램이예요."
잠시 후 번개 같은 불빛이 강하게 발산하더니 순간적으로
지타와 이솔이 사라졌다. 진도, 나도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
에 놀라 아무 말로 하지 못했다.

그 때였다. 검은 그림자를 발견한 것은. 그건 드라큘라였
다!
[53+Enter]
===>]# achor's page #[<===

지금 시각, 1999년 7월 2일 15시 45분.
휴우. 여기가 마지막 페이지야.
일부러 99번째 페이지를 여백으로 남겨놓았지. ^^;

이제 색깔만 입히면 되겠는데, 그건 또 언제한담. !_!

어쨌든 쓰는데만 106일이란 시간이 걸린 내 평생의 대작을
드디어 마쳤다. ^^*

참, 이 페이지 코드명은 [99]야. ^^*
여길 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 내 한 번 쏘지. ^^

===>]# 그림통로 안 #[<===

우리는 그림통로 속으로 들어갔다. 원래 성 자체가 어둡긴
하였지만 그 통로에 비한다면 오히려 밝은 편이었다. 통로
속에서 손전등 빛은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뻗
어나가지 못한 채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으악!"
그 때였다. 갑자기 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나
역시 공중에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을 잠시 받더니만 밑으
로 끊없이 떨어져갔다. 난 이상한 향취를 맡으면서 조금씩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 블라드 성 #[<===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주위엔 모두들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누구 하나 없어지지 않
은 사실이.

"일어나봐." 난 모두를 뒤흔들어 깨웠다.
"으읔. 여기가 어디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때 내 눈엔 누렇게 빛이 바래 너저분하게 말려있는 양
피지 하나가 띠었다.


===>]# 블라드 성 #[<===

"저기 봐 봐. 양피지가 있어."
"양피지?" 이솔은 다가가 양피지를 살펴보려 했다.

"이솔!" 난 이솔을 가로막았다. "네가 그랬잖아. 사물을
쉽게 대해서는 안 된다구."

"이 양피지엔 무언가 적혀있는 것 같아. 이거야 말로 큰
단서가 될 거라구!"




===>]# 블라드 성 #[<===

선택>
1. 양피지를 본다 --- 130
2. 양피지를 보지 않는다 --- 70









===>]# 카르카고 마을 #[<===

내가 슬며시 빨간 구슬을 쥐었을 때 그 노인은 대로하여
외쳤다.

"간사한 것들. 너희 또한 저 드라큘라와 다를 바가 없구
나. 그 불 같은 욕망이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릴 게다. 네
재물이 있음에도 가난한 자의 몫을 탐하려 한 죄, 네 사랑이
있음에도 다른 연인을 탐하려 한 죄, 네 명예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킨 죄. 이를 벌하리라. 왜 너의 공허는 채워져야만 한
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처음부터 텅 빈채로 완성되어 있었노
라."


===>]# 카르카고 마을 #[<===

노인은 말을 마친 후 뿌연 연기를 내뿜더니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피곤한 육체임에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을 당
하니 그 황당함에 더욱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우선은 쉬고 싶었다. 그리하여 다시 마을 안으로 향했는데
마을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노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보
통의 평범한 마을 같았는데 그가 사라진 이후로는 뭐든 게
이상해 보였다. 기분 때문인가?

그런데 그게 내 기분만은 아니었는지 진이 떨리는 목소리
로 말을 하였다.

===>]# 카르카고 마을 #[<===

"처음엔 몰랐는데, 이 마을 조금 이상한 것 같아. 특별히
이유를 대라면 댈 순 없겠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야."

진의 말에 이솔 역시 동의했다. "맞아, 무언가 이상해."
"우리 그냥 성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먼저 쉬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진이 겁을 잔득 먹었는지 다시 성으로 돌아갈 것
을 제안했다.

"이유없는 객기를 부릴 필요는 없잖아.", 다시 이솔이 덧
붙였고, 내가 "어디든 불안한 건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다.

===>]# 카르카고 마을 #[<===

선택>
1. 다시 성으로 돌아간다 --- 39
2. 카르카고 마을을 탐색해 본다 --- 83









===>]# 카르카고 마을 #[<===

우리는 피곤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터벅터벅 힘겨운 발걸
음으로 그 침묵의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난 문득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래, 아처?"

인기척이 난 곳을 바라보니 어두운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저기를 봐. 누가 있는 것 같아.", 진은 내가 가리킨 곳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그 그림자가 슬며시 모습을 나타냈을 때 우리는 그가 아까
홀연히 사라졌던 그 노인임을 알아채곤 다소 안심할 수 있었
다.

===>]# 카르카고 마을 #[<===

그 노인 역시 어딘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드라큘라보
다는 나았으니까.

"자네들의 친구가 저 성에 갇혀있지 않은가?", 우리의 놀
라는 모습을 보면서 노인은 전혀 표정이 없는 얼굴로 우리에
게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열정을 갖고 드라큘라에 맞서
려 한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조금 전처럼 공포스러운 형상은 아니었다. 난 낯선 산 속
으로 떠났던 어린시절의 극기훈련에서 들었던 귀신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28+Enter]
===>]# 카르카고 마을 #[<===

우리는 계속해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니
었기에 한 바퀴 다 도는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
았다.

우물을 지나 특별한 것을 발견치 못하고 있을 때 지타가
또다시 무언가를 찾아냈다. 이번엔 작은 동굴이었다.

동굴 입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지저분했던
마을과는 달리 깔끔한 느낌이 풍겼다. 동굴 내부에 손전등을
비춰봤지만 우리는 너무도 깊은 어둠 때문에 무엇 하나 볼
수 없었다.

===>]# 카르카고 마을 #[<===

"들어가 보자.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는 거야."
"무서워, 괜히 그러지 말자.", 진은 꼭 울 것만 같았다.
"그럼 여기서 뭐해, 이 마을에선 더 이상 할 일도 없잖아.
차라리 성으로 돌아가든가."

선택>
1.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 179
2. 다시 성으로 돌아간다 --- 39




===>]# 장미 #[<===

난 성급히 장미꽃 모양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거
대한 문은 소리없이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급
한 마음에 열리고 있는 문으로 재빨리 들어갔는데 그러자 문
은 다시 굳게 잠겼다.

어쨌든 드라큘라를 피했다고 생각한 우리는 크게 한숨을
내쉰 후 이솔을 치료하려 했다. 이솔은 고통스럽다는 듯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장미의 방이어서 그런지 방 안에는 장미향이 물씬했다. 코
끝을 진하게 찌르는 그 향은 어쩐지 유독성일 것 같았다.

===>]# 장미 #[<===

"여기 장미향이 이상하지 않아요?",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
는지 지타가 말했다. "예.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우리가 방의 향취에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돌연 신음하던
이솔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딱딱하게 굳은 눈을 하곤 진
에게 다가가 거칠게 진을 안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 힘이 없던 이솔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는 것은. 이솔은 진의 옷을 거칠게 벗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솔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솔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이 순간 날 잡는 손이 있었다.

===>]# 장미 #[<===

바로 지타였다. 지타 역시 괴상한 눈동자로 내게 안겨왔
다.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막무가내였다. 지타는 내 상의 속
으로 손을 집어넣어왔고, 다른 한 손으론 힘있게 내 벨트를
풀려 했다.

그런데 처음, 저항하려던 내 마음은 장미향 속에 묻혀갔고
난 강한 정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지타 역시 윤정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한 번쯤 안아보고픈 욕구가 생겼다.
다만 내겐 윤정이 있다는 윤리의식이 날 억제하게 했을 뿐이
었다. 장미향은 억제받지 않는 원초적 사랑의 욕구를 불러일
으켰던 게다.

===>]# 장미 #[<===

의식이 흐려져 갔다. 그럴수록 지타의 손길은 더욱 거세졌
고.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어쩐지 이 유혹을 거부해야 할 것 같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왜 거부해야 하나, 하는 의심이 들어왔다. 나와 윤정은 단지
연인사이일 뿐, 결혼할 계획은 없었다. 갑자기 영원할 계획
없는 사랑의 순애보가 의심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선택>
1. 사랑은 즐기면 된다. 지타를 안는다 --- 164
2. 윤정을 배신할 수 없다. 지타를 떨쳐낸다 --- 187

===>]# 연 #[<===

난 지체없이 연꽃 모양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문
이 갑자기 부서지며 아주 강력한 흡입력이 우리를 문 속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블랙홀과 같았다. 우리는 한데 엉켜 흡입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지타가 먼저 문 안으로 끌려들어
갔고, 조금 뒤 우리 모두 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연향이 풍기는 그 방은 문밖에서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설명하자면 흡입력은 고사하고 아예 중력 자체가
없는 상태였던 게다.

===>]# 연 #[<===

우리가 공중에 풍 뜬 상태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의아
해 하고, 또 두려워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명력이 없는, 건조한 목소리였다. 마치 녹음된
듯한 느낌을 짙게 풍겼다.

"처음부터 다시, 첨, 첨, 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어디
가 시작이야..."





===>]# 연 #[<===

난 윤회를 믿는다. 모든 건 돌고 돈다. 죽음은 삶의 대극
이 아니다. 그건 삶의 연속일 뿐이다. 죽음은 삶의 순환되는
여정 중에 한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믿으려 하진 않겠지만. 세상 진리를 근거를 대며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 그리 아쉬워하진 않으련다.

Never Ending Story.



[3+Enter]
===>]# 장미 #[<===

내가 지타와 관계했듯이 윤정 또한 드라큘라, 혹은 다른
누군가와 관계하는 것만으로 그녀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
다. 이건 아주 평등한 일이다. 내가 사소한 자유를 느끼고자
한다면 상대방에게도 적절한 자유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 아
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윤정의 쾌락에 휩싸여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
았다. 난 잠시 외면하며 때를 기다렸다. 드라큘라가 겨우 막
을 쳐놓았다는 것은 잠시 우리를 시험한 후 본격적인 결전을
준비하려 하는 의도란 걸 난 알고 있었다.


===>]# 장미 #[<===

예상대로 다소 시간이 흐르자 드라큘라는 막을 제거한 후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모습은 환영과 같이 아련한 느낌이
었지만 난 정신을 굳게 차려가고 있었다.

윤정은 잠잖고 서 있었고, 이솔은 쓰러져 있었다. 진은 공
포에 질린 듯 이솔 곁에서 떨고 있었고, 지타는 내 뒤에서
잔뜩 인상을 쓰며 다가오는 드라큘라를 노려보았다.

즉감할 수 있었다. 이건 나와 드라큘라만의 결전이다, 이
것에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한다, 최후의 결전, 지금 이 순간
나와 내 친구들, 내 애인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려있다...

===>]# 장미 #[<===

드라큘라는 내 앞 5m 거리까지 다가와 잠시 주위를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판 승부야. 너와 나, 단 둘만의. 러시안룰렛을 떠올려.
진정한 승부는 한 번으로 끝내는 거야. 그건 죽음으로 연결
되거든. 그리고 지금까지 너무도 놀랍게 버텨낸 너희들을 위
해 한가지 힌트를 알려주지. 최후의 코드명은 아처,야."

그리곤 가볍게 양 손을 맞잡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주먹을
내질러 왔다.


===>]# 장미 #[<===

'이건 단판 승부다! 여기에 모든 걸 건다!'
난 드라큘라의 긴 손이 내 머리 위로 스치는 것을 느끼며
드라큘라를 향해 오른 주먹을 올려쳤다.

이것이야말로 단판 승부였다. 악명 높은 드라큘라였지만
그는 惡하지 않았다. 그는 순수한 惡이었던 게다.

그는 정의가 무엇인지 아는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주먹이
내 몸을 스쳐갔음을, 또 내 주먹이 자신에게 옳게 와 닿았음
을 느끼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 장미 #[<===

"좋네. 내가 졌네. 자네의 안목이 모든 걸 구했네.", 드라
큘라는 가볍게 입맛을 다신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다시 침묵하겠네.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두게나. 세
상은 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 같은 순수한
惡은 善의 神과 동일한 가치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거라네.
동등한 가치 중 어느 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게나. 지
금까지처럼, 그렇게 살아가게. 그리고 훗날 날 다시 한 번
찾아오기를 바라네. 그럼..."

드라큘라는 말을 마신 후 홀연히 사라졌다.

===>]# 장미 #[<===

우리는 해낸 거다. 드라큘라를 물리치고 내 사랑 윤정도,
내 친구들도 모두 무사한 상태로 이 저주받은 성을 정복해
버린 게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기나긴 고생 끝에
성공적으로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느낌, 그런 느낌을 받고
있었다.

드라큘라가 사라지자 윤정도, 이솔도 모두 정상을 되찾았
다. 우리는 서로 껴안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
만 살며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수밖에는.



===>]# 한국 #[<===

그렇게 우린 다른 여행 계획을 접은 채로 한국으로 돌아왔
고,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 아는 선
배 기자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지만 선배는 이상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았다. 우리만이 공유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우리, 나, 윤정, 이솔, 진, 지타는 가끔 만나
그 날의 모험을 되새기며 때론 살짝 움츠리기도, 또 때론 가
볍게 웃어버리기도 하며 추억을 음미했다.

===>]# 블라드 성 #[<===

그리고 이제 난 블라드 성으로 가는 길이다. 드라큘라의
마지막 말, 훗날 날 다시 한 번 찾아오길 바라네, 그 말을
따르려 하는 게다.

드라큘라가 두렵지 않다. 난 그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
다. 그는 단지 순수한 惡일 뿐. 이제 수 백년동안 고생한 그
를 대신하여 내가 순수한 惡이 되려 한다. 난 드라큘라와 생
사를 건 마지막 한 판을 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대전을 극복해 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드라큘라
는 내게 순수한 惡의 자리를 물려준 채 쉬려 한다는 것을.

===>]# 블라드 성 #[<===

오랫동안 세상의 음지에서 묵묵히 존재하여 온 그에게 난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나 역시,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없이 투명에 가까
운 블랙으로 순수한 惡의 神이 되려 하는 것이다. 난 잘 해
낼 자신이 있다.

종결>
사건 해결. 모두 생존.


[197+Enter]
===>]# 블라드 성 #[<===

"그래. 일단은 여길 피해보자. 이 상태로 우리가 드라큘라
를 만난다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을 거야."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지만 블라드 성은 너무나도 복잡하
였다. 아무리 헤매도 결코 나가는 길을 쉽게 찾아낼 수는 없
을 것 같았다. 이 저주받은 성의 미로 같은 구조에 짜증이
났다.

어쨌든 난 진의 손을 잡고 성의 통로를 달렸다. 방향감각
은 이미 상실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이렇게 마구 달리는 것밖에 없었다.

===>]# 블라드 성 #[<===

쿵, 우리가 힘겹게 달려가고 있을 때 우리는 앞에 갑작스
레 나타난 무엇과 부딪쳐 쓰러지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 물체를 바라보니,
그건 다름아닌
드.라.큐.라.였다.

본문 내용은 9,36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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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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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98   (아처) 드라큘라 achor 1999/07/05199
25797   (아처) 드라큘라 해설서 achor 1999/07/05158
25796   (아처) 들낙날락 achor 1996/07/25153
25795   (아처)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 achor 2000/01/27203
25794   (아처) 따를 수 없는 신비 achor 1996/07/01144
25793   (아처) 딱 1000이다~ achor 1996/05/27207
25792   (아처) 딱 4000개의 글이군~ achor 1996/07/17154
25791   (아처) 때론 침묵이... achor 1996/12/07189
25790   (아처) 때론... achor 1997/01/23149
25789   (아처) 떠나간 Diary는 말이 없다 achor 1999/05/20212
25788   (아처) 떠나겠다 achor 1996/06/23202
25787   (아처) 떠나겠다 2 achor 1996/12/31185
25786   (아처) 떠나기 전에 1 achor 1996/08/16210
25785   (아처) 떠나기 전에 2 achor 1996/08/16205
25784   (아처) 떠나는 동은이... achor 1996/06/14146
25783   (아처) 떠나는 자, 마지막 글 achor 1997/04/01413
25782   (아처) 떠나는 자, 마지막 글 2 achor 1997/11/0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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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