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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석방 2주년을 맞이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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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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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8월 16일, 정목과 난 그렇게 기다리던 자유를 다시
얻었다. 우리는 영등포구치소 앞에서 크게 고함을 지르곤 마
구 달려 Get2를 사 피웠다. 그리곤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먹
으며 우리가 하고픈 대로 할 수 있는 이 자유에 감사했었다.
1999년 8월 16일,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정목은 입대하여
대한민국 육군으로서 다시 얽매인 몸이 되어있고, 난 그 날
들을 기억하며 이렇게 있다.
18시 종로서적에서 성빈을 만난 후 서울극장 앞에서 성훈
을 만났다. 별 할 일이 없었던 우리는 종로, 수많은 인파 속
에서 하릴없이 서 있었다.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생각했다.
씨네96, 소모임 번개가 있다고 했다. 성혜, 정삼, 인수,
현미를 만나 닭갈비를 함께 먹으러 갔다. 米소주가 공짜라
하여 열심히 마셨다. 그리곤 씨네96 사람들과 헤어진 후 두
부를 먹으러 갔다.
성빈이 종로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풀무원 참마루두부를
한 모 사줬다. 얼굴에 마구 묻혀가며 먹었지만 정말 느끼했
다. 그래도 왠지 먹어야 할 것 같아 열심히 먹었다. --;
다시 신림으로 이동하여 주연, 선웅, 유라, 란희를 만났
다. 가볍게 맥주를 24시까지 마신 후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정규가 합류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나, 성훈, 선웅, 정규. 선웅은 헌팅을 하
자고 했다. 길거리에 서 있는 우리에게 접근한 한 삐끼를 따
라 신림의 다소 구린 락카페로 향했다.
끊임없는 HipHop, Techno 속에서 우리는 여자들을 갈구하
였으나 역시 예상대로 꽝이었다. !_! 찍어놓은 여자가 열 명
도 훨씬 넘은 패거리임을 너무 늦게 알아차려 쪽팔림만 당했
다. 훌쩍. !_!
다시 거리로 나온 우리는 오만한 정규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정규 역시 꽝이었다. --;
그렇게 신림역 롯데리아 앞에 쭈그려 앉아 새벽을 보내며
석방 2주년 기념일을 흘러 보냈다.
성훈은 졸음에 겨워 완전 시체가 되었었고, 정규는 정신
나간 듯이 혼자 싸돌아 다녔고, 그나마 정상은 나와 선웅 뿐
인 듯 했다. --;
오묘한 새벽이었다. 그리고 태양은 없다,를 생각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 여름이 흘러갈 무렵, 바람이 선선해
지고 있음을 느낄 무렵이면 항상 그 고립된 공간에서의 기억
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 시절엔 내가 겪고 있는 이 이야기들을 잘 이야기할 수
없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이제는 나조차도 흘쩍 잊혀져 가고
있다.
내 삶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지 예전만큼 당당한 자신감
은 현재 갖고 있지 못하다. 항상 이런 마음 뿐이다. 길이 있
으니 그냥 가보는 거지, 뭐.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아주 중요한 순간이 닥쳐와 내 휘청거렸던
삶을 후회할까 두렵다. 보잘 것 없는 좌우명, 후회없이 살
자. 항상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그렇지만 아직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면 그냥 가보고
싶다. 난 심한 갈증과 공복감에 시달리고 있는 게다...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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