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를 복구하며... (2005-10-09)

작성자  
   achor ( Hit: 1123 Vote: 1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내 홈페이지의 데이터가 날아간 것을 발견한 건 오늘 아침이었다.

그 뜨거웠던 여름날이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차가워진 바람이지만
일요일 특유의 포근하고, 편한하며, 나른한 그 느낌을 마음껏 누리고 있을 때,
그 때다.
그런 상황에서 IE 첫 페이지로 설정되어 있어 당연하게도 떠야할 내 홈페이지가 뜨지 않던 것은
정말이지 난데없는 청천벽력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 좋지 못한 서버와 내 무관심이 결합된 탓이겠다.
그러나 일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터,
나는 무척이나 아쉬워 했으면서도 당황하거나 주저하는 것 없이
가장 최근의 백업을 찾아 복구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근래 내가 홈페이지에 별로 관심을 안 갖고 있었기에
백업에 관한 최근 기억은 전혀 없었던 것이 걱정거리였다.
가장 최근 백업이라봤자 최소 1년은 더 됐을 것만 같았다.

진작 종종 백업 좀 해둘 걸 하는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다.
상황은 이미 일어나 버렸고, 지금 와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무슨 사건이 일어나든 내 반응은 대개 이런 식이기에
내 희노애락은 타인에 비해 그 정도가 적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단독으로 쓰는 컴퓨터는 게이트서버, 웹서버, 작업용PC, 유희용PC 총 4개가 있는데
각 컴퓨터를 샅샅이 찾았더니
약 3개월 전인 2005년 7월 19일자 백업파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최근의 백업이었다.
새삼 내 자신의 근면성실함에 놀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일사천리로 복구 작업 개시.

언젠가는 하루에도 수 십 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던 내 홈페이지이지만
이제는 한 달에 한 개 올라올까말까하는 수준이라는 게
이럴 때는 오히려 축복이다. --;

적어도 이 다이어리에 지난 3개월동안 나에 의해 작성되어
유실된 데이터는 모조리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다.

7월 말 즈음엔 여행을 떠난다는 글이 있었고,
8월 초 즈음엔 여행을 잘 다녀왔다는 글이 있었고,
9월 중 즈음엔 그간 옛 사랑이 결혼했다는 글이 있었고,
10월 초 즈음엔 서른에 관한 글이 있었다.

완벽하다. --;

그렇지만 소중한 지인들이 남겨둔 몇 편의 게시물은
결국 영구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또 한편으론 그럴 운명이었다고, 지워지는 게 하늘의 뜻이었노라고 변명해 본다. --;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의 내 삶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이 홈페이지는
아무리 거센 싸이의 물결이 밀려와도, 터무니 없이 강력한 귀차니즘이 일어난다 해도
내 가장 소중한 첫 번째 보물임은 변치 않을 것이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6,96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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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