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 (2008-06-01)

작성자  
   achor ( Hit: 1659 Vote: 27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얼마 전 keqi가 회사로 찾아왔었다.
외근 핑계로 회사도 박차고 나왔다는 그는
다짜고짜 현 정세에 관해 물어왔다.

나는 그의 등장도 그렇거니와 와서 한다는 소리까지도 너무나 뜬금 없어서
난감해 했다.

그리고 반성했다.
일상에 바빠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관심 있어했던 세상에
완전히 손을 놓아버렸다는 것을.

keqi는 그 길로 시청으로 향했고,
나는 커피 한 잔 그에게 대접한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2.
사실은 좀 고소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그간 그토록 한나라당은 안 된다고 외쳐왔건만
세상은 역대 최고의 지지도로 한나라당 출신 이명박을 뽑아냈고,
나는 완전히 어쩔 수 없는 세상이 된 기분이었다.

내 눈 속에선 좋은 길이 아닌데
사람들은 그 길이 좋다고 확고부동하게 믿고 있었고,
나 또한 그렇듯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큰 사람을 설득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너희들이 바라던 한나라당이 집권을 했고,
그 결과 또한 너희들의 책임일 뿐이라고
사실은 좀 고소한 느낌을 갖고 있었던 게다.

그렇지만 그래도 박근혜나 이회창이 된 것보다야 훨씬 나은 거라고,
그나마 이명박에 대한 작은 기대는 갖고 있던 터인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명박은 내가 바라던 것보다 너무 못하고 있다.

고소한 일이 벌어지길 내심 바라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 모두가 공멸로 치닫는 길이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명박이 그래도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내게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3.
그간 바쁜 일상이란 핑계와
너희가 저지른 일, 너희가 책임져라, 식의 방관으로 매우 뜨거운 2008년의 초여름을 봐왔지만

어제는 좀 심했다.

이건 아니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477965

당연히 인터넷 미디어를 지극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보수언론의 주장처럼
과거의 사진을 올릴 가능성도 있는 몇몇의 극좌파도 있다고는 보고 있다.

사진이 사실이든 아니든
사진을 보며 처음으로 직접 촛불문화제에 가보고 싶다는 의욕을 느꼈다.
2002년 월드컵 때에도 거리에 나가길 귀찮아 했던 내가 말이다. -__-;

사실이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할 것만 같다.
사실이 아니라면 다행이겠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이런 환경에서 나 몰라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만 같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런 세상이 다시 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놀랍다.

고등학생 시절 그토록 세상을 위해 싸우고 싶어했으나
등투밖에 남아있지 않던 대학 운동권에 큰 실망을 했던 내게
모두를 위한 정의, 진실을 위해 싸울 기회가 온 것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6,01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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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08-06-01 18:26:25
정말 오묘한 것은
이명박에 대해 이명박보다 더 싫어하는 박근혜, 이회창쪽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
적의 적은 동지임은 분명하지만 특히나 박근혜쪽과는 어떤 식으로든 협력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기만 한데...

 achor2008-06-01 18:39:16
이후 혹 내가 촛불문화제에 참석한다 해도, 내 입장은 확실하다.
나는 노무현과 유시민을 지지해 왔고, 진보쪽에 발을 두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한미FTA에 찬성하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또한 찬성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대한민국이란 국가적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해야할 부분이라고도 믿고 있다.
다만 이명박은 첫째 국민이 배제된 경제논리로만 접근을 한 탓이 있고, 둘째 시대에 역행하는 소통의 방식, 즉 오랫동안 이어진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탓이 크겠다. 특히나 무력진압이 있었다면 결코 용납하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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