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를 원하는가, 평등을 원하는가 (2008-07-09)

작성자  
   achor ( Hit: 1371 Vote: 7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나는
진심으로
내 자신이 남녀평등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진심이다.

며칠 전
마초, 애처가, 페미니스트, 방관자로 구성된 군상과 술 한 잔 하게 됐는데
나는 그 중 내가 가장 성평등에 근접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대학 초년의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남녀가 평등하다는 교육을 받고 성장하였지만
이제 막 성인사회에 첫 발을 내딘 이가 으례 그렇듯이
생각만큼 행동할 리는 만무하였고, 또한 생각조차도 어설프기 짝이 없던 상태였다.

나는 별 것 아닌 화제에
마치 여성에 대해 배려를 해야하는 것처럼 이야기 했었고,
내 이야기에 여성이었던 친구는
그렇게 남녀 구별을 하는 것부터가 성차별의 시작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그 여성 또한 나와 같이 어설픈 대학 초년의 입장이었지만
나는 머리를 강하게 얻어 맞은 듯한 깨달음은 얻게 됐었다.

당연하게도 차이와 차별은 구분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를테면 "남성이 무조권 져줘야 집안이 평안하다" 따위의 명제는
신문물에 앞서있다고 자평하는 남성들이 흔히 이야기 하고
또 많은 여성들도 박수 치며 동의하는 사항이지만
그러나 확실히 차이가 아니라 차별인 게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성차별이고, 비인간적이라고 확신한다.
남성 주부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성에 근본한 가정에서의 역할 구분은 공정하다라고 결코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내 부인을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할 것이고,
그것이 진실한 행복임을 증명해 낼 자신이 있다.
때론 싸우고, 갈등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화해하고, 해결하고, 서로를 보다듬어 줄 것이다.
맹목적인 배려를 요구하는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똑같은 인간과 인간이 만났기에
겪을 수 있는 과정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와 많은 생각을 공유했던 친구녀석의 집들이 때였다.
"제수씨, 이 친구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그래요?" 라고 친구들이 물었을 때
친구는 "돕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이 사람 일이 아니고 우리 일인데." 라고 이야기 했었다.

양성평등엔 그게 정답이다.
우리 일인 것이지, 처음부터 남성의 역할, 여성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 게 아니다.

너희 (일부) 애처가여,
"설거지랑 청소는 내 몫이라고. 집안일 돕는 거야 요즘 남편의 기본 아닌가?" 라며 가증스럽게 웃지 마라.
그것, 니가 누구를 도와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니 일인 것이다,
부인이 전업주부가 아니라면.

너희 (일부) 페미니스트여,
입장을 분명히 하라.

신사를 원하는가, 평등을 원하는가.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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