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eu 2008, Start 2009 (200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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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Adieu 2008, Start 2009 ( 2008. 12. 31. )
번호: 작성자: achor 작성일: 2009/01/02 20:57:50 조회수: 35 추천: 0



1년 전 이맘 때.
지금처럼, 2007년 한 해를 돌아보며 2008년을 계획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아직 기억 속에선 엊그제 일인양 뚜렷한데
그 시절 내 머릿속을 온통 채우고 있었던 연애시대,는 이제 잘 떠오르지 않는다.

1년 전 이맘 때.
모든 것을 바꾸려 했었다.
행복했지만 걱정이 많았고, 자유로웠지만 압박이 컸다.
꿈꿔왔던 모든 걸 버리겠노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었다.



결국 적당한 직장인이 되어 있다.
결국 자유롭고 풍요롭던 영혼은 종말을 고했지만
적당한 직장인의 삶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정치나 게임 대신 주가나 트렌드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신림동의 삼겹살집이나 꼼장어집 대신 신촌의 와인바나 카페를 찾는 것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대신 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핸들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사회의 보편타당한 한 구성원으로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그렇지만 서른 셋.
감당할 수 없는 숫자다.
잔치는 끝날 것이라며, 확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서른도 이미 훌쩍 넘겨 있다.
통제 불가능한 채 타성적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 같은 숫자다.

아직 집에서 홀로
시체놀이나 하며 시간을 축내는 것이 훨씬 좋기만 한데
사회의 보편타당한 구성원으로서
적당히 결혼도 하고, 출산과 육아를 하며 늙어가야만 한다.

시간에 저항하는 것이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다.
악날하지만 달콤한 사회에 발을 디딘 대가로서 계속해서 주어지는 과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느낌이다.



1년 후 이맘 때.
올해처럼, 내년에도
2009년에 주어진 사회적 삶의 과제를 그래도 잘 풀어왔노라고 자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록 그것이 개인적인 이상향과 동떨어져 있다 하여도
어차피 삶이라는 것, 가슴 한 편에 이룰 수 없는 꿈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니던가.

- achor


본문 내용은 5,80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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