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 (200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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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78 Vote: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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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발렌타인 데이다.
회사일로, 또 가족사로 바빴던 탓도 있겠지만
주변 누구도 발렌타인 데이를 상기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어제였던 어머니 회갑.
회갑을 깜빡한 채 잡아놓았던 소개팅을 하루 미뤘더니
발렌타인 데이다.

당연하게도 발렌타인 데이를 낯선 여자와 맞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애인 없던 지난 몇 년간 그래왔듯이
주변 사람들과 소소하게 보내는 게 오히려 편하고 좋다.
뭐, 지나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홍대는 젊은이들의 물결이다.
상수역 근처에 차를 대곤 낯선 이를 맞이한다.

소탈하다, 삼겹살집을 가잔다.
소개팅에서 스파게티를 안 먹은 건 거의 처음이다.
사실 그간의 스파게티, 맛대가리 없었다.

술 좀 마신다는 사전 정보를 들었던 터다.
회사를 연애하려는 목적으로 다니는 내게 소개팅 주선자는 물었었다.
술 좀 마시냐고.

물론 답변은 아니오, 였다.
(1) 엄청난 주당들이 즐비한 세상 속에서 술 좀 마신다는 이야기는 적잖은 도발이기도 하거니와
(2) 술 잘 마시나요? 못 마시나요? 양자택일의 문제라면 보편적으로 후자가 더 나은
통상적인 답변을 했을 뿐이다.

그녀는 내가 술을 잘 못 마신다는 사실에 아쉬워 했다.

엥! 좋다, 상대해 주마. -__-;



일단 차가 부담이 되니
isol을 타고 신촌으로 향한다.
내 차를 타온 사람들 중 처음으로 불안해 하지 않는다. -__-;
그녀는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라고 초콜릿을 선물한다.

단골 바에서 맥주 한 잔 마신다.
맥주, 까짓 거 피쳐 정도는 원샷할 수 있단 말이다!

전혀.
문제 없다. 맥주 따위.
취할 턱이 없다.
설령 취했다 해도 취한 나 역시 나다.

시간은 흘러흘러 발렌타인 데이를 지나 15일로 흐르고 있다.
자정을 넘기는 소개팅, 오랜만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76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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