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WBC 결승을 보며... (20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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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651 Vote: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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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이번 제2회 WBC는 기억에 남을 명승부였다.
나는 솔직히
결승에 일본이 올라오길 바랬었고,
일본과의 결승을 앞둔 상황에서 져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2승2패.
지역예선부터 치열하게 승부하여 결승에서의 조우.
최후의 결전.
한 일본인은 고시엔의 결승이 한 현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스토리가 좋다.
정말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됐고,
게다가 2아웃 9회말 동점을 만들어 내는 상황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 했었다.

아쉽게 석패하였지만
감독 예하 선수 모두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언론매체는 중요한 부사를 종종 생략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우승을 했다고 해도 월드컵 4강보다 임팩트가 약할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대단한 일임은 분명하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또한 이번 WBC든.
항상 조금 걱정을 한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팀을 지극히 응원했고, 한국의 승리에 감격했었다.
5만 남짓 다저스스타디움의 8할을 한민족이 채우는 민족의 단결력에 찬사를 보냈고,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하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조금,
아주 조금 걱정은 했다.
나쁘게 말해서 이 한국식 쇼비니즘을.

일본인들이 말하는, 승리 후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특정 사안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그래도 되는 일이며,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수의 한 행동이 아니라 민족, 국가적 분위기가
초~큼, 아주 초~큼 우려스러울 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MBC-TV의 W이다, World Wide Weekly.
언젠가 말한 적 있지만
국지적 시야를 넓혀주는, 이런 시사프로가 한국에는 너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W는 이에 거의 독보적인 프로그램이라 본다.

나는 나 자신도, 또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도
좀 더 코스모폴리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나 역시도 모순 투성이다.

TV속의 ARS 성금이든, 해피빈이든
타국의 난민을 돕는 행위를 볼 때면
지금 국내의 배고파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데 그 돈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돕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상대, 혹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범한 자국 선수를 비하하면서까지
국가적 위신과 체면을 높히려는 행위에 반감을 갖게 된다.

과거의 침약행위와 현재의 독도문제, 각종 망언 등으로 재수 없는 건 분명하지만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승리한 승자에 대해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의도하지 않게 실수를 하여 매우 죄스러워 하고, 죽을 만큼 미안해 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
그래도 잘 했다며 격려해 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대가 일본이라도 별 의식 없이 대충 한다면 그건 또 서운하겠지만
동시에 상대가 일본이라고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이상하게 이상해 보인다.

나 역시도 모순 투성이다.



아무튼
국적이나 신분, 상황이 다를 지언정 민족적 응결성을 갖추되

(1) 스포츠이기에 승자에 대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다면 좋겠고
(2)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결과에 변명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3) 자국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다.

당연히 현재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극대화된 민족주의는 결국 나치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는 있다.
애국심과 쇼비니즘은 한 끝 차이이기에 경계하지 않을 수는 없는 듯 하다.

- achor


본문 내용은 5,72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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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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