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녀에 대한 단상 (2009-11-14)

작성자  
   achor ( Hit: 1776 Vote: 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지난 한 주 대한민국의 젊음은
미수다 루저 사건에 휩쌓여 있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경솔했던 루저녀에 우호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자신보다 키 큰 남성, 자신보다 키 작은 여성을 찾는 건
그녀만의 특별한 생각이 아니라
현 시대의 적지 않은 통념과 일치했던 것도 맞지만
그럼에도 180cm라는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모든 이들을
심각한 표현으로 싸잡아 비난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했던 게다.


그렇지만 사건의 진행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해진 면이 있었다.

세상은 그녀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하며 그녀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녀의 학교에 그녀를 제적해야 한다고 청원하거나
방송사에 대해 손배상 청구를 하기까지 했다.

비록 공중파 TV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 놓고 발언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했고,
그녀가 그렇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그 정도의 실수는
우연히 방송국의 게스트로 출연한 나라도 할 수 있을 법한 수준의 것이었다.


나는 새삼 세상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이를테면 내가 이곳 내 홈페이지에
현실적으로는 통념적이나 그러나 반사회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것이 우연한 계기로 널리 퍼져서
전 국가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면 당황스러울 것은 분명하다.

말 한 마디 때문에 나는 마치 엄청난 국가적 죄악이라도 지은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세상에는 친일을 했음에도 오히려 떵떵거리는 자들도,
노약자라는 이유로 반칙이나 상대의 희생을 당연히 생각하는 자들도,
묶지 않은 개줄을 당당히 생각하는 광기 어린 자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비난 받아 마땅하고,
또한 웬만한 비난에는 한치의 흔들림 없이 적반하장으로 나올 것이기에
한 번쯤 된통 혼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질만 하지만

그럼에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수에 의해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건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 achor


본문 내용은 5,49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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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