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1일 차 (20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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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551 Vote: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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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      개인

20110215 22:34

아직 파리행 비행기 안이다.
탄 지 벌써 8시간 넘었지만 아직 3~4시간은 더 가야 한다.
바르셀로나까지 생각하면 이제 한 반 온 셈인가.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
굳이 고르자면 출장이고 뭐고 다 잊고 지난 밤 서GJ과 과음했다는 것 정도.
인천공항에서 오뎅우동 하나 먹을 때까지 오전 내내 속 아파 고생했었다.

비행기에 내내 갇혀 있다 보니 이젠 좀 지루한 느낌이지만
오전에 느꼈던 미세한 떨림, 그 작은 긴장감은 매우 좋았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아무 도움 없이 홀로 4박5일을 버텨야 한다는 것!
조금은 긴장되지만 왠지 모르게 재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내가 천성적으로 모험이나 새로운 걸 좋아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올 정도였다.

물론 파리에서의 환승도,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도...
좀 걱정도 되긴 한다만
지금은 일단 어서 파리에 도착해서 담배 한 대 피고 싶은 생각 뿐.

일단 이상!


20110216 03:35 / 프랑스 현지시각 20110215 19:35

프랑스 드골공항이다.

걱정했던 환승은 너무도 간단하여 허탈할 지경이었다.
안내문 따라 갔더니 그대로 프랑스 입국과 출국 절차를 거치더라.
인천공항에서 출발 시 게이트랑 탑승구가 안 정해 졌었는데 전광판에서 그것 찾는 게 그나마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이왕 공항 나간 김에 주변 좀 돌면서 프랑스 사진 몇 장은 찍었다.

프랑스에 대한 첫 인상은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농촌 풍경도, 또 공항의 현대화된 풍경도 한국과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정도.

어랏. 아까 비행기에서 게임 좀 했더니
노트북 배터리가 없다고 난리다.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다시 보자.


20110216 07:52 / 스페인 현지시각 20110215 23:52

20시간 이상 걸린 긴 여정이었다.
바르셀로나 도착 무렵엔 좀 졸았는데
웅성웅성 소리에 깨어나 보니 창밖으론 촉촉하게 바르셀로나의 봄비가 내리고 있던 중이었다.

드골공항보다 오히려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 난다.
여긴 별다른 절차도, 심사도 없이 그냥 입국하더라.
설마 내가 뭘 몰라서 거칠 관문을 빼먹은 채로 불법 입국한 건 아니겠지. -__-;

낯선 이국인들의 얼굴이지만 친절하고 선하게 생긴 인상이 느껴진다.
나도 스페인어를 모르고, 기사분도 한국어를 몰라 택시 안은 숙연했지만
촉촉한 봄비가 적신 바르셀로나의 밤거리를 질주하며 호텔 앞에 도착했다.
30유로.
40센트 정도 거스름돈이 나왔는데 팁 주지 못하고 습관처럼 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 말았다.
친절하고 선하게 생긴 기사분이니 문화차이를 이해해 주었으리라 믿는다. -__-;

1박에 290유로나 하는 4성급 호텔임에도
아. 어설프다.
이렇게 구릴 수가.

이건 뭐 동네 여관보다도 못한 것 같다.
일단 지난 번 중국에서 음식 적응에 고생한 바 있어서 컵라면을 좀 챙겨왔건만
통상적으로 제공되는 물 2병 정도도 없을 뿐더러 전기주전자도 없어서
라면은 고사하고 챙겨온 커피믹스도 먹을 길이 없어져 버렸다.
에라이. ㅠㅠ

창문을 여니 이건 흡사 어둑어둑한 뒷골목 분위기다.
무선인터넷은 무료이긴 한데, 역시 속도가 ㅎㄷㄷ 수준이다.
전기코드도 딱 1개 마련돼 있어서 노트북에, 사진기에, 原폰-로밍폰-아이폰 등 휴대폰만 3개인 이 상황에서 충전도 쉽지 않다.

실망감만 한 가득 이야기 한 것 같은데,
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왠지 모를 설레임과 기대감은 여전하다.

지난 밤만 하더라도 논현동 뒷골목에서 쇠주에 취해 흐느적 거렸건만
불과 몇 시간만에 이토록 머나먼 이국땅에서 봄비 내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니...

아무튼 그대들의 우려와 달리
나는 파리를 거쳐 바르셀로나까지 잘 도착하였고,
아직은 국제미아가 되지 않았다.

이상!

ps. 네트웍이 좋지 않아 사진은 후에 추가 예정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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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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