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풍경 (2011-08-28)

작성자  
   achor ( Hit: 1297 Vote: 8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부모님 이사가 있어 오전, 부천으로 향한다.
전국적으로 비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맑은 하늘에 화창한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홀로 차를 모는 것은 오랜만이다.
그간 시윤을 생각하여 항상 조심스레 운전해야 했지만
오늘은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악도 좀 크게 켜곤 나름은 거칠게 달려 본다.
어디 멀리 자동차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앞에는 노란 운전면허시험용 차 3대가 나란히 줄 서 달리고 있다.
나 때는 액센트였는데 지금은 프라이드다.
기아차의 선전이 느껴진다. 짝짝짝.

살짝 보니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맨 뒤에서 운전 중이다.
아마도 개강 전까지는 기필코 운전면허를 따겠다는 의지로 달콤한 일요일 오전의 늦잠도 포기한 채 나와있겠지.
그녀가 꿈꾸고 있을 지도 모를 풋풋한 청운이 살짝 부러워 진다.


노란 병아리 물결은 기분 상쾌하였지만
그래도 오늘은 내가 거칠게 달려야 하는 날이다.
언제까지 그 뒤를 졸졸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

차선을 바꿔 앞지르기 시작한다. 부웅~

2대의 차를 앞질렀을 때,
때마침 1번째 차가 차선을 변경하려 살짝 차선을 넘어왔고,
뒤에서 달려오는 내 차를 뒤늦게 보곤 이내 원래 차선으로 쏙 들어간다.
핸들이 흔들리는 걸 보니 좀 놀랐나 보다.

방해되지 않으려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려 했던 것인데
괜히 나 때문에 감점이나 되지 않았을 지 걱정이다.
선량한 의도였지만 더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종종 발생하는 법이다.


문득 운전에 서툴렀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내게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지.
운전하는 게 마음 편치 않았고, 또 한편으론 설레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지.


일요일 오전의 풍경은 어쨌든 맑고, 평온하다.

- achor


본문 내용은 4,84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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