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째 생일을 보내고... (2011-11-25)

작성자  
   achor ( Hit: 1452 Vote: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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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Etc

1.
생일마다 남겨 놓은 옛 글을 보고 있노라니
나름의 굴곡 있던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자신감과 패기만으로 세상의 변혁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고,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채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시절도 있었다.

고저가 있는 인생의 사이클이 있다면,

고작해야 일개 회사원,
언젠간 명퇴나 좌천을 걱정할 날도 오겠지만
적어도 근심, 걱정 많았던 서른 무렵의 저점을 지났다는 안도감은 있다.


2.
서른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지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밤잠 못 이룰 정도로 가득 했던 고민들만큼은
모두 해결되어 있다.

좋은 아내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시윤이도 몸 건강히 잘 자라고 있고, 둘째 복룡이도 엄마 뱃 속에서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여전히 한 달 한 달 수입과 지출을 고심하고는 있지만
집과 차, 모두를 갖고 있고, 먹고 싶은 건 먹을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냈다.

Google과 Daum, Adobe와 IBM, NC소프트와 넥슨...
예전엔 그저 고객일 뿐이었던 회사들의 임원들과 농담을 나누며, 제휴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든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었고,
꿈꾸던 세상의 변혁을, 내 능력만 있다면 적어도 추진해 볼 수는 있게 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으나 많은 것이 바꿔 있다.

서른 다섯,
이제 완연히 세상 속에 안착한 느낌은 있다.


3.
운칠기삼이다.
아니 운구기일이라 해도 별 불만은 없다.

운이 좋았다.
성실하지도 못했고, 치열하지도 않았다.
한때 운명론자였던 나로서는 이렇게 살아가야 할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

마치 어느 영화에서처럼 외부요인에 의해 아주 작은 한 가지만 바뀐 또 다른 현재가 있다면
그 속의 나는
뒷골목의 범죄자로 살아가고 있거나 밤낮으로 게임만 하며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선택과 결정은 아주 작은 차이였고,
그 작은 차이에서 삶이 많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물론 1할의 기도 있었다.
선택이라는 것,
그간 느끼고 배워온 모든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이끌어져 나오는 것이고,
50% 확률의 선택 100가지를 잘 해내왔다면 그 또한 능력으로 인정 받아야 타당하다.

삶을 반추하고자 노력해 왔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고자 노력해 왔던 내 기도
생일을 맞이하여 칭찬 받을 1할의 권리는 있다.


4.
걱정으로 가득했던 생일의 기록도 많았지만

서른 다섯,
오늘만큼은 나를 위한 자화자찬과 나에게 보내는 박수로 기록을 남겨 놓는다.
어떤 이가 보기엔 현재에 대한 논리도 개연성도 부족할 수 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잘 살아왔다.

- achor


본문 내용은 4,76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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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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