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28 처녀들의 저녁식사 (1999-02-23)

작성자  
   achor ( Hit: 1151 Vote: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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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1499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28 처녀들의 저녁식사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2/23 23:51    읽음: 36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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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녀들의 저녁식사, 임상수, 우노필름, 1998, 영화

        요즘 초보자를  위한 개론적인 영화이론서를  보고 있는데 
      영화를 조금 안목을  갖고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 이
      후 내가 택한 최초의 영화는 언밸런스 하게도 바로 이 [처녀
      들의 저녁식사]였다. 고백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내가 이 영
      화를 택한 건  영화다운 영화를 보고픈 욕구였다기보다는 익
      히 들은 선정성에 있다는  것을. 그렇지만 예술은 멀고 욕망
      은 가깝지 않던가. --;

        처음 이 영화에 대해 남성들을 위한 단순한 눈요기라는 선
      입관이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페미니즘적  성향이 나타나서 
      그 결말이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 영화는 강수연, 심혜진, 이미연 주연의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처럼  호정의 강수연, 연의  진희경, 순의 김여
      진, 이렇게  세 여자가 등장했다.  호정은 진보적인 여자다. 
      그녀의 성은 이미 개방되어  있고, 또 충분한 사회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소박한 시골남자와 자비를 베풀듯 섹스를 한
      다거나 결혼해 달라고 보채는 남성을 가볍게 여기는 건 페미
      니즘을 뛰어넘은  여권우월의 행태이자  남성들의 모습이다. 
      또 그녀의 어머니 역시 그녀가 충분히 능력을 갖췄으니 굳이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연은 우리시대의 일반적 여성
      이다. 결혼을  통해 종업원 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한 아내가 
      되고 싶어하는, 애인과 적당히  섹스 하지만 애인 아닌 사람
      과의 섹스는  죄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일반적인 보통의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고. 끝으로 순
      은 순수하지만  성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여인이다. 학업을 
      하느라 마땅히  성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그녀는 성에 대해 
      꿈꾸고 환상을 품는다.

        이 세 여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검토해 보자.

        우선 호정. 그녀는 섹스를 터부시하지 않는다. "성욕이 오
      르는 건 그때그때 풀고  살아라"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에 드
      는 남성이면 누구라도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자위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것
      에 대한  절제가 고상한 것도, 착한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결말은 간통죄로 인한  파리로의 도피인데 
      이는 감독이 아직  완전히 남성우월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잔
      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극적이었다. 마치 감
      독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경종을 울리는 듯 하였
      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일반적인 색마와는 차이가 있는데, 
      그녀는 단 한가지 섹스의 철학을 갖고 있다. 섹스를 잘 하려
      는 남성과는 자지 않는다는 것. 섹스는 남녀가 한 몸이 되는 
      어떤 환상적인 느낌이  있는 것이지 단순한 쾌락은 아니라는 
      약간의 보수적 성향이 보이긴 한다.

        다음은 연. 그녀는 그다지  잘난 것 없는 애인이지만 평범
      한 가정의 삶을 꿈꾸는데  친구 호정을 통해 갈등을 겪는 인
      물이다. "그냥 가보지 뭐", 혹은 "흘러가 보는 거지 뭐"라고 
      말하듯이 삶에 적극적이진  않은 그녀는 호정의 영향으로 우
      연히 만난 한 남자에게 "나랑 자고 싶으세요?"라며 적극적으
      로 다가서서 섹스를 하게  된다. 그 후 후회하면서도 한편으
      론 그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막상 그를 만
      났을 때 길 한가운데  놓여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질주하는 
      차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모습은 그녀의 갈등
      을 적절하게 표현한 감독의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순. 순결을 지켜 온 그녀지만 그것이 순결이데
      올로기에 의한 적극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단지 같이 잘 만
      한 남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 그게 원인이었을 뿐이었다. 그
      렇지만 결국  연의 애인을 유혹하여 첫  경험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되는데 이것이  그녀의 몰락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까닭
      은 그녀는  남자 없이 아이나 기르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결말이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호정의 도피, 연의 실직, 순의 학업중단은 모두 개방된 여성
      의 실패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이 되는 것은 
      감독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가지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
      이었다. 세 여자가  모여 음식점을 하나 차린  후 남자 없이 
      아이를 기르면서 함께 여성들끼리 살아가는 것. 이것은 물론 
      여성해방의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결론이다. 왜냐하면 그런 
      배타적 성향은  또 다른 남녀차별일  뿐이기에. 그럼에도 그 
      암시를 통해 여성 나름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은 해결책
      은 아니지만 하나의 희망이었던 게다.

        그 외 덧붙일 얘기는 정말 강수연은 가슴 콤플렉스가 있는 
      건지, 영화 내내 강수연의  가슴을 주목했건만 단 한번도 공
      개하지 않았었다. 어느  영화에선가 강수연의 가슴이 나왔다
      는 것도 같은데... 지독한  사랑이었던 것도 같은데 보긴 했
      지만 내가  그녀의 가슴을 봤는지 보지  못했는지 잘 생각이 
      나진 않는다. 그런데 억울한 건 난 강수연 가슴 따위에는 전
      혀 관심이 없다는 데에 있다. 보여주던지, 말던지. 쳇. --+

        진희경을 중심으로 이 영화는 많은 베드신을 보여주었지만 
      음, 이제는 굳건해졌는지 성적  흥분 따위는 거의 느끼지 못
      했다. 그렇지만 그 상대역이었던 조재현이 부럽긴 했다. --;

        아직도 나  역시 결론을 내리질  못하겠다. 호정이 말하는 
      [조국이 해방되는 날], 즉  성적 개방 사회가 도래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전통적  가치관 속에서 한국적인 도덕이 필요한 
      건지. 물론 지난날에야  완벽한 성의 개방을 꿈꿨다지만 아, 
      나날이 보수에로 회귀하고 있는 나. --;

        그렇지만 아직은 성적  개방이 진보적이고 깨어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고, 또 처녀가  아닌 여자와 결혼할 의사가 분명
      히 있다. (이런 말하는 자체가 우습지만. --;)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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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