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62 (1999-04-12)

작성자  
   achor ( Hit: 431 Vote: 5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끄적끄적

『칼사사 게시판』 32140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62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4/12 20:37    읽음: 37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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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끝발이 개끝발]이라고...
  고스톱도 가끔 쓸만할 때가 있나 보다.

  지난 일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좋아
  그간의 짜증이 한순간에 사라졌던 아침과는 달리

  일요일 아침 이후는 다시 짜증의 연속이었다.

  요즘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또 짜증이 나니 예전 같으면 허허, 웃으며 넘어갔을 일도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중요치 않은 일에 깊이 신경 쓰지 말자,
  크게 웃고 나면 별 것 아니다,
  ...하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하려 하지만
  [짜증만빵]인 상태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더니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이다.

  파스텔빛 칵테일사랑은 날씨가 맑아야 하는데...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형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파스텔화가 좋아진다.
  파스텔화 속엔 칵테일사랑과 맑은 날씨가 들어있는 것만 같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도 생각이 나고,
  비오는 밤, 어느 외딴 섬 별장에서의 조금은 불길한 여행도 생각이 나고,
  "그댄 비가 오면 무얼 생각하나요~"하는 노래도 생각이 난다.

  그리고 다시 1996, 1997, 1998년으로 갈 수 없다는 것,
  앞으로는 계속해서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어진다.

  난 아직도 그저 널널하게 빈둥대고 싶다.
  아직 세상을 향해 뻐끔뻐끔 헤엄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던
  [태양은 없다]의 영화판넬도 왠지 멋져 보이고,
  유일하게 기억하는 [쉬리]의 마지막 장면,
  바다와 바위와 음악이 있다, [When I Dream]도 떠오른다.

  아, 젠장.
  난 지금 널널하긴 한가 보다.
  그렇지만 난 널널해 하느라 바쁜 게다.

  그리고 난 또 백마 탄 왕자님도 아니다.




                                                            98-9220340 건아처

# 1999년 4월 12일 20시 5분

  위의 글은 권태로운 낮에 사무실에서 끄적댄 건데
  지금 집에 돌아와 다시금 편집해 본다.

  아, 세상이 유치하다, 젠장, 다 유치하게만 느껴진다.

  흠, 요즘,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BB의 채소연이
  핑클의 이진보다 더 좋아진 것만 봐도
  내가 조금 늙은 것 같기도 한데...

  사랑이 투철할 수 있으려면
  단 번에 뻑갈 이상 속의 완벽한 사랑이든가
  아니면 [모험]이 개입하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을 문득 하였다.

  우리 칼사사가 이토록 장구할 수 있던 까닭도
  1996년, 1997년 우리가 겪은
  삶에 있어서 다시금 없을 경험들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에...

  올 여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Titanic에 버금가는 모험을 해봐야겠다.
  잊지 못할 추억은 갱년기, --;,의 힘이 될 거라 믿는다.
  물론 그런 사랑이야 내 이상 속의 완벽함과는 차이가 있지만...

  아, 그리고 칼사사 3주년 기념식.

  란희가 애쓰고 있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고...

  알다시피 25일은 일요일이다.
  우리 전통의 1박2일 번개를 위해서라면
  24일 토요일에
  [칼사사 3주년 기념식 이브 파티]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문제는 두가지이다.

  우선 자본.
  만약 이브 파티가 성사된다면
  난 월급의 30%를 헌납하도록 하겠다. --;

  그리고 다른 문제 한가지는 내 개인적인 것인데,
  25일 오전에 난 조촐하게 시험을 하나 봐야 한다.
  그것도 저 먼 땅, 방학동에서. !_!
  이건 뭐 대강 밤 새고 가면 될 듯도 싶다. --+

  이 즈음이면 99 칼사사도 생길 땐데,
  내가 나서서 추진하기엔 모든 게 귀찮다. --;
  그렇다고 누가 나설 것 같지도 않으니
  뭐 그냥 내비둔 채로 우리끼리 잘 살아봐야지. 흠.

  3주년 기념식 이벤트로는
  지난 날 주연이 했던 칼사사 역사에 관한 퀴즈나
  간단한 게임 정도에 조금 덧붙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성공적인 [3주년 기념식]을 꿈꾼다.

  그리고 제발, 소개팅에 괜찮은 애들 좀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글을 보니 예전에 소개팅에서 괜찮은 앨 만났던 것도 같은데
  상황은 생각이 나는데
  이상하게도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얼마나 괜찮았기에 그토록 호평을 해놨었을까?

  지금쯤 BB는 뭐하고 있을련지...
  섹시한 창녀가 나 좀 먹여 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_!
  자랑찬 셔터맨의 부인이야 무슨 일을 하든 상관이 있겠느냐만
  어쩐지 가장 진실된 몸으로 말하는
  창녀가 내 부인이었으면 좋겠다.

  또 내가 여자였다면 지금쯤 몸을 팔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치사한 여자들,
  나 좀 사줘. !_!

  내 후배 영화감독은 휴머니스트다.
  최고의 영화로 [아름다운 시절], [Forest Gump]를 꼽는.

  휴머니즘 영화는
  다 때려부수는 헐리우드 영화와 공존하는
  또 다른 헐리우드 영화 같아서 싫다.

  블럭버스터의 특징으로
  가족 모두 볼 수 있도록 관람등급이 낮은 점과
  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적당히 휴머니즘을 넣어둔다는 데에 있다는 글이 생각난다.

  그런 휴머니즘은 값싸고 인위적인 느낌이 짙다.
  내가 그런 영화를 찍는다면
  차라리 휴머니스트의 비극적 종말을 통해
  이 시대에 그런 단순히 아름다우려고만 하는 작태들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가,나 보여주고 싶다.

  惡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검은 암흑의 매니아들을 초대하고 싶다.
  대중적 인기는 공허할 것만 같다.

  아, 이제 생각나는 것도 없군.
  그만 주저리주저리 대야지...

  이거 원 유치하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유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려니 부끄럽군. 허허. --+

  으앗~ 기지개를 쭉 펴고~
  커피나 한 잔 마시러 가야겠다~ 꺼억~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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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