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누가 미스코리아를 모함하는가 (1999-05-26)

작성자  
   achor ( Vote: 50 )
분류      Society


『칼사사 게시판』 32667번
 제  목:(아처) 누가 미스코리아를 모함하는가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5/26 01:58    읽음: 42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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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끝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를 갖고 이러쿵저러쿵 
      세간엔 참 말이 많다.

        마치 자신만이 여권신장을 위한  고독한 투사라도 되는 양 
      심혈을 다해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론 안쓰러우면
      서도 또 한편으론 맹랑한 느낌마저 받곤 한다.

        남녀평등에 반대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의 방법을 
      난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내가 만약 쭉 빠진 몸매에 뛰어난 미모를 갖춘 여자였다면 
      난 미스 코리아에 출전했을  게다. 세계 수학 경시대회에 나
      가서 자신의 두뇌를 뽐내는 건 조국을 빛내는 모범적 행위이
      고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나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건 
      여성 상품화의 일등공신이란 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외적인 美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그것 역시 적절한 가치를 가질만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외적
      인 아름다움이  내적인 아름다움보다 중요하단  얘기가 아니
      다. 단지 내적인 美만큼  외적인 美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치의  우열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Rock 음악이 
      Dance 음악보다 음악성이 있다는 주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
      견에 불과하다. 식물 성장에 Classic 음악이 도움이 되더라, 
      따위의 불분명한  과학 비스무리한 주장들은  가치의 우열을 
      가릴 만큼 확연하지 못하다.  모든 사물은 나름의 가치를 지
      닌다.

        내적인 美의 우열을 가리는 선발대회도 있지 않은가. 이를
      테면 효부 선발대회라던가, 심지어  효, 선행자를 위한 대학 
      특례 입학까지도. 그렇지만  아무도 여기에 반발하지는 않는
      다.

        방송사는 대중을 선도하기도 하지만 대중의 의사를 반영하
      기도 한다. 상업성을 겸비한 방송사라면 더욱 그럴 테고. 만
      일 모든 여성들이 근육질의  멋진 남자에게 열광한다면 미스
      터 코리아 역시 TV의 각광받는 연중행사가 될 수도 있다. 만
      일 모든 사람들이 내적인  아름다움에 상당한 감동을 받는다
      면 세계 효자 선발대회도 큰 인기를 끌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은 그렇지 않다. 1999년 현재 대중문화의 주류
      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보다 선호하고 있다.  현란한 시각적 
      효과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있어서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
      을 선호하는 것을 탓할  충분한 명분은 없다. 동일한 가치지
      만 대중이 보다 선호하는 것에 시선이 몰리는 것, 그건 당연
      한 일이다.

        여기에 안티 미스 코리아 따위를 만들어 "우리야말로 여권
      신장을 꾀한다"라고 하는 건  한마디로 난센스다. 안티 미스 
      코리아의 속셈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상업적이란 오명으로부
      터 벗어날 수 없다. 그 의의, 시도만큼은 좋게 봐도 그 방법
      에 있어서는 미스 코리아와 똑같을 뿐이다. 이에는 이, 눈에
      는 눈의 주먹구구식 방법, '네가 그랬으니 나도 그르겠다'는 
      孤掌難鳴밖에 연상시키지  않는다. 적당한  토대를 바탕으로 
      신선한 사회적  충격을 주겠다,의 뒷면엔  그리하여 우리(의 
      잡지)를 부각시키겠다,란 검은 속셈이 느껴져서 저항하게 된
      다.

        미스 코리아의 또 다른 문제는 美에 관한 명쾌한 판단기준
      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거리에 미스 코
      리아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많더라,식의 태도. 1번이 뭐가 예
      뻐, 난 2번이 훨씬 더 예쁘던데,식의 태도.

        그렇지만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말  그대로 선발대회에 
      불과하다. 아무리 거리의 미인이라 하여도 자신이 싫어서 대
      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선발대회란  그런 것이다. 
      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를 뽑는 자리, 이를테면 조선시대
      에 뛰어난  학식이 있음에도 과거를 보지  않은 채로 은둔한 
      선비를 생각하면 된다. 주위에서 모두들 우러러 모셔도 자신
      이 싫어서 벼슬길에 들기를 거부한다면 그만인 게다. 우리동
      네 은둔자가 벼슬을 통한 정승보다  더 학식이 깊단 말은 검
      증 받지 못한, 역시 소견에 불과하다.

        또 시대에 따라 美의  기준이 달라져 왔다는 건 인정한다. 
      그리하여 절대적 美란 없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반론의 여지가  있는 것은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는 사회적으로 美를  평가할만하다고 인정받은 사람
      들이 모여 주관적 시각을 최대한 객관화, 일반화시켜 선발하
      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수(1999년 12명)의 심사위원은 보
      통 사람들보다 美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사
      회적으로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고, 또 그들은 대중이 부여해 
      준 의무에 충실하려 최선을 다한다.

        예전 미스 코리아는 예뻤는데  요즘 미스 코리아는 예쁘지 
      않더라,의 반론은  시대를 파악하며 설명하려  한다. 격동의 
      시절, 生이 중요하던 시절의  사람들은 그다지 美에 많은 비
      중을 둘  수 없었다. 그러나 생활이  나아진 현재, 사람들은 
      삶의 안정을 기반으로 美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
      러니 예전 거리에서 가꾼 美를 보지 못했던 때에 비해 현대, 
      모두들 자신의 美를 가꾸고  있는 상태에서는 거리의 사람들
      도, TV 속 미스 코리아 후보들도 모두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는 게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외적인 美를 필요없이  중하게 생각해서도 안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외적인 美의  가치를 깎아 내릴 필요도 없다. 
      모든 사물이나 관념은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해 주고, 여기
      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에 몰리는 현상을 비난할 필요는 없
      다는 게다. 만약 하나,둘씩 모인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반대
      론자들이 종국에는  문화의 주류를 이룬다면  거침없이 미스 
      코리아는 폐지될 게 뻔하다.  혹은 안티 미스 코리아처럼 소
      수 매니아에 의해 명맥만을 유지하던가.

        반발하는 것도 흐르는 물을  위해 좋지만, 현상을 현상 자
      체로 이해해야지, 거기에 감정적인 대응, 근거없는 주장으로 
      오직 반발하기 위하여 반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31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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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