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좌동 (2004-05-12)

작성자  
   achor ( Hit: 932 Vote: 1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멤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억지로 생활 리듬을 바꾼 것이
얼마 전까지는 힘겹게 이어져 오다가
요즘 들어 다시 완전히 뒤틀려져 버리고 말았어.
이른바 주면야행의 습성이 재발되고 만 것이지.

그렇지만 여전히
까만 하늘로부터 시작하여
뿌연 아침을 맞이하는 그 느낌은 아주 상쾌하단다.
새들 우는 소리를 들으며,
냉장고 속 캔커피들을 무시한 채 좀 귀찮지만 뜨겁게 끓여마시는 모닝커피는
정말이지 내게 작은 행복감을 안겨주곤 해.

그럴 때면 난
남가좌동을 생각한단다.
새소리 들으며 깨어난 그 날의 아침이 내 뇌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고 있어.

- achor WEbs. achor



작성자 achor ( 1999-07-12 10:41:00 Hit: 42 Vote: 0 )
제목 (아처) 아침을 맞이하며... 4

새로이 시작된 한 주에 버거워하며 허덕거릴
월요일 아침을
오늘 난 느지막히 일어나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어.

이곳은 남가좌동.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가 흐르고 있고,
난 MILLENNIUM EDITION으로 불을 붙인
한정판매품 KOOL Light Metal Case를 피우고 있어.

창문으론 아침 햇살이 가냘프게 느껴지고,
김민규의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절규를 제외한다면
이곳은 아주 조용해.
아, 그러고보니 참새소리가 들리는구나.

참 평화롭단 생각을 하고 있어.
이런 게 내 미래의 삶일까?
홀로 남겨져서 Kellogg's와 우유로 아침을 때우곤
그저 멍하니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아. 그냥 이렇게 있으면 되는 거야.

내 생각을 의심하지 않아도 좋아.
우유부단하고, 세심하지 못하고, 어른답지 못한 몸이지만
생각해 봐 봐. 난 고백점프를 잘 하잖아.
게다가 예의범절도 있고, 또 이중모션도 잘 하고.

아마도 Mitsuru Adachi는
내 삶 전반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사람들 중 한 명인 것 같아.
다른 이들보다 근본적으로,
그러니까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정도에 관해서 말야.

내 미숙함을 감당할 만한
힘을, 생각을 갖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그렇지만 오늘은 아주 평화로운 월요일이잖아.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된 거야.
그러니 힘을 내.
하루하루 걸어가다보면 어딘가 도착하게 될 거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

98-9220340 건아처



제 목:(아처/] 남가좌동에서...
올린이:achor (권순우 ) 99/07/12 13:13 읽음: 2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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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진열장을 유심히 살펴보다 결국 내가 고른 건
신해철의 CROM'S TECHNO WORKS야.
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태양은 없다 OST나 Trainspotting OST를 보고 있으니까
지난 날들이 많이 생각났어.
영화 속에 삶이 스며 들어있는 느낌이었어.

이곳은 느낌이
서울특별시 종로구 명륜동1가 62-3,과 비슷한 편이야.
오전의 평화로움과 오후의 나른함과
음악과 영화와 그리고,
자유가 있어.

혼돈스러워 하고 있음을 걱정하진 않아.
아마도 우리 나이 또래들이라면
대개 나처럼 별 의식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고 있을 테니 말야.

손님에게 위화감을 주는, 아주 고압적인 홍대 한 Bar에서,
무적 파워레인저는 끝을 모른 채 촬영되어가고,
난 어느 CF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았어.

문을 여는 순간 보였던
높은 천장과 너무도 하앴던 벽과 듬성듬성 놓여있는 테이블.
Michael Bolton의 아주 전형적인 American Pop을 들으며
이곳은 1999년 CF 속이란 환상에 빠져들었던 거야.

시간이 흘렀어.
언제 흘러가나 했던, 흘러가지 말았으면 했던
그 시간들이 어느새 다 흘러가 버린 거야.

23. 1977. 96.
아, 이제 슬슬 출근 준비를 해봐야겠군.
집엔 별 변고나 없으려나? --;


98-9220340 건아처

# 1999년 8월 6일 1시 40분 조회수 24

앞으로 영원히,
다시는 이곳에 가지 못할 듯 하다.

그렇지만 먼훗날 언젠가,
그 아이가 멋진 감독이 되고 난 후에
나 역시 당당한 모습으로
저 거친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98-9220340 건아처



Name achor ( 2000-06-11 07:39:15 Hit: 41 Vote: 0 )
Subject 2000년 6월 11일 일요일 아침

초저녁부터 잠들어 깨어나 보니 새벽 1시.
CA-TV를 통해 뽕을 봤고, 투캅스3를 봤고, 이런저런 잡념을 하며 밤을 지새웠다.
샤워를 마치고 마지막 담배를 한 개피 태우곤 의자에 앉는다.

그리 맑지 못한 날씨가 아쉽긴 하지만
창문 사이로 비쳐오는 아침 햇살이 좋다.

문득 남가좌동에서 맞이했던 아침이 떠오른다.
소식 끊긴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그리워진다.

이제는 적지 않는 옛 다이어리를 들추며
내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더이상 생각을 할 수 없는 내 자신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나는 이제 식상해졌다.
이미 사회물을 많이 마셔버렸기에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더이상 진취적인 것에 열광하지도 않고,
후배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긴 커녕 유치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나는 이제 창조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다.

일전에 나는 내 자신의 창조성에 만족하고 마는 가벼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넓게 사고할 수 있었다고는 생각한다.

내 식상한 말투에 질려 뜨거운 커피 한 잔이 그리워졌다.
잔에 물을 담아 전자랜지에 1분 30초 시간을 누른 후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런 것일까?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이 밀곤
무서울 것 없었고, 걱정 없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는 듯 한데...

이미 길어진, 그리고 젖어있는 머리카락이 귀찮다.
내 어머니는 커피를 좋아하시는지 집에 올 때마다 종종 커피의 상표가 바꿔있다.
오늘은 맥심 오리지날 블랜드,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는 노동 이외에 아무 의미 없다던 그 소녀의 말을 기억한다.
나는 섹스를 좋아하는 것일까, 싫어하는 것일까.

뜨거운 커피를 마셨더니 덥다.
다시 담배가 생각나지만 이미 다 폈다. 나가야하나 보다.
지금 담배를 사올까, 말까.

지난 날의 두려울 것 없던 전위성을 갖고 싶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것들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끝없이 치솟은 고층빌등과 사무적인 정장을 껴입은 양복쟁이들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아니라
느끼하게 기름 발라 뒤로 넘긴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간사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

나는
깨어있고 싶다.
아직도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꿈꾸고는 있지만
나는 이미 조금씩 조금씩 기존의 사회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걸 안다.

에잇. 이런 말 조차 거추장스럽고 지저분하다.
고정관념이라느니 일탈이라느니 전위라느니 엽기라느니...
그런 모든 말들이 다시 흔해 빠진 어휘들이 되고만 세상이다.
내 입으로 그런 말들을 한다는 게 싫어진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에서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있는 결혼이야기.
결혼도 마찬가지.
나는 내 주변의 많은이들처럼 나 또한 결혼에 대해 확신 못하는 게 싫다.
Funny Game, Trainspotting,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보여진
권선징악으로부터의 탈피가 일반화 되는 게 싫다.
내 생각이 동시대 젊은이들과 비슷하다는 게 싫다.
누구나 벗어나려 한다는 것도 그러기에 엽기라는 말이 일반화된 것도 싫다.

나는 아직도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특별히 결혼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직도 한 여자와 평생을 산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게 짜증난다.

담배나 사와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내 기억속에 새롭고 기발함을 안겨준 사람들을
간직해야겠다.
다시 만나보고 싶다.
그들을 통해 이렇게 식상해져 버린 나를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어야 한다지 않았던가.

패러독스요 딜레마요 씨팔 젠장할 세상이다. 쩝.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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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04-05-12 09:14:46
1999. 2000.
막상 옮기고 보니 참 오래된 이야기인 듯 싶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린 것일까.

 olivesup2004-05-14 01:42:59
나 역시 잊지 못하는 남가좌동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구나.
아처라는 아이 역시 내 기억속에서 늘 살아있단다..
그것도 추억 속에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변화'해가는 아처로서 말이지.


 아하2004-05-28 13:11:19
아..예전에 남가좌동에서 오는길이라고 할때..손톱에 까만 메니큐어를 바르고 왔었던 일이 문득 생각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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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좌동: 남가좌동 2 (2005-04-20 06: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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