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57 장미와 자는 법 (1999-10-20)

작성자  
   achor ( Hit: 4576 Vote: 5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4655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57 장미와 자는 법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0/20 03:15    읽음: 21 관련자료 있음(TL)
 -----------------------------------------------------------------------------
+ 장미와 자는 법, 박일문, 문학수첩, 1996, 소설, 한국

 제  목:'장미와 자는법'                         
                              99/10/11 01:48    읽음: 26 관련자료 없음
 -----------------------------------------------------------------------------

  아처: 특별하게 꺼리를 생각해 오지는 않았다. 서로 자신의 느
        낌을 말해보면서 소설을 가볍게 되짚어봤으면 한다.
  윤정: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단순해서 토론거리가 있
        을까,했는데 몇 가지 쉽게 이야기할 거리가 있었다고 생
        각한다. 평소에 하는 생각들이 한 인물을 통해 그려지는데
        좀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부담없이 가볍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몽테; 급하게 읽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용구성은 매끄러
        웠지만, 그저 그랬다.
  희경; 심오한 뭔가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스탄게츠(소제목)'까지
        는 장황한 시도를 한데 반해 마무리가 별로였다. 주제는
        뒷부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처리를 잘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으로 박일문이란 작가를 접했는데 인용되는 사
        람,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가 자신감이 없어 도용했다는 느
        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서문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쓰기 방법을 시도했다'라고
        말하는 만큼 이 작품이 작가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승주; 전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읽었었는데, 그 작품이 더 재
        미있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일기와 같은 느낌이었고, 역시
        대표작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쉽게 읽었다. 심각하지 않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현경; 모두들 이 책이 쉽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나름대로 깊이가 있는 것 같다.
  아찬마루: 아나키즘이란 것이 사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궁금
        하다.
  소현; 신선하다고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으
        로 갈수록 식상해진다. 내용이 뻔하게 진행되고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관정이란 여자를 통한 사상의 변화를 한
        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소설로 평가
        하자면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닌 것 같지만, 나름대로 토론
        거리는 있다는 생각이다.

  아처; 책에 대해 소설적 감각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박
        일문이라는 작가의 원래 스타일이다. 오늘의 토론에서는
        이 작품의 소설적 가치가 아니라 그 작가의 독특한 생각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생각한다.
        박일문이란 작가가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쓰지 않는
        데, 결혼에 대한 부정의 근거로 생태 아나키즘을 제시하고
        있다. 무겁지 않게, 가볍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떨까.
  윤정; 도입부는 매우 신선하다. 그러나 끝으로 갈수록 뻔한 내용
        에 결론마저 성급하게 내리고 있다. 그로 인해 전반부에
        쌓아놓은 독특함과 소설의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미지 표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 작가는 까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결혼, 아나키즘, 여자에 나타난 그의 시선은 까뮈 사
        상의 무거움을 가볍게 보여주기를 시도한 것 같다. '시지프
        스 신화'를 읽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점이 더 확
        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같
        지만 기본적인 체계는 까뮈의 부조리, 모순에 대한 것을
        가볍게 제시하면서 실존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론에
        보면 주인공이 마도로스가 되는데, 그 때문에 소설적 질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것이 없었으면 더 나은 작
        품이 되지 않았을까.
  아처; 실제로 이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불교에 귀의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쌓았다. 그래서 현학적인 표현을 과용한
        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처; 또한 결말이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 다
        른 의견은 없는가.
  몽테; 소설에는 앞과 뒤를 연결하는 많은 고리가 있다. 마지막에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아쉬운 것은 결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의 미흡함이 아닌가 한다.
  희경; 앞의 '나'와 '관정'의 모습과 뒤의 모습이 전혀 매치되지 않
        는다. 초기의 관정의 모습과 뒤에 편지를 쓰게된 과정이
        너무 석연치 않고 성급하다.
  몽테; 그렇다. 관정이 28세에 약혼자가 있었다는 것도 앞의 모습
        과는 너무 다르다.
  희경; 변화의 연결고리가 없는 것이다.
  윤정; 고리에 상관없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희경; 앞의 관정의 모습이 평이한 여성은 아니었다. 그런 인물이
        갑자기 평범한 모습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너무 많이 생략
        되어 있다.
  몽테; 무려 3년간의 시간이 생략되어 있는데, 그 부분이 있었으
        면 좋겠다.
  아처; 결말에서 다소 식상한 면이 발견되긴 하지만 또 박일문 특
        유의 탈출모티브로서 대미를 장식하는 점에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또다른 특성, 글쓰기 모티브는 이 소설의 미스
        테리한 점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병태의 이야기
        를 관정이 쓰고자 했지만 결국 병태가 씀으로써 이 소설의
        현실은 관정이야말로 병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
        애초에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사랑이 형성되어 가는 과
        정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리하여 결국 사랑을 형성하였는
        데 만약 이 책의 결말이 비난받을 것이 있다면 그 특유의
        상투성과 과정의 설득력 부족 때문이지 결말 자체에 문제
        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아처; 영화 '엠마뉴엘'에 나오는 내용 중에 남편이 부인에게 성적
        인 배려를 해주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관정을 스님과
        자신의 친구와 자게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
        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러분이 자주 하는 말이 작품의 처음과 끝이 너무
        다르다는 말인데 관정, 병태가 젊었을 때는 감정을 이성으
        로 통제할 수 있다는 미숙함 때문에 휘청거렸지만 30대가
        되면서 사랑의 참의미를 깨달아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희경: 앞부분에 내용이 너무 집중되어있어 균형이 맞지 않는다.
  몽테: 반전이 매끄럽지 못하다.

  아처; 유치한 얘기 같은데 관정이 '장마'를 Tm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관정과 마병태의 상황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병
        태가 관정을 좋아했으나, 관정의 생태 아나키즘에 의해 배
        척당했다고 생각하면 내용의 이해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전반적인 이야기를 마쳤으니, 작가의 세세한 생각들을 알
        아보자. 우선 마병태의 결혼관은 출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가 애널섹스를 선호하는 것도 출산과는 관련이 없이 쾌
        락적인 측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병태의
        결혼관은 조금 오버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생태 아나키
        즘은 그의 결혼관에 큰 설득력을 부여해주진 않는다.
  몽테: 역시 실패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현실을 비꼬는 말
        이 나오다가 주인공들이 아나키즘적 인물들, 처음 결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슨 생태 아나키즘적 사상이 있었다기
        보단 현학적인 술수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해 반대한다는
        말을 꼬아 표현한 듯.
  소현: 생태 아나키즘은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결혼은 사회악이
        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다. 생태아나
        키즘은 결혼에 대한 반감, 그것에 대한 합리화이다.
  아처: 소설에서 가장 잘못 표현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윤정: 처음부터 주인공이 스스로의 존재를 불신한다. 즉 그는 반
        사회적 인물이다. 그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생태아나키
        즘에 빠지는 것 같다. 초현실주의적 생각이 자기 자신을
        불신하고, 나 같은 인물이 또 생겨남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윤정: 이 소설에서 허무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것 같다.
        허무와 섹스와의 관련성은 무엇일까.
  도권: 작가는 인간을 동물로 보고 있다. 섹스는 단지 종족번식의
        수단으로 보여진다.
  아처: 사람이 외로울 땐 성적접촉과 결합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수단이 된다.
  윤정: 이러한 결부가 다른 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이런 진부한
        소재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권: 작가가 굳이 기존의 소설과 모든 면에서 다르게 써야했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몽테: 그런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아처: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나 자신과 생각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었는데 그 중 '집에서 주는 밥을 먹고사는 토
        끼는 구속받아야 마땅하다.'란 구절이 있다. 나이 20세,
        성인의 독립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여기서부터 다른 이야기로 빠져 희희낙낙하느라...^^;;;♠♠♠
  (아처 주; 애초에 분위기가 너무나도 화기애애하다보니 다소 고
        백적인 자리가 되었긴 했지만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심도
        깊게 성인의 독립, 그리고 성윤리에 관한 토론이 오갔음을
        기록해 둔다.)

  아처: 사랑에 구속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혜민; 그건 또다른 구속이란 생각이 든다. 소유욕은 본능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아처: 사랑에 대한 구속을 버리면 이상향이 오지 않을까. 플라톤
        이 제시하지 않았던가. 부인과 자식의 공동체를 만들어 소
        유욕을 없앤 후에 행해질 선민정치의 우월성에 관하여.
  혜민: 인간은 공동화를 추구해 왔지만 다 실패했다. 이제 인간은
        개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므로 성의 공동화는 이
        루어질 수 없다.
  희경: 처음에는 스스로를 가볍게 생각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눈에 비친 자
        신을 사랑하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눈에 비친 남을 소유하고픈 욕망이 드는 것이다.
 
 이 뒤로 요희가 매력적인 인물이란 이야기와 약간의 운동권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으나, 카페인 때문에 수전증으로 손을 떨던
 필자는 날아가는 글씨마저 생략해가며 정리를 해, 이젠 알아볼
 수도 없는 지경인지라, 마무리 말을 끝으로 이번 토론정리를 마
 치려합니다.
 늦은 건 둘째치고, 이런 날조 토론정리를 올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신 서기 안할께요. -_-;;

  소현: 지금까지 토론를 3번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었다. 준비
        되지 않은 것에 비하여 성공적인 토론이었다.
  은희: 여러가지 생각할만한 화두를 얻어가서 좋다.
  아찬마루: 분위기 파악 ^^
  동연: 듣기만 했는데 듣다보니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건우: 못 읽어 아쉽다.
  지은: 겉멋부리는 것 같아 좋아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까만보리: 이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성호: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아이 없이 결혼해 살 수도
        있는데, 왜 결혼을 기피하는지 모르겠다.
  현경: 왜 그런지 몰라도 장정일 생각이 났다. ^^
  도권: 의외로 굉장히 괜찮았다.
  경원: 책을 못 구해서 들으면서 반성했다. 활발한 것은 좋았지만
        주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깊이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정은: 담에 잘 읽어올께요.
  야채요리: text 외적인 주제로 다양하게 이야기된 점이 특이했고,
        좋았다.
  지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좋았다.
  승주: 잘 쓴 소설은 아니란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할 꺼리를 던
        져준 것은 좋았다.
  혜민: 많은 것들을 생각해봐야겠다.
  희경: 사회자가 나름대로 편안하게 진행한 것 같다. 꼭 조지은,
        이도권, 아처 인물탐방 같았다.
  몽테: 주변인에 대해 보는데, 원유회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보는 시점이 사회에 질문이 던지기 좋았던 것처럼 정해진
        체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자인 이 책의 주인공도 마
        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윤정: 누구나 이 소설에서 던져진 생각들을 하고 살 것이다. 주
        인공의 일탈에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아처: 이 책을 택한 것은 작가의 특이한 생각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가볍게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1999년 9월 26일에 있던 장미와 자는 법,에 관한 토론이었
      다. 너무 딱딱하게 기록된 점, 없잖아 있지만 사실 분위기는 
      꽤나 부드러워서 종종 웃음으로 휩싸이기도 했다.
        
        장미와 자는 법,을 근 2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었는데 역시 
      내게 있어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란 생각을 다시금 했다.
        
        문장력의 부재를 매울 수 있는 건 폭넓은 지식이거나 독특
      한 사상밖에 없다고 본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서야 올려본다.



1997.9.23
1999.9.16
1999.9.25 12:12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1999.9.26 독서토론, 성공적으로 끝마침.








                                                            98-9220340 권아처 


본문 내용은 9,14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288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288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57, Total Page: 272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2
3
(아처) 끄적끄적 80..
4 5 6 7 8 9
10 11 12 13 14
(아처) 끄적끄적 81..
15 16
17 18 19 20
(아처) 문화일기 15..
(아처) 문화일기 15..
(아처) 문화일기 15..
21 22 23
24
(아처) 사랑
25
(아처) 끄적끄적 82
(아처) 가을에는..
26 27 28 29 30
31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Tags

Tag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