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67 달은 도둑놈이다 (2000-04-21)

작성자  
   achor ( Hit: 3037 Vote: 8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6318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67 달은 도둑놈이다                         
 올린이:achor   (권아처  )    00/04/21 21:10    읽음:  8 관련자료 있음(TL)
 -----------------------------------------------------------------------------
+ 달은 도둑놈이다, 박일문, 민음사, 2000, 한국, 소설

        1. 각설하고. 짧게 기록을 남겨둔다.
        
        2. 적멸,로부터 시작된 박일문 소설의 재미와의 단절은 이
      제 완전히 고착화되어 가는 듯 싶다. 그의 소설에서 더 이상 
      거리의 경박한 즐거움을 기대한다면 실망만을 발견할  게다. 
      허나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앎, 깨달음의  즐거움은 
      반드시 건질 수 있으리라 본다.
        
        3. 전형적인 박일문 소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한  소설
      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지적 받아온 지적 과시, 이제는 다소 
      식상한 글쓰기 모티브는 여전히 반복되었고, 스스로  부인하
      지만 어쩔 수 없는 독자에 대한 텍스트의 보이지 않는  강요 
      또한 계속되었다.
        
        4. 이 책은 문학에  관한 반성문이자 고찰서이다.  소설은 
      새천년, 이 광폭하리 만치 급격한 사회적 변동 속에  문학이 
      어떤 모습을 걷고 있고, 또 어떻게 앞으로 걸어나가야  하나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5. 내가 무명에 더 가까운 박일문에 몰입하는 까닭은 오직 
      그를 통해서만이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초월적 삶의 자세는 날로 사회화되어 가고  있는 
      내게 있어서 반성의 계기가 되고  또 잊고 있던 내  지난날, 
      꿈꾸었던 삶의 자세를 다시금 일깨워주곤 한다.
        
        6. 박일문은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해  봤다. 
      아마도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리라. 책  한 권 덜 팔려  춥고 
      배고팠지만 자신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 대로 살 수  있었음
      에   행복해  하리라.   Oh,  Carpe   Diem,   Panta  rhei, 
      homologoumenos zhen te physei!
        
        7. 문학, 그리고 사회 전반의 문화에 다소 뜻을 두고 한창 
      열정이 앞서던 시절 깊은 각오 속에 시작된 이  문화일기든, 
      끄적끄적이든, 그간 숱한 친구들의 썰렁하단 외침  속에서도 
      잘 버텨왔지만 이제는 스스로 그만 둘 때도 된 듯 싶다.  세
      상의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이 이 내 지난날의 각오 또한  그
      렇게 소리소문 없이 서서히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다소 쓸쓸
      하고, 또 허무해지곤 한다.
        
        8. 오랜 시간동안 틈틈이 책을 읽어냈다. 특별히 책  읽을 
      시간을 두지 못했고, 또 시간이 나면 잠자는 일에  급급했기
      에 더욱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반성에 
      시달렸었다. 나는 스스로 너무나도 사회친화적이 아닌가  걱
      정하는 사람이다. 적당히 사회에 삐긋거리며 충돌하고  마찰
      하고 싶은데 입으로는 가끔 사회에 대해 힐난하면서도  실상 
      행동은 참으로 사회친화적이다. 나는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 단기간의 급성장을  대단히 만족하고 있고,  또 
      자부심 또한 갖고 있는 그저그런 놈이다. 또한 이는 함께 일
      하는 사람들의 디자인적인 능력이라기 보다는 내 지극히  통
      속적이고 간사한 대인관계 능력 덕택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그
      저그런 놈이기도 한데 그러기에 더욱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
      다. 나는 양심수이고 싶다. 나는 오히려 70년대에 젊음을 보
      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하곤 한다. 나는  지금의 
      이 시대가 나 같은  놈에게 너무나도 맞는 세상이라서  사회 
      정의가 훼손되는 것 같아 옛 영웅들 앞에 부끄럽다.  그럼에
      도 이런 반성할 수 있는 나를 통해 그나마 내 과오들이 스스
      로 용서되는 또한 그저그런 놈일 수밖에 없다.
        
        9. 박일문 소설을 읽고 나면 항상 혼돈스러워진다. 과.연.
      어.떻.게.살.아.야.할.까. 이 천박한 거리의 문화 속에 빠져
      들어야 할 지, 아님 홀로 고고히 유유자적해야 할 지.  그럼
      에도 나는 안다. 나는 아마도 지금처럼 그저그런 놈으로  살
      아갈 것임을.
        
        10. 이 시대 마지막 남은 70년대의 영혼이자 새천년  가장 
      신지식인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박일문씨
      에 간사하고 고마운 박수를... 짝.짝.짝.
        
000421 20:10 文學, 그리고 21세기 사회. 양립할 수 없는 불행한 시대의 인류를 위하
여...










                                                            http://i.am/achor


본문 내용은 8,98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326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326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63,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2 3 4 5 6 7 8
9 10
(아처) 나도 신문..
11 12 13 14
(아처) 끄적끄적 88..
15
16 17 18
(아처) 동거를 해..
19 20 21
(아처) 문화일기 16..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