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가여운 종교인들을 위하여... (200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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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사사 게시판』 37126번
 제  목:(아처) 가여운 종교인들을 위하여...                          
 올린이:achor   (권아처  )    00/09/06 19:09    읽음: 13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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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화된 관리규정 때문에 나는 몇 차례 경고의 위협을 
      받아가고 있었다. 그러기에  가뜩이나 불성실했던  나로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성실한 시늉을 내기에 급급했었고, 그
      리하여 요 며칠은 근래 없는 피곤함이 나를 억눌렀는데 이상
      하게도 나는 오늘 내내 끊임없는 문자와 영상의 요상한 매력
      에 깊이 빠져들어 가장 소중할 잠도 포기한 채 여태  이러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매주 발행되는 시사주간지를 꼬박꼬박 
      보아왔었다. 그 중 아직까지도 내게 강렬하게 인상이 남아있
      는 기사는 다름 아닌 미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성(性)에 관한 
      설문조사 내역이었는데 관심은 생겨나고 있었지만 아직 경외
      와 환상으로 적절히 가려진 성의 영역은 한창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던 나에게는 처녀지나 다름없는 공간일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충격적이었던 기사의 정확한 수치는  기
      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기사는 미국 여성의 가장 많은  비
      율이 차내에서 섹스에 대한  첫 경험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연이어 쏟아 부은  내용은 많은 미국 여성들이  섹스를 
      할 때 파트너가 아닌, 강간을 당한다던가 TV나 영화에서  보
      던 우람한 배우들과의 섹스를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려 쉽고 가볍게 섹스를 말하지만  당
      시의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인 일임이 분명했다. 일단 불편해 
      보이는 차내에서의 섹스가 1위였다는 게 전혀 상상치 못했던 
      의외의 결과이기도 했고, 여성 자체가 강간을 당하는 상상으
      로 자신의 성적인 충동을 더욱 격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또
      한 의외였다.
        
        그리고 며칠 전 한국의 신문을 통하여 한국 여성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사회의 모습과 
      발맞춰 한국 여성의 모습 또한 그 무렵의 미국 여성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 반수에 가까운 많은 커플들
      이 이제는 혼전에 섹스를 경험했고, 그 중 2위는 역시  소위 
      카섹, 곧 차내에서의 정사였던 게다.
        
        차는 고사하고 아직 운전면허 없는 나로서도 고등학생  시
      절과는 달리 이제 와서는 충분히 그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
      었다. 시작이 어려운 법, 아무리 훤한 명동의 한복판에서 키
      스를 한다 하여도 함께 호텔이나 여관에 처음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는 일이니 차는 오직 단 둘만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자연스러운 공간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렇지만 호르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성적인 욕구는  자
      연적으로 젊은 나이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압도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무차별적인 성욕을 발생시키는  원동
      력이 되어 사랑이든 아니든 젊은 남성은 섹스를 갈망하게 된
      다.
        
        그렇다면 문제는 사랑으로 치닫는데 한때 공허한 트루바도
      르들에 의하여 오, 사랑은 알 수 없는 이끌림, 따위의  환상
      적이고 달콤한 언어의 농간에 의해 철저히 당연하게만  여겨
      졌던 사랑이 이제는  학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정신적인 
      질환의 일종으로 이야기되는 게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사랑은 집착의 일종으로  분석되곤 하는데 편집증  환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호르몬의  비슷함이나 
      증세의 동일함을 외적으로  치더라도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집착에 대한 집착스러울만치의 거부감이 나로부터 사랑을 지
      금까지 동떨어지게 해왔다는 경험적인 자백이 사랑의 환상을 
      깨는 데에 적절한 증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집착은 삶
      을 얽매이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보고 있어서 정신적으로 
      가장 경멸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랑은 집착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금은  식상한 
      결론 이외에도 한 가지  커다란 배움을 얻은 부분이  있다면 
      지금까지 나는 일부일처제를 자신의 여자를 지키는 데에  자
      신이 없던 지식만 있되 힘이 사라져 버린 노년의 무능력자들
      의 편협한 발생에 오직 기인한다고 생각해 왔었지만  아드레
      날린이 일부일처제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통해 어쩌면 태초에 신은 일부일처제를 바라며 인간을  창조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다시 부딪치는 또 식상한 의문. 신, 종교, 운명 따
      위의 것들이 문제가 되어 돌아온다. 나는 이미 결정지어  놓
      았다. 나는 신은 외계인이라는 외계문명도래설의 충실한  종
      이며, 종교를 믿는 자는 약하고 무지한 멍청이들, 그리고 운
      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 절대적으로 헤어날 수 없는 전무후무
      한 외줄일 뿐이라고 단정짓는다.
        
        인간의 근시안적이고 자그마한 지식의 영역에서 감히 신의 
      큰 뜻을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할 거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
      다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하나하나 꿰매본다면 신은  놔
      두더라도 현존하는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임이 
      분명한데 세상의 뛰어난 지인까지도 종교를 믿고 있기도  하
      여 나는 난처하다. 맹목적인 믿음으로 착실히 무지의 공산을 
      쌓고 있는 내 어머니, 내 형제, 자매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
      는 그들이 가엾어진다. 물론 그들은 오, 거룩한  슈퍼스타의 
      진노를 살 내가 가엽게  여겨지겠지만. 이미 수없이  밝혀진 
      모순이 가득함에도 알려하지 마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
      고 있는 종교관, 모든 불합리를 믿음의 결여라는 자기  암시 
      혹은 자기 반성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광적인 사제들, 자신의 
      불행과 어려움을 만족시키는 데에 급급하여 오직 사후  혹은 
      환생 후의 안정만을 추구하는 약해빠진 신도들 모두가  안타
      깝게 여겨진다.
        
        다만 근친상간이 횡횡하던  고대의 종교에서 애초에  없던 
      십계명 따위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철저함으로 그들이 꿈꾸
      는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낸 공로는 모든 종교에 비종
      교인 또한 감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전지전능하신  신께서 
      주신 인간의 육체, 그리고 쾌락에의 자연스러운 호감이 애초
      에 잘못된 것이라면. 신께서는 전혀 계획적이지도 못한 데에
      다가 인간보다 우월하다는 과시욕에 시달리는 소인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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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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