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커피 (2002-05-18)

작성자  
   achor ( Hit: 1878 Vote: 2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는 말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또한 차를 좋아하는 편은 분명히 아닌데
우리 사무실에는 망고차나 매실차 같이 흔히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보지 않는 차를 갖추고 있을 만큼 여러 종류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 --v
어쨌든.

인스턴트 커피가 떨어진 건 어제다.
이제는 더 이상 인스턴트 커피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는 아껴 마셨지만
어제 keqi와 마지막 커피를 마시며 추억의 커피는 내 삶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일전에도 인스턴트 커피가 일시적으로 동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돈이 좀 덤볐던 vluez는 10,000원 가량을 소비하여 맥심 오지지널 175g짜리 병커피와 프림, 설탕을 사놓았기에
이제 남은 희망은 그 vluez의 유물밖에 없었다.
다만 커피를 직접 타먹은 적이 없다는 게 걱정일 뿐.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은 다방 커피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커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 프림 두 스푼을 타 주면 된다고 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나는 평소 짙은 커피를 좋아했던 터라
모두 세 스푼씩 집어넣어 본다.

아. 이 맛이 아니다. --;
커피 원두가 안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커피 타는 게 서툴러서 그런지
정말 맛이 없는 커피가 탄생한다.
더 이상 마시지 못할 만큼의 직전. 딱 그 맛이다. --;

억지로 입으로 집어넣으며 다음에는 더 잘 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이해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도 영원할 수 없는데
한낱 인스턴트 커피의 삶이야...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같다.
인간의 상상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면 산이든 바다든 태양이든 달이든...
언젠가는 그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굴레를 반드시 부여받는다.

인스턴트 커피가 처음 내 손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것은 언젠가 나로부터 떠날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게다.
나는 인스턴트 커피를 다 먹어치운 후 그 이후는 또 다른 대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커피를 다 마시게 되는 상황이 두려워 아끼고 아껴 마셨다만
그럼에도 끝날 수밖에 없는 운명,
기억 속에 존재하는 커피향처럼
남겨진 그리움과 추억.
그것이 다름 아닌 사랑인 것도 같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22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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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oob2002-05-19 03:54:47
절대적인 운명론자 achor. 정말 운명은 바뀔수 없는걸까?

 아처부인2002-05-19 14:40:48
다방커피 커피:설탕:프림 = 2:2:2 그리고 물은 컵의 2/3 ..

 아처부인2002-05-19 14:42:41
절대적으로 커피 타먹는 스픈을 바꾸도록 해 --;;

 vluez2002-05-19 23:06:17
운명은 내가 만드는거야.. 내뜻대로만 될수는 없지만.. 분명한건 운명의 책임은 나라는거..

 vluez2002-05-19 23:07:32
타먹는 인스턴트 커피를 그리워만 말고 나에게 맛나는 커피를 타 바쳐봐랏~!

 Keqi2002-05-22 21:05:47
진정한 커피맛은 커피 1: 설탕 1.4 : 프림 2...

 Keqi2002-05-22 21:06:28
그리고 병커피가 더 맛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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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