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사진촬영이 있다 하여 이번 학기 처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지난 밤 bacardi151로 과음을 하였지만
굳건한 정신력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밀린 일까지 해내고선 용팔과 학교로 출발하였지요. ^^v
학교는 지난 2001년 11월 무렵과 달라진 게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내심 북적북적 사람들의 활력이 느껴지는 교정을 기대했지만
이상하게 학교에 사람들이 없더군요.
친구들 또한 평소와 다르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여학생이 별로 없는 학과다 보니
사진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물결은 참으로 우중충했습니다.
러쉬를 하기 위해 길게 나열되어 있는 저글링들처럼,
특색 없는 비슷한 스타일의 검정색톤 정장을 차려 입은 남자들의 행렬은
흔히 아무 생각 없이 말해버리는 획일적인 사회를 체감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다만 제 정장은 28, 얇은 허리임에도 넓게 내려오는 통 일자 바지폭이 인상적인 Relax Fit 스타일이었기에
그나마 그 똑같은 흐름의 유일한 빛이었다고 자위해 봅니다. --v
사진촬영은 시종일관 황당한 표정의 연출로 이어졌습니다.
헤벌레 웃지 않기 위한 피촬영자와 황당하고 어이없는 멘트로 촬영자를 웃게 만드려는 촬영자와의 치열한 싸움은 매번 계속됐고,
저 또한 결코 웃지 않겠다는 각오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만 촬영자의 능숙하고 재치있는 멘트로 결국 웃고 말아 사진은 그닥 기대되지 않습니다.
그간 사진빨만은 실물보다 괜찮은 수준을 뽐냈습니다만 이번엔 영 아닐 것 같네요. --;
개인 학사모 사진 촬영 이후에는 자유롭게 15인이 그룹을 지어
단체 촬영, 단체 동영상 등을 찍었는데
용팔은 우리는 배신하지 않고 여전히 우리를 즐겁게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용팔은 매 학기 한 명의 홀로 사랑하는 여인을 학교에 두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녀 그룹과 15인의 한 그룹이 되어 함께 졸업의 기록을 남기고자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여성 2명이 포함된 그룹의 통합 제의까지 마다하며 그녀들을 기다렸건만
그녀들은 이미 다른 그룹 속에서 행복하게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
물론 용팔은 같은 그룹이 아님에도 계속 그녀 주위를 맴돌며 가슴 아파했지요.
아주 오랫만에 만난 학과 친구들과 졸업앨범 사진 촬영에 나섰던 우리는 그 누구들보다도 즐겁게 사진촬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 행사차 찾아온 귀여운 유치원생들을 번쩍 안고 귀엽게 사진을 찍기도 했고,
사진 같이 찍자고 접근한 섹시한 여중생들한테 거부 당하는 슬픔을 겪기도 하였으며,
편입생 같던, 보지 못한 섹시한 후배 3인방에게도 접근했다가 참담한 꼴을 당하는 선배의 좌절을 맛보기도 하였지요. !_!
즐겁게 사진촬영을 마치고 나니 오후 2시 30분.
오랫만에 외출을 하였더니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온 몸이 힘에 겹고, 졸립고, 또 지난 숙취로 속도 괴로웠습니다만
모처럼만의 학교 외출이 허무하지 않도록 다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였지요.
사실은 간단하게 차나 한 잔 하려고 했던 게
결국은 밤 10시 넘게까지 소주의 연속으로 이어져서 고생했습니다. ^^;
역시. 학교 가는 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새삼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느새 4학년이 되어 졸업사진을 찍는 것이 약간은 어색하고 낯설긴 했지만
이 시간들을 흘려 보내고 난 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생각해 보면 남은 시간들이라도 열심히 학교에 다녀야할 것만 같은데...
이렇게 대충대충 결정해 버린 순간적인 선택들이
제 평생의 삶을 좌우하게 된다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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