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여행기 (2002-06-12)

작성자  
   achor ( Hit: 1192 Vote: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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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오늘도 외출. ^^v

오늘은 교수님들과 결판을 짓겠다는 결심을 하곤 학교에 갔지요.


최대한 직장인처럼 보이기 위한 몸단장 중. --;

힘들게 그 먼 학교까지 갔습니다만 결과는 그닥 좋지 못했습니다.
몰랐는데 후에 용팔 말 들어보니 학과에서 사정 안 통하기로 유명한 교수님이시더군요.
교수님 왈,
대통령, 총장이 찾아와도 학점을 줄 수 없네.
내 평생 수업 한 번도 안 듣고, 시험 한 번도 안 보고 이렇게 당당하게 학점 달라고 하는 학생은 처음이야.

나름대로 이것저것 문서도 많이 챙겨갔건만 짤탱 없더군요. --;
그리하여 아예 이번 학기를 모두 F로 깔까 생각 중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전 과목 F 맞으면 학고 또한 맞겠지만 다음 학기 학비는 안 내도 된다 하더군요.
그리하여 애초에 1년 정도 더 다니게 될 학교라면 돈이나 아낄까 하고 있지요. --+

근심과 걱정을 가득 안고 용팔을 만났습니다.

평소와 달리 머리카락을 내려 빗은 용팔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


여기는 1학년 시절 학교 방송국원으로서 추억이 많았던 당시 대학본부. 지금은 동아리건물.


소위 맛세이상으로 통하는 심산상과 쌍벽을 이루는 학교 상징, 청룡상.

마지막 학기가 될 지, 그렇지 않을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4학년 2학기에는 기필코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학생다운 삶이 내심 부러웠거든요. 졸업 전에 꼭 한 번 학생다운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대학로 부동산을 향해 출발.

가던 도중 용팔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움직이지 않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은 음악이 흐른다고, 음악 듣고 가자고 하였습니다.

용팔은 참 대단합니다.
힘과 근육으로 대표되는 그는 사실 그의 외모와는 달리 아주 감성적인 친구입니다.
노래도 전국 대회 1위를 할 만큼 잘 부를 뿐더러 그림 또한 상당히 실력이 있고,
게다가 길을 걷다 좋은 음악에 발길을 멈출 만큼 낭만적이기까지 하다니...
그의 얼굴과 매치 되지 않아 구역질이 날 뻔 했습니다. --;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던 학교 앞 음반가게. 항상 좋은 음악을 틀어놓는다고 하더군요.

집을 알아보려 대학로를 거닐었더니 예전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던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대학로에 집을 잡고, 예술을 펼치겠다며 친구 녀석과 다짐했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우리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돈도 없으면서 대학로 부동산을 전전하며 싸고 허름한 방을 알아봤었거든요. ^^;
물론 가계약만 한 채 돈이 없어서 실패로 끝난 사건입니다만.

예상 외로 대학로는 집값이 너무 비쌌습니다.
원룸 전세는 아예 없고, 월세라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혹은 2,000만원에 월 30만원 선.

그리하여 혜화역으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멀어진 끝에 결국 학교 앞까지. --;
그나마 학교 앞은 1,000만원에 월 40만원 이하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더군요.

강남으로 사무실을 이전시키고, 그 이후에나 대학로로 이사해야겠다고 결심하곤 돌아왔지요.


대학로에서의 모든 과업을 마친 후 오뎅 한 그릇.
1학년, 술 잘 못 마시던 그 시절에 술에 취할 때면 몰래 술자리를 빠져 나와 오뎅 하나 먹곤 들어가 다시 술 마시던 그 오뎅집,
아직 여전히 버티고 있더군요.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할까 하였습니다만
치사한 인간들, 시험이라고 술도 안 마시겠다더군요. --;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된 건지. 옛날, 내일 무슨 일이 닥친다 해도 내일 걱정은 내일 했던 그 시절이 그립더군요.

홀로 방구석에서 바카디 한 잔 할까 하다가
오랫만에 비디오 한 편 빌려 결국 귀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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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