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라이트레몬맛 (2002-09-21)

작성자  
   achor ( Hit: 1578 Vote: 22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물조차 항상 사먹는 우리에게 있어서 펩시 트위스터는 엄청난 상품이었다.
조금은 가격이 더 비싼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펩시 트위스터를 사러 편의점에 갈 정도로 좋아했다.
알다시피 우리 중 누구라도 배가 고프다거나 혹은 기타 다른 이유로 사무실 바로 앞 편의점을 가지는 않았다.
오직 유일한 흡연자인 나만이 담배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간혹 편의점에 가곤 했지만
보루 단위로 사는 담배 때문에 그조차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펩시 트위스터를 우리 모두는 좋아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맛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외출을 싫어하기에 세상과 적당한 거리가 있는 우리조차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리.
펩시 트위스터가 인기를 모으자 그의 맞상대인 코카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던 모양이다.
그들은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맛을 출시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다가 나는 엄청난 광고를 하나 발견했었다.
그런 광고는 결코 흔치 않다.
나는 신문을 보다가 우측 하단에 실린 광고에 단번에 매료되어 버렸고,
그것이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맛 광고라는 걸 안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광고 속에는 아주 섹시한 모델이 있었다.

그 광고를 잊지 못하고 있던 나는
기어이 코카콜라 웹사이트를 찾아가 그 광고를 구하는 지경에 이른다.



알고 보니 그 모델은 한은정이었다.
vluez 덕택에 조금 보았던 명랑소녀성공기,에서 첫눈에 반해
웹사이트에서 찾아보았던.
여자 연예인을 보고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는 것 또한 내게는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몇 번 더 명랑소녀성공기,를 본 후 완전히 관심을 잃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한은정은 나를 두 번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검색하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다.
이것의 의미를 나는 제대로 전달할 자신이 없는데,
나는 웹서핑이라든가 검색 같은 걸 아주 싫어하는 편이란 점을 말한다면 조금 이해가 쉬울 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문사, 그리고 내가 작업하는 웹사이트 이외에는 어디든 거의 가질 않는다.
요컨대 한은정은 내게 있어서 정말로 낮은 확률을 이끌어 낸 유일한 사람이란 의미다.



그리하여 오늘,
한국 최대 민속인 추석을 맞이하여 나는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맛을 마셨다.

아. 그러나
이것은 펩시 트위스터와 결코 견줄 수 없는,
그 매력적인 CF를 완전히 아깝게 만드는
엄청난 맛이었다.

CF가 아깝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03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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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