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의 2002년, 마지막 밤 (200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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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775 Vote: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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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벽 6시.
오늘이 웹스. 사무실에서 보내는 올해의 마지막 날이기에
이것저것 정리하거나 해놔야할 일들이 한아름 쌓여 있으면서도
여전히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해놓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오랜만에 내 홈페이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며 잡념에 사로 잡혀 있는 시간.
배도 좀 출출하여 라면물도 끓이고 있다.
형님은 고맙게도 컵라면을 두 박스나 사주셨다.

이렇게 새벽에 깨어있는 것도 근 1주일만이다.
한때는 절대 인위적으로는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내 뒤바뀐 생활 리듬이
매일 해야할 일들이 생기고, 고정적으로 나설 일이 생기니
쉽게 순응하고, 변해 버리고 말았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임을 실감한다.

어제는 역시 근 1주일만에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홀로 있었다.
전날 세미나를 끝낸 후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좀 아팠고,
1년 전 무렵에 종종 해먹곤 했던 국수를 하루 종일 먹고 싶어 했다.
깨어있으면 TV를 봤고, 그렇지 않으면 푹 잠을 잤다.

2002년, 사무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은
그렇게 별 다른 감흥 없이 내게 다가와 있다.

그닥 분위기 안 나는 연말이지만
그래도 연말이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 지기만 한다.

못난 자식 때문에 고생만 하시는 부모님,
동생 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곤 하던 누나...

시일도 맞춰주지 못했는데 언제나 넉넉하게 이해해 주셨던 형님,
별로 좋은 것도 없는 성격의 소유자 곁에서 항상 웃음으로 바라봐 준 vluez,
회사에 다니는 바쁜 와중에서도 신경 써줬던 keqi,
돈도 안 되는 일,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희생하여 도와주셨던 영신씨,
그리고 우리, 미팅도 주선하고, 말도 잘 듣는 썬, monandol 등
웹스.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혹 가슴이 아팠거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러나 나 역시도 이제는 결혼해야할 지도 모르는 사람을
결혼할 생각이 없는 내가 질질 잡고 있는 건 아닌가 갈등이 없던 건 아니었다.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나를 이해해 줬던 사람에게 감사한다.

나는 이제 곧 제주로 떠날 것이다.
돌아오면 이미 닥쳐 있을 2003년이
사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내심 기다려 진다.

2003년이 되면
이미 삐뚤게 써버린 지난 기억을 잊고
새하얀 화선지에 무엇이든 힘차게 다시 써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8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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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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