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200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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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088 Vote: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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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밥을 해본 건 아주 오랜만의 일입니다.
언젠가는 좋아하는 오징어를 가지고 조림도 해보고, 국도 끓여보며, 또 부침개도 만들어 먹곤 했었는데 말입니다. 형님이 식대를 영수증 처리해 주신 이후부터는 단골 식당에 시켜먹든가 아니면 굶게 되더군요. 여전히 저는 오랜동안 배고파 하지 않고 굶는 것에 자신이 있습니다. 이제는 형님과 관련된 작업도 끝나가고 해서 더 이상 영수증 처리한다는 게 양심에 걸려 밥을 해 먹을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전에 저는 밥을 아주 잘 했습니다. 적당히 물을 넣어 윤기가 흐르는 맛있는 밥을 잘 만들곤 했었는데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이번은 좀 물이 부족했나 봅니다. 밥알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이를 위해서 참치도 몇 캔 사다 놓았지요. 그러고 보면 저는 통조림 음식에 적잖은 애착을 갖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학창시절 읽었던 7막7장,에서의 통조림으로 점철된 홍정욱의 고백담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뿐더러 대학로에서 살아가던 시절에도 통조림은 제게 빠트릴 수 없는 주식이었습니다. 통조림으로 되어 있는 음식이라면 참치든, 옥수수알갱이든, 뭐든 기분 좋게 먹을 자신이 있고, 또 가득히 쌓여있는 빈 통조림 통들을 보는 것에서 작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 처음 해먹었던 밥이 오늘따라 많이 생각나네요. 25살에 먹었던 밥이 27살에 먹는 밥과는 역시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6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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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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