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2003-02-07)

로또를 한 장 샀습니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배웠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복권을 통한 일확천금의 환상은 전혀 갖고 있지 않기에
그간 복권을 사본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러나 이번만큼은 복권을 사야하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불어닥친 로또의 열풍은
지난 2002년의 월드컵 열풍을 능가하는,
건국이래 국민 최대의 이벤트라고도 이야기 되고 있기에
저는 이 동시대인들의 문화로부터 예외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번 10회는
어쩌면 삶에 있어서 엄청난 물질을 획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더군요.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이월 회수의 제한도 생겨나고,
또 이번만큼은 1등이 없을 경우 2등에게 그 당첨금이 분할되니 말입니다.
곧 이것은 초기의 시행 착오에서 오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주 초부터 yahon과 동네의 복권방에 가자고 내내 말만 주고 받다가
오늘에야 비로서 늦은 시간, 한 장 구매하게 되었는데
요즘 열풍을 그대로 반영하듯
복권방에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엄청난 인파로 붐비더군요.

당첨된다면야 물론 좋겠지만
당첨을 꿈꾸며 복권을 구매한 것은 아니기에
대충 손 가는 대로 체크한 후 받아온 영수증입니다.

시대를 스쳐 가는 중요한 사건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호흡하는 일이야 말로
한 번의 生을 값지게 만드는 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혹 당첨되면 한 번 거하게 쏘지요.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5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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