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바빴던 한 주 (200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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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222 Vote: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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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는 좀 바빴다.
새학기와 새로운 일이 시작되었고,
아버지와 yahon의 생일도 있었을 뿐더러
세무서 등 꼭 가야만 했던 곳들도 넘쳐있었다.
덕분에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술도 많이 마신 한 주였다.



먼저 그 장엄했던 酒死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번 주에 있었던 두 번의 술 자리는
근래 보기 드물게 치사량을 뛰어넘는 엄청난 술을 마셔야만 했다.
그러기에 한 번은 완전히 내 기억을 잃게 하였고,
다른 한 번은 다음날 내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뻗어있게끔 만들어 버렸다.


첫 번째 술자리는 새로운 일을 함께 할 사람들과의 회식 비슷한 자리였는데
사람들의 잔을 한 잔 한 잔씩 받아주다 보니 그 총량은 실로 어마어마해져 버렸고,
나는 곧 기억을 잃은 채 갖은 추태를 가열차게 선보여 냈다.
깨어났을 때는 신림동이었는데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이 나를 챙긴다고 가방과 핸드폰을 가져가 버렸던 것이다.
내가 돌아가야할 사무실 열쇠가 달려있는 그 빨간 핸드폰을 말이다. --;

결국 쌩쑈를 하다가 나의 위기를 듣고 그 늦은 시간, 단번에 달려 와준
고마운 vluez 덕택에 나는 아직 살아있긴 하다. --+


두 번째 술자리는 yahon의 생일 자리였다.
이 날도 장구하다.
저녁 8시 경 소주로 시작한 그 자리는 1차로서도 충분하였건만
3차부터 합류하신 yahon 아버님께서 나를 워낙 사랑하신 지라
어르신의 술잔을 연이어 받느라 꽤나 고생했다.
게다가 익일 새벽까지 소주-맥주-소주-양주로 이어지는 그 종의 다양화 덕택에
내 머리는 거의 부서진 상태로 다음 날 하루를 버티게 하였다.

그렇지만 과거 사건 때문에
ooni의 가족들과 우리 가족들과의 대대적인 만남을 제외한다면
처음으로 친구 아버님과 술을 마신 자리였는데
그것은 내게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그간 나는 정신병적으로 친구 부모님 만나는 일을 피해왔던 편인데
훗날 장인어른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시작한 일은 꽤나 나를 분주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다.

일류 명문대를 졸업하신 후 평생 기업 경영을 몸으로 습득하신 그 노령의 사장님께서
내 일과는 별 상관 없음에도 들려주시고, 가르쳐 주시는
세상과 사회의 이야기는
아주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새삼 세상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그 속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사회적인 지혜들이 얼마나 많은가 느낀다.



아. 그리고,
아직은 그 가능성이 아주 적은 이야기지만
어쩌면 용산으로 이사를 갈 지도 모르겠다.

일 때문에 알게 된 한 미국인이 있는데 동거를 하자고 제의해 왔다.
같이 산다면 적어도 영어는 늘겠구나 생각해서 고민은 하고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에 아직 거부감이 있는 편이라 어떻게 결론 내릴 지는 모르겠다.



그냥.
바쁜 가운데 일상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괜실히 삶의 회한이 밀려온다.
결코 길지 않은 3년이란 시간이 흐르게 되면 내 나이도 어느덧 서른.

30대에도 나름대로 삶의 의미와 멋을 찾아나가겠지만
나는 그것이 내 현실에서의 자기만족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모든 가능성을 포함한 채 그 넓은 선택의 범위 내에서 절대적인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어쨌든 요즘,
시간은 참 빨리 흐르고 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3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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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세: 27살의 답변 (2006-05-03 09:09:22)- 27세: 고민 (2003-03-18 03: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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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