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귀가하여... (200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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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693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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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지난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장장 6일간 단 하루도 빠짐 없이 과음을 했다는 사실은 최근의 내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주종과 안주, 酒友를 가리지 않는 무제한적인 술자리였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딱 일주일째를 맞이하는 오늘은 아무 약속도 없이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다.

일찍 귀가하게 된다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나름대로 계획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그저 나태해질 뿐이다.

그리하여 또 다시 시작될 내일을 대비하여 적당히 TV나 보다가 일찍 자야지 마음 먹었으나
그것조차 지키기 어렵다.
아무 하는 일 없이 어느덧 27시까지 나태함은 계속된다.

새벽 2시를 넘기면 100% 지각이다.
지각하는 날 아침이면 항상 2시는 넘기지 말자고 다짐하곤 하지만
언제나 2시를 넘겨 잠들게 되고, 그 다음날의 지각은 반복된다.
새벽 3시를 넘기는 날이면 점심시간에 맞춰 출근하게 된다. 결코 좋지 않다. --;

오랜만에 맨정신에 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여유로움 속에서 왠지 애달파진다.
지나간 시간들도 떠오르고, 추억의 인물들도 스쳐간다.
역시 그간 내가 과거에 많이 얽매였던 까닭은 전적으로 내 여유로움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추억이라는 것은 직접적인 체험과 꼭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던지
나는 결코 내가 겪을 수 없었던 70년대의 여고시절까지도 회상하곤 한다.
사실 그것은 회상이라는 말보다 상상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마치 내가 언젠가 겪었던 일처럼 기억 속에 실체를 갖고 있는 느낌이다.
까만 세일러풍의 교복을 입은, 언젠가 오래된 흑백 영화 속에서나 봤던 것 같은 70년대 여고생들의 사랑과 우정이
마치 내 오래된 전생의 기억처럼 느껴져 온다.
전생을 믿지는 않지만 혹 존재한다면 나는 전생에 70년대 여고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9시뉴스도 보았고, 스포츠뉴스도 봤으며,
박찬호의 야구경기, WWE의 레슬링, 100분 토론, MNet MV 들도 별 생각 없이 보았다.
MNet에서는 홍익대학교 신입생들이 몇 나와 거리 인터뷰를 하던데 정말 어려보인다는 사실에 새삼 놀랬다.
내가 대학 1학년 시절 사랑했던 사람도 저들처럼 저렇게 어려보였을 텐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고,
심지어 초등학교, 유치원 시절에도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은 얼마나 더 어려보였을까 하는 생각에 황당해졌다.
실험할 수 있다면 초등학생 한 명과 늘씬한 쌈박걸 10여 명을 세상과 격리시켜 놓고
그들 사이에서 사랑이 이뤄질 수 있나 연구해 보고 싶어졌다.
곧 사랑은 필연적으로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나 궁금해 졌고,
그렇다면, 결국 자연과 같이 절대적이거나 사회와 같이 광범위한 것이라 해도 사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완벽히 절대적인 사랑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 고민해 봤다.

백 번의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 법.
백 날 사랑타령 해봤자 이루어지는 건 없다.
오직 무제한적인 소개팅으로 많은 여성을 만나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힘 닿는대로 많은 여성을 만나본 후 그 중에 한 명을 선택해 낼 수 있다면
그나마 그것이 가장 완벽한 사랑에 조금 더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아. 머리가 띵해져 온다. 잠이나 자야지.
혹 내일 일찍 일어나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모닝콜 부탁한다.
성공적으로 내 지각을 저지해 준다면 밥이나 술을 한 번 쏘마.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9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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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03-04-18 11:20:00
아. 젠장. !_!
결국 새벽 6시 넘어까지 빈둥대다가 일어난 시각, 오전 11시 15분. --;
아. 좆됐다. 가면 또 점심시간이겠다. !_!
그래도 keqi여, 술 한 번 쏘마. --;

 ggoob2003-04-20 02:04:32
상상하고는. --; 변태 아니야? 차라리 늦게까지 술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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