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졸리다 (2003-05-12)

작성자  
   achor ( Hit: 1593 Vote: 1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아. 졸려 죽겠다.
다시 자유로워진 이후 그래도 생활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했었지만
지난 주 말부터,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새로운 홈페이지 만드는 일에 빠진 이후부터는 완전히 예전 그대로다.
불규칙한 수면시간에 내내 굶으며 담배만 빨아대는 그것 말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다시금 강조하지만 2년만에 새로 만드는 홈페이지인 만큼 열정이 많을 것도 당연하다.
덕분에 방금 전, 맡아서 하던 프로젝트 하나가 내 계속된 지체탓인지 기한 연장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이러다간 몸 뿐만 아니라 먹고 사는 일까지도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하튼 각설하고.

얼마 전 annie씨는 이방인이던가, 감명 깊게 읽고 있다며 내게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느낀 것은 '동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모든 인간 관계가 그와 같더라.

우리네 인간 관계는 어쩌면 요청과 승락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청하고,
나는 그 요청을 새우눈을 하며 유심히 살펴본 후 승락을 하거나 거부를 하면 된다.

이것은 때때로 결혼에 있어서까지도 진실이 된다.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결혼을 하자며 요청을 할 것이고,
그는 그 여자에게 거짓 사랑을 이야기할 필요 없이 꼼꼼히 살펴본 후 승락을 하거나 거부를 하면 된다.
겨우 그것이다.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극대화된 상징이자 제도일 결혼마저도 그럴 수 있다는 건
사실 처음에는 내게도 충격이었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당연한 일 같기도 했다.

아. 오버해서 시비걸지 마라. 나 역시도 많은 요청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으니.



요즘은 만나자는 사람들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다.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연관이 많이 되게 되는데
그럴 땐 결코 깊게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
그저 천천히 관망하며, 승락을 하거나 거부를 하면 된다.
겨우 그뿐이다.

네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단다.
너무 그렇게 지겹도록 이야기 좀 하지 마라. 졸린데 귀찮다. --;
나는 니가 뭐라 이야기하든 내 좆빨리는 대로 살 것이니 감언이언을 늘어놓는다거나 어수룩한 자료로 삽질하지 마라.
형아, 졸리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66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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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nie2003-05-14 21:40:49
'동의'와 '승락' 은 매우, 다른 것이다.
승락은 너에대한 무관심과 너와 나의 불평등한 위치,관계라는 생각을 네가 갖고 있는 것이고 동의는 너와 내가 현재와 미래를 함께 하는 것이다.

이방인의 뫼르소는 세상과 자신의 부조리를 인식만 할 줄 알고 '승락'과 '요청'으로 일관된 삶을 살다가 최소한의 생존보호도 하지 못한다.

그는.
"씨팔. 나는 너보다 삶에 대한 나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확신이 있어, 나는 니가 뭐라 이야기 하든 내 좆빨리는 대로 살 것이니(아처버전) 제발 아가리 닥치고 네 동네 가서 놀아." 라고 한다. -annie버전-

눈물이나 질질 짤줄 아는 가슴 큰 마리는 이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뫼르소 당신 때문에 고통스럽고 네 삶의 방식이 억수로 재수없다.

 achor2003-05-14 22:26:09
제가 말한 '동의'는 승락과 비교되는 동의가 아니라 그 annie님 이야기에 동의했다는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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