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행위는 문자보다 선행한다 (2003-06-17)

작성자  
   achor ( Hit: 1702 Vote: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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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강남역.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 길.

동행하던 교포와 안면 있는
전,현직 스튜어디스 두 명을 거리에서 만났다.

전직 스튜어디스는 우울하다고 말했다.
현직 스튜어디스는 정말 스튜어디스처럼 생겼다.



2.
위로코자 술 한 잔 한 후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한다.

나는 언제나처럼 노래방에서 침묵 중이다.

사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지 않는 것은 여간 심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 노래 들어주는 일이나 멀뚱멀뚱 화면만 바라보는 것은 어떻게든 재미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노래방에서의 침묵이 점수 따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



3.
여느 노래방에서와는 달리 팝송이나 일본노래들이 자주 흘러나온다.
별로 발음은 좋아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그녀들은 팝송이나 일본노래를 부르고 있다.

좀 재수 없다.
저 노래를 부르면서 그 의미를 알고 있을까 의심스러워 진다.

그러다 그 재수 없다는 느낌이
내 컴플렉스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설령 가사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한다 한들 무슨 문제인가 싶어졌다.

낮에 씨티문고에서 산 영상커뮤니케이션과 사회,라는 책은
보는 행위가 문자보다 선행한다는 말로 시작되고 있었다.
마찬가지다.
듣는 행위 역시 문자보다 선행하겠다.

팝송이든 제이팝이든 그 음악의 가치는 언어의 구분이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가사라는 게 한 노래에 있어서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겠지만
그럼에도 음악 자체적으로 봤을 때 가사는 부가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그녀들은 음악이 좋아서 팝송이든 제이팝이든 불렀을 것이고,
그 와중에는 무슨 언어를 늘어놓든지 상관 없는 일이었던 게다.
단지 이 음악과 함께 한다는 의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한국어로든 영어로든 일본어로든 무언가 내뱉어야 했을 뿐이리라.



4.
학교에서 또 다시 전화가 왔다.
통화자는 내 평점이 2.06이라고 했는데 2.00 이하는 졸업할 수 없다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런 조항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따지듯 왜 그런 것을 공표해 두지 않았냐 했더니
답변인 즉.

졸업평점 2.00 이하는 몇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아주 드믄 일이란다.
그래서 공표하는 데에 좀 소홀했었나 보다고 했다.
하긴 F 다 빼고 내는 평점에서 2.00 이하는 좀 너무하긴 했다.

좆됐다. !_!
이번 학기 학고를 맞든 말든 F만 안 맞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평점 2.00도 넘어야 한다. --;

어쨌든 공부 좀 해야겠는데...
요즘 교포들 만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사실을 실감하고는 있다.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1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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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kima2003-06-18 16:57:19
일본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지.
어...책보지 마세요. 책보다 듣고 말하는게 먼저에요~
네..맞습니다..맞고요..--;

 achor2003-06-18 17:23:25
오랜만이네. 살아있었구나. ^^

 ggoob2003-06-19 03:48:35
듣고 말하는걸 먼저 하게 되니까 반면 책을 보고 글을 읽는게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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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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