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의 결혼 (2003-10-23)

작성자  
   achor ( Hit: 942 Vote: 1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2001년 9월 27일.
내 홈페이지, 다이어리는
선진이가 사무실에 놀러 왔다는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http://empire.achor.net/acboard/acboard.php?id=diary&m=v&num_seq=1)

선진과 친할만큼은 친했지만
그렇다고 나의 중요한 시작을 그녀를 통해 기록할만큼 친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사실은 나조차도 좀 의외이긴 하다.

이미 2년이나 지나버렸기에 그 시절의 사정을 소상히 기억해 내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적어도 당시에는 그만큼 친했겠거니 생각해 본다.



2.
선진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온 것은 며칠 전이다.
나는 깜짝 놀래 그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나를 두고 어딜 가냐는 장난어린 말 한편으로 축하한다고 전해주었다.

선진이는 정말 꽤나 좋은 아내가 될 것 같다.



3.
아는 동생이 없던 나는 오빠,라는 말 듣는 것을 좋아했었다.
선진이는 내게 오빠,라고 가장 많이 불러준 한 사람이었다.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면 그녀 특유의 낭낭한 목소리로,
'아이참, 순우오빠!' 라고 말하는 멀티미디어적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선진과 친해지고자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은
나의 침울하고 게으른 성향과 잘 매치될 것 같다.
물론 좀 귀찮긴 할 것 같지만.

그러나 선진은 내 고등학교 동창의 여자친구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내가 그녀를 직접 만나기 이전의 일인지
아니면 그 이후의 일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친구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은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벽이라는 사실.

그녀는 내가 인터넷 방송을 하던 시절
유일한 애청자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대전에 살고 있던 그녀였기에
나는 마치 전파를 통해 먼땅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영화적인 환상을 갖고 있었던 기억 또한 남아있다.

아. 그리고
언젠가의 생일날.
그녀가 선물해 줬던 따스한 스웨터의 부드러운 감촉도.



4.
그래. 좀 오버다.

사귄 사이도 아니고, 은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직접 만난 적이라곤 2-3번에 불과한 사이에서
그녀가 결혼한다고 홀로 방구석에 앉아 옛 추억을 두런두런 늘어놓는다는 건
역시 오버다. --;

물론 그녀가 정말 나의 옛 사랑이기에
그녀를 통해 시작된 내 다이어리가
그녀의 결혼으로 인해 완전히 끝나버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쓸데 없는 상상도 하고는 있다만. --;

그냥.
담배를 한 대 피려고
창문을 열었을 때
휑하며 밀려들어온 찬바람에 깜짝 놀란 탓도 있겠고,

평소와는 달리
vluez가 하루종일 틀어놓은 음악이
잔잔하면서도 서글픈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는 탓도 있겠다.

음.
어쨌든 추운 건 싫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70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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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끼2003-10-25 18:21:10
이해할수 있어.. 요샌 이말을 너무나도 많이 쓰는 듯 싶어.. '이해할수 있어..'하지만 그말은 그냥 이해만 할수 있다는 말로 끝나버리곤해.. 이해만? 아니.. 이해도 뭐든 다 할수있는데 상황이 그렇지 않은 그런 기분은 참 설명하기 힘든거 같네.... 내주위엔 아직 결혼한단 인간들이 별루 없어선지.. 결혼이 그렇게 어떤지 잘 모르겠네 당췌. 아처군이 나보다 먼저 결혼에 골인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한번 먼저 해보실래? ㅋㅋㅋㅋㅋㅋ작년에 제일 친한 친구 하나가 결혼을 햇떠랬어 그때의 기분은.. 뭐라할까 딸을 시집 보내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기분에 눈물까지 펑펑 나려고 하더라구.. 근데 그저 그런.. 친구의 결혼식은 뭐라고 해야하나.. 그냥 너의 글처럼 나두 저런 기분이 들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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