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 버린 생일 (2004-02-10)

작성자  
   achor ( Hit: 1139 Vote: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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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어제는 어머니의 생신이었다.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지금까지의 내 생애 속에서
어제처럼 어머니의 생신을 잊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최악이다.



2.
학창시절에 나는 孝,란 문자를 아주 싫어했다.
어쩐지 구리고, 누런 느낌이 나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이름에 孝,란 문자가 들어간 사람을 다른 이유 없이 싫어할 정도였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이 없는 일이긴 하다만.

지금은 이것이 내가 사랑받고 자라온 하나의 증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왔기에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이 내가 孝,란 문자를 단지 구리게 바라볼 수 있던 이유였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집 떠나와 살아가는 내 삶은
내가 지난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모님의 사랑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내 최선을 다하여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다.
물론 대체로 갖고만 있는 편이다만. --;



3.
어제가 어머니의 생신이었음을 깨달은 오늘.
오늘 저녁에라도 부모님을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귀찮은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나는 이런 나를 어떻게 용납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분명 오늘 당장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고 내 이성은 이야기 하면서도
육체는 귀찮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다가 나는 어떻게든 나를 합리화 할 수 있는 변명을 만들어 낸 후
다음에 부모님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할 게 분명하다.
나는 자기합리화가 강하다는 비판을 간혹 받아오지 않았던가.



4.
문제는 다이어리였다.
작년까지는 매달,
그 달의 생일들을 다이어리에 다 적어나갔는데
올해부터는 그러한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니
친구들 생일을 비롯하여 부모님 생신까지도 잊게 된 게다.



5.
엇. 스타하잖다. --;
스타나 한 판 하고.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57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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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04-02-10 19:56:40
결국,
다음에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정령 이성은 행위 앞의 노예이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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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