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자 (2004-06-10)

작성자  
   achor ( Hit: 2131 Vote: 10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헬스 첫 날은 비교적 빡쎘다.

첫 날은 체질검사를 받는 것부터 시작됐는데
나는 10Kg 가량 체중미달에 단백질 결핍을 통보 받았다.

그리하여 뜀박질 같은 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종목이었건만
같이 다니는 성훈이 과체중을 통보받았기에
하루종일 같이 죽도록 뜀박질만 하다 왔다. --;

지난 1년 간 내가 걷거나 뛴 거리보다 더 많은 거리를 오늘 하루에 뛴 것 같다.
아직까지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


러닝머신이 놓여져 있는 곳은
창밖을 통해 내가 전에 살던 곳이 보이는 위치였다.

나는 죽도록 뛰면서 창밖을 통해 내가 살던 그곳을 바라보았다.



2.
한 시간 여 뛴 후 밤거리에 터벅 주저 앉아
성훈과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돌아왔더니 밤 11시.
이미 매일 밤 10시에 시작하는 리2 혈파티가 1시간이나 흘러 있다.
새벽 3시까지는 혈원들과 놀아줘야 한다.

그리곤 4시까지 남겨놔야할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웹서핑을 하거나...

그 이훈 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는데
오늘은 영화를 봤다.

Final Destination이라고.
몇 해 전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던 그 영화를 봤다.
사실은 최근 개봉한 Final Destination 2인 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보다 보니 이미 2번이나 봤던 1이었던 것. --;
잘까, 그냥 볼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영화는 끝났고, 아침이 밝아 있다.
3번이나 보게 되니 별로, 재미는 없었다.



3.
너무 과도하게 뛰었나 보다.
피곤해야 할 몸이 피곤하기는 커녕 잠도 별로 안 온다.
게다가 금요일, 이제 곧 주말이니 마음도 가볍다.

요즘 옛 여자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어 기분이 싱숭생숭 하던 탓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웹서핑을 조금 해본다.

오늘은 옛 여자친구들의 홈페이지를 들려 본다.

하도 안 갔더니 주소도 이미 다 잊었다. --;
옛 하드에 남겨져 있는 주소를 찾아내어 슬쩍 들여다 본다.

개중에는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나는 이도 있지만
때로는 사진을 보면서도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버린 이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결혼한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그러나 대개는 약혼을 했거나 혹은 열렬하게 사랑은 하고 있어 보인다.
애인이 없어 보이는 이도 있다. 다시 사랑하자고 할까. --;

역시.
녀석들, 나와 사랑을 한 만큼 눈은 높아서, --;
파트너들도 괜찮은 남자 같아 보인다. 좋겠다. ㅠ.ㅠ



4.
이런 결심, 언젠가도 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좀 잘 살아봐야겠다.

일도 좀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게임이나 담배 같은 것 좀 그만 하고,
정상적으로 외출하며 정상적으로 사랑도 하고.
뭐 좀 그저 그렇고 그렇지만 그래도 그것이 인간의 삶인 걸 어쩌리.
좀 잘 살아보긴 해야겠는데...


차라리 대학에 갈까, 재수를 할까
대학과 학원 모두 등록해 놓곤 고민하던 그 시절,
대학 대신 재수를 택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아마도 1년 늦었다는 경각심에 가출이든 출가든 그런 짓도 하지 않고,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회사에 취직하여 적당히 잘 살고 있지는 않을까,
그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아마도 지금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일지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삶에 별 불만은 없다.
원하던 대로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편안하다.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도 않고, 배고파 하지도 않으며, 소비를 함에 금전적인 문제가 크지도 않다.
말 그대로 대충 편안하게 살고는 있는데.

그런데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무언가 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뭐랄까.
앞으로도 어떻게든 먹고 살 자신은 있지만
어쩐지 미래가 없는 그런 느낌이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지 않는 만큼
하루하루가 요행으로 치닫는 느낌이고,
주말을 맞이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느낌이다.
역시.
무언가 좀 불만족스러운 거다.


결국 언제나 비슷한 결심을 해본다.

좀 열심히 살자.
그리고 어서 나도 연애하자. --;
에잇. 더럽다. ㅠ.ㅠ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47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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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숲2004-06-12 01:06:36
헬스라니 부럽구나.. 쌈박걸이 울고갈 멋진 몸매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야 ^^*

 ggoob2004-06-13 19:53:18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상상 안해본 사람이야 없겠지만,
오빠는 그 어떤 다른 길을 택했다 하더라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원체 게으름을 타고 났잖아.^^;;

그나저나 오빠도 가슴 뭉클한 아쉬움을 남기는 사랑이란걸 했었던 적이 있다니 놀라워..

 cari2004-06-14 19:30:21
마저!!! 더럽다고! ㅜ.ㅠ

 achor2004-06-18 17:20:27
올리브숲: 그러게. 막상 해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ggoob: 아주 오래전 일이지. --;
cari: 공무원 연수원에 다니는 공무원과의 소개팅이 별로 였나 보구나. --;

 carina2004-06-22 21:26:46
바보! 그 귀엽고 친절했던 공무원은..그곳에 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었다...
정말 귀엽고 친절한.. 보기드문 젊은 공무원이었는뎅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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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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