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디의 결혼 (2004-10-03)

며칠 전 자고 있던 아침
옛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결혼을 한다며 전화를 해왔다.

이제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창시절엔 꽤나 친했던 그런 친구였다.
대학 1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같이 축제도 다니고 하며
간간히 연이 좀 이어졌었지만
이제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그를 만난다는 게
결혼 같은 커다란 이벤트가 아니면 어려운 정도로 거리가 좀 생긴 셈이기도 했다.

점심 무렵 부천의 한 예식장에서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이런저런 사람들로 정신 없는 와중에서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신부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동갑내기였고,
결혼식은 별 다른 것 없이 여느 결혼식처럼 치뤄졌다.
조금 특색이 있었다면
락밴드 보컬을 하고 있는 다른 동창 친구의 축하송 정도.
그는 신랑신부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대신
식장을 자신의 콘서트 무대인양 관객을 바라보며 공연을 펼쳤다.
우리는 다같이 박수를 쳤고. --;



예식장에서
옛 고등학교 동창들을 대거 만났다.

우리 중 가장 날나리였던 친구 녀석은
학교 선생 준비를 하고 있단다.
교생 실습 나가서 한 여학생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선생님이..." 대신에 "오빠가..."라고 이야기 했다는 일화는
우리 모두를 웃겼다.

학창시절 얼굴이 아주 까매 깜,이란 별명으로 통하던 그 락밴드 보컬 친구는
20살짜리 애인과 함께 나타났다.
지난 여름, 밴드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 가 헌팅한 아이란다.
그 까맣기만 했던 친구 녀식이
이제는 아주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한 걸 보며 새삼 시간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 고등학교 동창들의 독특한 특징은
학생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원체 재수는 기본이고, 3-4수씩 했거니와
다들 고시 준비한다고 휴학을 많이 하고 있어서
내가 오히려 일찍 졸업한 그런 경우가 된다. --;

그래도 이제는 제법 졸업 예정자들이 나오기 시작하여
취업이나 직장 이야기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한 친구, 떠나가는 것을 본 오후 4시부터
자정 넘어까지 술 자리가 이어졌다.

나는 간만에 과음을 했다.
다음 날 구토를 해보는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지난 추석 때 집에 찾아가지 못해
겸사겸사 부모님 집에 간다고 약속을 해놨는데
자정 넘게 들어가서는 구토만 하고 왔으니
집에서 살던 시절 술 취한 내 모습만 보셨던 탓에
아직까지도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시는 내 어머니의 그 충고는
앞으로 한 10년은 또 들어야 할 듯 싶다. --;



친구의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내 결혼도 생각하게 됐다.

나는 어떤 여자와 어떤 식으로 결혼을 하게 될 지
내심 궁금한 밤이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36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984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984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