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번째 생일을 보내며... (200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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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7번째 생일을 보내며... ( 2004. 11. 25. )
번호: 작성자: achor 작성일: 2004/11/26 00:01:23 조회수: 0 추천: 0
1.
정말이지 나는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0시 정각, 친구로부터 생일 축하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이 친구, 하루 먼저 보냈네, 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내 생일이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2.
나이가 들수록 생일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고백한 바 있기에 더 이야기 하기 고루하다.

그러나 혈에서 35살 먹은 형이
자신의 생일을 자신도 모른 채 지나쳐 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편에선 두려워졌다.

내 자신이 내 생일을 모른 채 지나쳐 버리는 그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 지나쳐 버린 후에 내 자신이 느껴야할 그 비참함이 두려웠던 것이다.

한때 생일은 내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 중 한 가지였음은 분명하다.
그러한 개인적인 신념 내지는 약속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희미해 지는 것이 슬플 것 같다는 것이다.

시간은 어느덧 내게 두려움이 되어 간다.



3.
분명한 것은 갈수록 내 생일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적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하게도 굳이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축복 속에 생일을 보낼 수 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삶의 작은 지향점이나마 될 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서운하다거나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도 역시 아니다.

시간이 흘렀고,
그리고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쓸쓸한 정도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옛 사람과 멀어지고, 새로운 사람과 가까워지지만
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옛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던 것처럼
몇 월 몇 일이 내 생일이오, 이야기 하지는 않게 된다.

그것은 상당히 사적인 이야기가 되고,
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게 된다.

비록 그 사람이 아주 매력적인 여자 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4.
생일이 내게 가져다 준 가장 큰 의미는
이미 연락이 오랫동안 되지 않아 관계가 끊겼겠거니 했던 이들과
다시금 조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옛 친구 몇으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것은 꽤나 감동적인 일이었다.
나 역시도 바쁜 일상 속에서 그들의 생일을 잊고 지낸 지 오랜데
그들 역시 무엇이 다를 것인가.
그들은 나와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 생일을 기억해 준 이들이었다.

오랜만에 그들과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5.
생일을 맞이하여 야호, 용팔과 술 한 잔 마신다.
의형제를 맺은 이들 또한 직접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다.

케익에 꽂은 초의 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케익을 가득 채울 만큼 나이가 많다.

좀 당황스럽다.
아직 내 생각은 어리고, 행동은 유치하기 그지 없는데
이미 세상은 내게 많은 나이를 부여하고 있다.

당황스럽다.
스물 일곱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지금,
나는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31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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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니2004-11-30 09:20:30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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