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적인가. (2002-04-29)

작성자  
   achor ( Hit: 920 Vote: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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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비디오가 재시동된 지난 며칠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들은 이미 다 본 터.
요즘은 주위 영화를 좀 좋아한다는 친구들이 추천해줬던 영화를 보고 있다.
어제 본 금발이 너무해,는 감독지망생 은영이가 지나가는 말로 재미있다고 했던 영화였고,
지금 보고 있는 와호장룡,은 나와 영화에 있어서 다소 비슷한 견해도 있는 태교가 예찬한 영화다.

그렇지만 이것은 영화와 상관 없는 이야기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내게 있어서 극히 드문 일임에도
나는 지금 와호장룡,을 멈추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칼사사 정모에서 나는 너무 이상적이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큰 비중이 실리거나 진실로 나를 알고 내게 해준 말은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쉽고 가볍게 날리는 그런 이야기들처럼
나는 질문에 맞닥들였다.

나.는.이.상.적.인.가.

그러나 그 날 이후 나는 계속해서 이 질문에 시달리고 있다.
일을 하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나는 문득 이 생각이 떠올라 모든 동작을 멈추고,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이.상.적.인.가.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이상적이라 생각해 본 바 없다.
나는 철저히 실리적이며,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다.

내가 타인을 배려한다면 그것은 내가 배려받고 싶은 개인주의고,
내가 타인을 무시한다면 그것 또한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이기심일 뿐이다.
내가 말하는 살기 좋은 사회, 이른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복지사회를 위한 노력도
기본적으로는 나의 존재 이후의 문제다.
또한 나는 성악설의 신봉자로서 인간의 천성이 악하다는 데에 동조하며, 그 악이 다름 아닌 자연이라는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러나 좋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받는 사회를 꿈꾸는 이상 또한 존재할 것이니
이상적이라는 문제와 이기적이라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자답에 얻는다.

그리하여 반추해 보지만 그럼에도 나는 실리적이기에 이상적이지 않다.
나는 친사회적이고, 사회친화적이며, 심지어 이 사회가 나와 아주 맞는다는 데에 불만까지 갖고 있는 실리주의자가 분명하다.

자. 이럼에도 나는 이상적인가.



이제 영화에서 반전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자극이란 건 그런 것일 게다.
처음에는 자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손 한 번 잡아보는 것에서 큰 만족을 느끼다가도
시간이 흐르고 그것이 일상이 되어 무뎌지면 더 이상 큰 의미가 될 수 없는 법칙과도 같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상황의 돌변이 예찬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감독도, 관객도, 평론가도 모두가 보통의 돌변에는 무뎌져서
반전에 반전, 또 그에 대한 반전 등 쌩쇼를 해대고 있는 게 이 시대의 영화다.

그리하여 나도 반전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내가 지금과 같이,
이상적인지 이상적이지 않은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상적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상적이든 이상적이지 않든, 이 고민 자체는 결코 실리적이 될 수 없을 것도 같다.

곧 나의 기본적인 행위 모두가 이상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마치 메멘토처럼, 식스센스처럼, 또는 대개의 요즘 영화들처럼. 식상한 반전을 되풀이하는 요즘 영화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부정할 수 있다면.

내가 진실로 실리적이었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대신에
일을 하든가 공부를 하든가 아니면 잠잖고 영화를 봤어야만 했다.

자. 잠잖고 보던 와호장룡,이나 보자. --;
미치지 말자.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23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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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랴2002-04-30 20:50:23
아하하...그저 웃음밖에 안나오는이유를..너는 알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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