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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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Vote: 1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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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잘못 봤어. --;
나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또 미래에도 내가 받은 은혜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단다.

물론 나는 네 말대로
다소 자신만만한 편이었고, 이기적이었으며, 누구보다 홀로서기를 갈망해.
그리하여 내가 주체가 되어 살아온 지난 7년간
나는 결코 유복하거나 안정적이지는 않았다만
그것이 내가 받은 도움에 고마워할 줄 모른다는 걸 의미해서는 안 돼.
나는 내가 성인이 되어 내 힘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이 부모님과의 관계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말하는 건 아니거든.
곧 나는 나 홀로 전장에서 고투하는 전사이기를 꿈꾸지 않아.
주위의 사람들과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돕고, 또 내가 도움 받을 수 있는 건 도움 받는,
최적화된 상태, 인간관계, 그 역할의 객체지향을 지향해.

그렇지만 네 말이 전적으로 잘못된 건 아닐지도 모르는 게
언젠가 네게 이야기 했을 지 모르겠다만
나는 중학교 2학년 정도에 독불장군이 되는 게 꿈이었단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게임을 생각해.
지금은 이렇게 사실감 없는 게임이 있을 리 없겠지만 과거에는 그런 게 실존했어.
전장에서 뛰어난 한 장수가 있다면 적을 완전히 홀로 초토화시킬 수 있었어.
나는 대체로 그런 게임을 할 때면
형식적인 군사 몇과 뛰어난 장수 한 명을 보내
그 보다 엄청나게 많은 적군을 장수 홀로 대적하여 승리해 내는 전투방식을 좋아했어.

중학교 2학년 시절에 나는
그런 장수가 되고 싶었단다.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어서 홀로 모든 걸 해결하는 그런 역할 말이야.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
오히려 한 개인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만을 모아 함께 승리해 내는 것이야 말로 사실적이야.
나이가 드니 타인 중 누구라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됐거든.
누구나 생각하고, 누구나 사고하기에
신이 아닌 이상 인간 한 개인으로서 세상과 마주 선다는 건 유치하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아직 멋은 독불장군에게서 더 느끼고 있지만 그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
또한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일당백이라는 말. 그 나머지 백은 각자 나름대로의 전문 분야가 있었을 거야.
어떤 이는 피리를 잘 불고, 어떤 이는 짚신을 잘 만드는데
결투는 오직 싸움이었어.
만약 누가 더 피리를 잘 부냐의 싸움이었다면 홀로 백 명을 상대했던 그 일은
쓰러져가는 그 백 중에 포함되었을 거라 믿어.

누군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나는 이유 없이 격렬해 지는 것도 같아.
나는 지난 7년간 대체적으로 내가 꿈꾸고, 생각했던 대로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편이란다.
게다가 그것이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도 생각해.
물론 누구나 하고 싶어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고도 생각한다만.

그리하여 내 지난 삶이 타인의 가벼운 말에 의하여 오해 받거나 가치가 훼손된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커.
물론 어쩌면 스스로 만족하려는 내 괜한 고집일 지도 모르지.
그냥 경제학 공부나 열심히 하고, 그리하여 은행이나 금융계에 취직하여 살아간다면 그것도 괜찮았을텐데 하는 생각,
초봉 높은 금융계 사원모집공고 보면서 나 역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란다.

말이 샜다만.
어쨌든 나는 타인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는단다.
곧 나의 고마움은 새해를 맞이하여 새롭게 각오한 나의 작심삼일 결심도 아니고,
형식적인 인사도 아니야.
나는 정말로 고마워 하고 있고,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과거에 고마움을 잘 표현 못한 바 없지 않겠다만
대체적으로 상황이 괜찮았다면 고마움을 표현했었다고 회상한단다.

그리고 돈은 네가 많이 벌어서 내게 투자해 주렴.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물욕 보다는 명예욕이 훨씬 커서
낙선할 걸 알면서도 전재산을 내놓고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하고 싶은 사람이니 말이야.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40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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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8/23/2021 11:4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