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전소 (2008-02-11)

작성자  
   achor ( Hit: 1715 Vote: 4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어젯밤 뉴스 말미에 속보로 숭례문에 화재가 났다는 걸 보았는데
연기만 나던 상태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나 회에 소주 한 잔 하고 들어온 새벽, TV를 트니
숭례문은 엄청난 화염에 휩쌓여 있었다.

나는 교실에서 김일성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와
또 일하던 중 9.11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내게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전율을 느낀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미 9시 뉴스를 통해 화재를 알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했다.

속보를 보고 있던 중
숭례문은 완전히 전소되어 무너지고 말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의아하게도 나는 역사의 한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화재로 소실된 목조건물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고,
나는 그 순간 그런 역사적 시간 속에 서 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그냥 그런 문화재가 아니라 내셔널트레져의 첫 번째였던 것.
물론 단순히 관리상 붙인 순번이겠다만.

후세의 언젠가 학생들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국사시간을 통해 숭례문은 2008년 완전히 전소되어 새로 건축되었다고 배울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고, 내가 그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노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의 개인적인 행운 같게만 느껴졌다.

국가적 불행이 개인적 행운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군. -__-;

방화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던데
만약 방화라면 그 방화범을 어찌 해야할까도 걱정이다.

방화가 5대 강력범죄이긴 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국가적 문화재 중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면 당연히 전자다.
곧 방화범을 죽여버린다는 것도 좀 심하다 싶긴 하다.

그렇다고 혹시라도 사회를 비관하여 술 마시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국가적 손실에 대해
서장대 방화범처럼 1년 6개월 정도 선고한다는 것도 어이 없긴 마찬가지.

신문 등에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훼손으로 무기징역까지 가능할 거라고 나오고도 있던데
아무튼 방화범 개인에게도, 국가 전체에도 매우 애석한 결론뿐이다.
특히나 혹 방화범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라면 책임 없는 결과만이 남을 뿐이겠다.

완벽한 보호란 있을 수 없겠지만
역시, 그럼에도 국가에서 소중한 문화재에 대한 보호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우선이긴 하겠다.

- achor


본문 내용은 6,09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1072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1072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 사건: 악법도 법인가 (2009-01-24 00:18:58)- 사건: 인터넷대란 (2003-01-27 07:40:50)



     
Total Article: 1957, Total Page: 272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2
3 4 5 6 7 8 9
10 11

숭례문 전소
12 13 14
Google Adsense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막차 노무현 vs OB..
과두정 대한민국
27 28 29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Tags

Tag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