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도시가스 (2010-07-25)

작성자  
   achor ( Hit: 2311 Vote: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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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8년 전 즈음에는
그해 봄부터 연체된 26,720원 때문에 가스를 쓸 수 없었으면서도
도시가스 정도는 끊겨줘야 도시에서의 삶다운 거라고, 생각해 버릴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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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0년대에 살았던 삶 대신에
2000년대에 걸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게다.
이것이 다름 아닌 도시에서의 사랑이고, 도시에서의 삶이란 말이다.
이름만 봐도 그냥 가스가 아니고 도시가스가 아니던가. --;

더럽지는 않지만 정돈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밝고 화려한 반면 어둡고 쓸쓸함이 있어야 하며,
또한 중독성이 강한 무언가에 빠져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게임이든, 마약이든, 정신병이든, 도시가스든.

그러나 김광식이 대본을 쓰고, 황인뢰가 연출을 한 도시에서의 사랑(로맹가리의 벽 모티브).
그것은 1998년 1월의 작품이 아니던가.

어쩌면 나야말로 1990년대의 도시에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세기말도 없고, 홍콩 반환도 없는.

다만 지금 내 나이 26. 지금은 1990년대의 도시인처럼 살아도 좋다.
오직 지금뿐이다. 이후 다시는 없을.
이것이 내가 꿈꾸던 20대의 삶이었다.


한 마디로 멋진 삶이었노라고 회상한다.

그 시절의 나는,
8년 후의 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무한히 반복될 것만 같았었다, 학창시절의 등하교 길은.
한 번의 삶을 식상한 일상의 반복 속에서 소비하고 싶지 않았었다.

도시가스도 연체돼 있지 않고, 먹고는 살만한 현재이지만
소년기의 결막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여유로웠던 20대는,
역시 가장 멋있는 시절이었다.

- achor


본문 내용은 5,23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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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2014-10-20 12:43:42
역시 가장 멋있는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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