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0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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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33 Vote: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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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는 표현은 이런 경우에 제격일 것이라.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이번 학기 A+ 학점을 받아내고 말았다.
사실이다.
물론 나조차도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무언가 잘못 된 건 아닌가 의혹을 하기도 하였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나는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A+를 이번 학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받아내고 말았다.

한국경제사 과목은 내가 이번 학기 유일하게 시험을 치룬 과목이었다.
다른 과목은 중간고사든, 기말고사든 단 한 번도 치루지 않았음에도
이 과목만큼은 챙겨주는 친구 덕택에 중간, 기말 모든 시험을 보긴 하였다.
길수 녀석은 시험 때면 항상 학교에 오라고 내게 연락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좋은 학점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독특한 개성이 넘치던 교수님께서는 4번 이상 결석하면 학점을 주지 않겠다고 학기 초부터 공언해 오셨고,
나는 처음 몇 번은 수업에 참석하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여느 수업처럼 수업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망각하게 되었다.

물론 중간, 기말고사 시험은 내가 생각하기에 만족스러운 답을 적어 냈었다.
오픈북 시험이었기에 길수는 항상 자신의 노트 필기를 시험 당일 아침 복사해 주었고,
나는 길수의 알아보기 힘든 악필 속에서도 꿋꿋이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경제사 이야기를 그 시험시간만큼은 체계적으로 정리하려 노력했었다.

나는 대단치도 않은 글쓰기 능력이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짜내어 과거 한국의 경제적인 동향과 경제계층의 이야기를 분석적으로 풀어놓았고,
그렇게 내가 핵심으로 잡은 한국 경제의 5가지 키워드가 운 좋게도 적중했나 보다.
어쨌든 나는 내 생애 최초의 A+ 학점을 이렇게 받아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번 학기, 나는 학사경고의 위험 속에서 아슬아슬한 빙판길을 걷고는 있는데
월요일에는 교수님을 찾아가 로비를 좀 해서 어떻게든 풀어낼 예정이고,
한 가지 더욱 만족스러운 것은
비록 8학기만에 졸업하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지만
1전공 경제학, 2전공 신문방송학, 3전공 정보통신공학.
세 가지 전공을 가지고 9학기만에 졸업하는 건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왕 한 학기 더 다니는 거 전공의 양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축한다.
내 생애 최초의 A+를.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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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thers2003-01-05 22:12:41
그러나, 과연 누가 믿어준단 말인가? --;;
아..나의 이번학기 평점은 교양에서 뒤통수 맞았다.
전공 성적이 좀 괜찮으면 뭐하냐고..교양이 꽝인걸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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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무소유 (2001-11-21 13: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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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