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 (2003-06-18)

작성자  
   achor ( Hit: 1477 Vote: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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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얼마만이던가.
적어도 2년은 된 것 같다.
그 시절에는 그토록 친했던 선영을 만났다.



2.
여자친구조차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던 나였음에도
선영은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내 핸드폰 속에서 2,3번을 차지하고 있는 의형제 성훈과 용민 다음으로
그녀가 존재할 정도로 그녀는 내게 특별했다.



3.
선영은 틀림 없이 우정이란 이름 속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남자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누구보다 분명히 여성이란 인식으로 내게 자리잡고 있었다.

좀 어렸던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남자와 여자 사이, 이성간의 우정.
그녀는 그것을 내게 가능케 해줬던 여성이었다.



4.
그 시절에 나는 좀 희생을 하고 싶었었다.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비트를 보며 남자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기를 바랬었고,
김희선, 류시원 주연의 프로포즈를 보며 여자 친구를 위해 뒤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고, 언제라도 따스히 감싸줄 수 있기를 바랬었다.

선영은 얼굴도 예쁜데다가 성격도 좋고 생각도 깊어
나로서는 꿈꾸던 우정의 상대자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회상한다.



5.
선영은 지난 시간 동안 내게 연락하지 못했음을 많이 미안해 했다.
그 미안함은 내게 다시 전화거는 것을 주저하게 할 만큼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일방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를 우정의 파트너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 시절 나는 맹목적으로 그녀에게 친근함을 나타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런 내 감정이 부담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시간이 흐른 후에는 연락하는 데에 부담감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6.
우리는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옛 추억도 많이 이야기 했고, 요즘의 근황을 나누며 서로 격려도 했다.
정말로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따스함이 있던 자리였다.



7.
그 시절에는 남녀 사이의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 같고,
또 직접 실행해 보고자 노력도 해봤었나 보다.

아마도 지금 남녀간의 우정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탓은 내가 실패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이성간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역시.
젊다는 것은 마냥 좋은 것인가 보다.
이런 실패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젊음이 가고 있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할 만큼 슬픈 일인 듯 하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3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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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님2003-06-22 03:45:38
걱정말아요. 젊음은 시간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럼 나는 너무 슬프잖아.
무엇인가에 대한 열정이 있고, 항상 자기를 돌아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는 한 젊음은 함께 할 것입니다.

요즘 아버님을 보면서 내가 과연 아버님보다 젊은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생각의 유연성,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 일에 대한 추진력, 긍정적인 사고 방식, 그런 것들로
젊음은 나이와 함께 자라날 수 도 있는 것 같아요.

 형님2003-06-22 03:58:23
이번 여름은 지난 번보다 더 젊을 질 수 있는 여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제 다시 졸업논문을 쓰야겠네요. 도서관 40분 후면 문 닫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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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