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2003-07-17)

작성자  
   achor ( Hit: 1546 Vote: 11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1.
새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면
흡사 어느 유배지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기본적으로는 역시.
아직 새로운 공간이 덜 익숙하기 때문이리라.



2.
새 사무실은 꽤 넓다.
지난 사무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다홍빛 백열등이 몇 개 줄지어 달려 있는 복도를 지나면 흔들의자가 있다.
나는 많은 시간을 그 흔들의자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며 창 밖을 내다보곤 한다.

창 밖으론 300년도 넘었다는 커다란 나무가 보인다.
시인지 구인지에서는 그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였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310년 되었다고 쓰여있는 그 나무의 표지판은 겉 보기에도 몇 년은 되어 보이기에
어쩌면 310년보다 더 되었거나 아니면 덜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코 먹을 수 없는 쓰레기로만 꽉 차 있던 냉장고는
이제 먹을 것으로 넘쳐난다.
우유도 있고, 음료수도 꽉 차 있고, 케익이나 피자, 심지어 술도 좀 들어 있다.
원두커피 메이커도 여전하고, 토스트기도 생겼다.
물론 식빵과 쨈, 요쿠르트 등도 없을 리 없고.

청소기도 생겨서 사무실은 꽤나 깨끗한 편이다.
식사는 매끼 시켜 먹다 보니 설겆이가 쌓여있지도 않다.

팩스도 생겼고, 각종 사무용품들도 완비되어 있다.

여하튼 이곳은 과도하지 않을 정도로 풍족한 편이다.
특히 배고픈 삶에 익숙한 내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다.



3.
홀로 있기엔 좀 넓은 공간,
외출하지 않고 안에만 앉아,
창문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흡사 어느 유배지에 갇혀 있는 느낌을 준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0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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