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끄적끄적 52 9811 (1998-12-04)

작성자  
   achor ( Hit: 725 Vote: 1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끄적끄적

『칼사사 게시판』 30834번
 제  목:(아처) 끄적끄적 52 9811                       
 올린이:achor   (권아처  )    98/12/04 06:27    읽음: 3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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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각

알다시피 난 성실한 사람은 못 된다.
계획을 잘 지키지도 못할 뿐더러 결정적으로 게으르다. --;

일을 하기 시작한 지 2달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까지 내가 지각을 하지 않은 날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아볼 정도이다.

모두들 나를 포기했다.
"넌 도무지 지각을 떠나서 살 수 없을 것 같아!"

어제는 그 결정판으로,
무진장 지각을 해버렸다. --+

거하게 자고 난 후 한참동안을 뒹굴거리다가
느지막히 일을 하러 갔을 무렵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갔다고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너무 늦어버려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몸이 아팠다'라고
거짓을 계획해버렸기에.

내 황당한 지각의 거짓 사유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왔다.
그렇지만 난 도저히 '몸이 아파 지각했어요!'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다음 주 월요일, 옥상에 올라 죽을 것을 상기하고 있었다.

만약 내 지각으로 인해 나 혼자 고통 받는다면
난 그런 유치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일에 있어서는 내가 책임지고 싶은데
'단체생활'이라는 명목은 모두들 끌여들인다.
동의하면서도 불만이 생긴다.

퇴근하여 엎드려 책을 보다 깜박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지금, 새벽 5시 30분이었다. --+
내가 사랑하는 '밤'이 허무하게 흘러버린 것이다.

지각이란 그런 것 같다.
일어나보니 내가 사랑하는 밤이 흘러버린 것처럼
도착해보니 내가 일할 시간이 흘러버린 것.

무엇이든 제 때 하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도, 좋아하지 않는 일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지각을 하지 않을 강한 의지는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이지 내게 고통이다. !_!
예전 취침시간에 일어나야하다니... 비극, 고통, 애도, 묵념, 근조...





 제  목:(아처/] 이제는 겨울                                         
 올린이:achor   (권순우  )    98/11/13 00:04    읽음: 2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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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렀어. 이제는 겨울...

"당신은 이제서야 당신의 바른 생활을 되찾은 것이랍니다."

뭐라고? 되찾았은 거라고?

어떤 이는 아무 의미가 없었던 학교로 되돌아 갔고,
어떤 이는 방황의 끝에 선 사랑을 되찾아 갔고,
어떤 이는 모든 걸 정리한 채 가야할 길을 갔다고 말들 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지...
과연 뭐가 올바른 길인데?

마음껏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한 게 죄였다면,
몽롱한 정신으로 사랑을 한 게 실수라면,
아무런 계획없이 느끼는 대로 행동한 게 과오라면...

어쩌면 우리는 잘못 가고 있는 것일 지도 몰라.
이탈하였던 길을 겨우겨우 되돌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어쩌면 더 많은 후회를 쌓고 있는 것일 지도 몰라.

아무도 절대 진리를 정의내릴 순 없어.
도대체 뭐가 바른 생활인데!

그러나 모든 건 공허한 외침일 뿐인 걸...
이미 난 용기를 잃었고, 자신감을 잃었어.

변하지 않았던 시절엔 변하기 싫었는데
변하고 나서는 변하고 싶으니 말이야.

그러나...
시간은 흘렀어. 이제는 겨울...



                                                            98-9220340 건아처

 제  목:(아처/] 두번째 메일                                         
 올린이:achor   (권순우  )    98/11/29 16:28    읽음: 16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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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를 배격해.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

시작의 주된 테마는 가벼운 사랑의 단편들이었어.
혹은 공개되지 않은 서신교환의 공개 정도.

새로운 발상의 사랑은 참 깨끗해.
'캔디바'를 알아?
마치 그 아이스크림 같아.

하얗고, 또 파아란 느낌...
그런 느낌이 있었어.
그게 좋아.











 제  목 : (아처) 관련글
 보낸이 : achor(권순우)   98/11/29 16: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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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지,
이제 더이상 어떤 문제도 만들고 싶지 않아.
그게 내 진심이야.

하나하나 꼬집어서 따지고 드는 일은
넌덜머리가 난다구.

네게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그저 가볍게 '허허' 웃곤 마는 거야.
'허허'란 웃음 속엔 왠지 관조미가 들어있는 거 같지 않아?
난 그 웃음을 요즘 참 좋아해.

운영진 회의... 회칙...
좋아. 그런 것들이 있기에 한 모임이 유지되겠지.

그렇지만 난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졌어.
우린 어떤 조직체적인 면보다는
친구사이란 의미가 더 크잖아.

사실 내가 할 말이 그다지 많지 않은 까닭은
과거 그 누구보다도 성문화된 규칙을 신봉해왔기 때문이야.
칼사사 회칙을 보면 알겠지만
난 그 시절 규칙에 의한 통제를 좋아했었어.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난 깨달은 거야.

그런 것들이 우리들 사이에서
얼마나 형식적인지, 또 얼마나 가식적인지...

네게 다시금 융통성을 발휘해주기를 빌어.
그저 '허허'하며 가볍게 한 번 웃으며 말야.

결정은 니가 할 테니 뭐 어떻게든 되겠지만
네가 규정을 준수하고 싶다면
나 역시 지난 날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나하나 열거하는
지리멸렬한 싸움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겠지...

전적으로 네게 달려있는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볼께.

그럼.








                                                            98-9220340 건아처

 제  목:(아처/]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올린이:achor   (권순우  )    98/11/29 23:40    읽음: 13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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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다가설 수 없는 여인이 있다.

나와 맞지 않는다거나
내게 무관심한 여인이거나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님 꼭 동성동본. --;

그런 여인들을 보고 있다는 건
내게 있어서 고통이다.

흑... !_!











                                                            98-9220340 건아처

# 1998년 12월 1일 00시 40분 조회수 12

그 날 난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어쩐지 나와 맞지 않은 느낌이었다.

아쉽지만 거리를 둬야지...
아직 내겐 제약이 많으니까.



                                                            98-9220340 건아처

 제  목:(아처/] 트림                                                
 올린이:achor   (권순우  )    98/11/30 22:17    읽음: 26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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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멋져! 멋져!
陸以森! 세상을 가슴에 담으려 한다면 당연 시련이 있어야겠지.
그래야 후에 우리 추종자들에게 우리의 혁혁한 업적을
장황스레 떠들어댈 수 있잖아.

자. 우리의 구호는 뭘로 할까?
"電子空間 속의 文化革命"?
음. 이건 너무 진부해.

그렇다면,
"억압과 구속에 대한 투쟁, 그리고 투쟁"?
음. 이건 너무 혁명적, 공격적이고.

아. 좋은 게 없군.
그냥 그러자. 우리답게.
"무진장 널널해서 껄떡대어봤어!"

이 글을 쓰면서 참 난감한 기분이 들어.
혹시라도 내가 너무 장구히 글을 쓰어
00:00를 넘기면 어떻하지?

삭막한 나우누리는 0.1초라도 넘기면
12/01로 표현해 버릴 게 분명하잖아.

그렇다면 또다시 겁먹은 토끼는 사냥개에 쫓기게 되고 말텐데...

우리의 멋진 짱께서 알아서 해주겠지 뭐.
헉. 그러고 보니 내가 짱이었군.

음. 이렇게 무책임해서야... 원...
그러니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갈 리 있겠어!

어쨌든 부디 11/30 23:59로 마무리 되길 기원해.

아무래도 모든 원인은
음. 물이 너무 좋기 때문이야.

같잖지 않은 것들이 미인을 안고 있다면
사실 나도 화가 나거든.
물이 너무 좋은 것도 화를 부르는 거라구.

난 항상 담배를 살 때
아주 급한 일이 있는 양 서두르며 주문하거나
아주 화가 난 듯이 주문을 하곤 해.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내게 꼭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든.

내 뽀송뽀송한 피부 역시
안 좋을 때가 있는 거야. 허허.
마치 물이 너무 좋은 것도 화를 부르듯이 말야.

어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군.
생각해보면 다른 곳도 물이 좋잖아.
음. 미인에 대한 기준이 낮은 사람에겐 물이 안 좋은 곳이 없군. --;

좋은 게 좋은 거니 뭐 좋게 가자구. 허허.
크게 한 번 웃으며 한 잔 나누면 그만일 것을 뭐...

그치? 모든 걸 정해진 틀 속에 넣으려고만 한다면
헉. 세상이 갑갑해서 미치고 말 거라구.

자. 그럼 우리의 역사를 위하여 다같이 트림을!
꺼어어어~~~~~~~~~~~~~~~~~~~~~~~~~~~억~~~~~~! --;
                                                            98-9220340 건아처
     2. 

출근길에 어떤 여학생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고등학생쯤 되어보였는데,
한 손에 암기할 것을 갖고 버스에 탄 걸로 봐서는
시험으로 바뻤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교복 치마 속에 츄리링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 기괴해보였다.
'저게 요즘 고삐리들의 새로운 유행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로 내 사고는 전위된다.
그녀는 아무래도 범생이일 게다.
버스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으니 말이다.
그녀는 아마도 커서 전문직 여성이 될 것 같다.
일할 때는 일, 사랑할 때는 사랑
모든 구분이 확실한 그런 여성, 여피.

그녀의 멋은 외적인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녀는 '일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란 어느 CF의 구절을
내게 실감시켜 줄 게다.

그리고 결혼은 늦게 할 테고,
비록 얼굴은 그다지 호감이 가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많은 남자를 알면서 살아갈테고,
음... 이밖엔 없군.

치마 속에 츄리링을 입은 여학생.
이상하게도 내 눈에 그녀는 미래의 여피로 보였다.












     3.

음. 벌써 6시 반이 되었군.
오늘은 충분히 잔 데다가 일찍 일어났으니
근무이탈이나 지각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겠군.

자. 또 시작이다!
잠과 꿈과 무의식이 섞여 있는 영역에서
그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으로의 도약!

소라를 구하러 가자!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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