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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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828 Vote: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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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

매일 같이 1면급 기사를 내뿜어 주고 있는 이번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논쟁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꽤나 흥미롭다.
몇 자 적어보자.


1. 김영희 PD

가장 큰 잘못은 누가 뭐래도 김영희 PD다.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로서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나가려던 선량한 의도였고,
또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려 상황에 맞게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실제적으로 그리려던 그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그럼에도 사안이 잘못 되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서바이벌이고, 그 결과에 대한 원칙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순간적으로 변경해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유某 정치인의 말처럼,
국가안보나 경제적 발전, 자유의 가치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기회균등과 정의, 원칙 등으로 최근 사회 국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옮겨졌음을 간과했던 결과다.

경험과 연륜이 많은 老 PD가 이러한 키워드를 놓쳤다는 건 안타깝지만 틀림 없는 과오다.


2. 이소라

그녀의 억울한 측면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촬영 아닌 상황이란 판단에서 이야기 했던 것이 실제 방송이 되었고,
굳이 방송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을 WoW 등의 사생활까지도 노출되어
마치 아마추어적이고, 땡깡이나 부리는 WoW 폐인이 되어 버린 상황은 어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그러나 그녀의 인성이 드러난 것은 확실하다.
그녀보다 더 더럽고, 지저분한 인성을 갖고 있지만 방송되지 않아 사람들이 모르는 연예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성의 정도를 순위 매겨 이소라 너보다 더 인성이 나쁜 연예인은 100명이 있으니 너는 괜찮다,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소라의 인성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일 뿐이니 너무 억울해 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그녀 인성이 좋았다면 이럴 일도 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정말 김건모를 좋아해서 그랬든, 혹은 혹자들의 말처럼 쇼를 했든 그건 상관 없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원칙과 그에 따른 결과에 어린 아이 같은 불응을 했다는 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배 가수여서 탈락이 안 되고, 별로 친하지 않은 후배 가수여서 탈락이 용인 되어서는 당연히 안 되는 것이고,
자신의 감정이 격해졌다고 해서 모두가 지키고 있는 원칙을 깨버리며 나 안 해, 따위의 언행을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도 타당치 못하다.

모두가 참여하는, 방송의 일부인 중간점검를 빠지는 것도 사실 일종의 특혜인 셈이라서 잘못 됐다고는 보지만
진정한 예술혼을 지닌 가수라서 어쩔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그 정도는 그려려니 하며 눈 감아 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김영희 PD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서바이벌이 핵심인 프로그램에서 결과에 불응하는 것, 자신만의 감정으로 프로그램 전체를 왜곡시키려는 것은 죄악이다.

그녀가 WoW 폐인이든 말든 그런 건 상관 없지만
결과를 너무나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녀는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맞지 않다, 스스로 빠지는 것이 현재의 최선이다.


3. 김제동

아마도 윤도현이 예상 밖의 1등을 한 덕에 매니저이자 실제 친분도 두려운 김제동까지 신이 났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승자로서 패자에 대한 아량이라고나 할까.
실제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그가
예상치 못한 승자가 되어 원칙을 깨버릴 만큼 마음이 약해졌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이유야 어쨌든 그가 생각이 짧았고,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너무도 진지하게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한 건 오늘의 기사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 대표 Twitter를 통해 몸을 떨며 울었다는 소식이 나오던데,
이것이야 말로 최악이다.

적어도 김제동이라면
김영희 PD나 김건모도 있고 하니 나서서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뒤에 숨어 언론플레이 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나서서 내가 생각이 짧았다, 잘못 했다, 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 싶은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모두가 똑똑해 진 한국 사회에서는
그 정도의 언론플레이에 감명하거나 마음 약해지는 사람 찾기 힘들다는 걸 정말 몰랐던 걸까.


4. 김건모

김건모의 책임도 크다. 순위도 따지자면 2위.

자, 첫 번째 탈락자다, 게다가 최연장자다.
당연히 후배 가수들이야 아쉬워 하며 잡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한국 사회에 타당하다.
오히려 그러지 않고 야박하게 굴었다면 역풍을 맞았을 지도 모른다.

그것 그냥 예의였던 게다.
인사치레든 예의든 그 후배들의 따뜻한 마음은 고맙게 받고,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쿨하게 떠났어야 했다.
예상치 않게 그걸 덥석 받아 무니 모두가 난처해진 게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많아지고, 존대를 받게 되면
그만큼 해야만 하는 것들도 늘어나는 법이다.
이사님 왜 벌써 가세요, 이사님 가시면 재미 없어져요, 아무리 직원들이 잡아도 적당한 시간에 슬쩍 빠져주는 게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 김건모는 몰랐던 겐가.

방법 없다.
돌고 있는 스포일러처럼 다음 방송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생각이 짧았다며 인사하고 빠지는 게 최선이다.


5. MBC

오늘 김영희 PD를 전격 사퇴시켰더라.
내부 토론이 길었다고 하던데 해도 욕 먹고, 하지 않아도 욕 먹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반대 의견도 많지만 적절했다고 본다.

당연하게도 사건이 발생했으면 그 책임을 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건의 경우 책임을 지는 방법이 두 가지였을 것인데
先 프로그램 정상화, 後 교체와 先 교체, 後 프로그램 정상화의 양자택일 문제라면
이토록 크게 확대 된 사건의 관심도로 봤을 때 후자가 더 나은 결론으로 보인다.

원칙을 훼손하면 누구라도 처벌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 MBC의 최선이었다는 데에 동감한다.


6. 조영남, 신해철 등

각기 특색을 가진 프로 기성 가수에 서열을 어떻게 매기는가,
음악에 점수 매기는 것은 천박한 발상이다,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등의 견해를 가진 자들이여,

나가수에 출연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레전드급 가수들은 다름 아닌 대중가수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음반 한 장 낸 적 없지만 神적인 측정을 통해 세계에서 실제로 가장 노래 잘한다 하여도,
YouTube에 노래 부르는 동영상 올려 천 억 개의 좋아요,를 받는다 하여도
대중가수가 아니기에 대중으로부터 점수 매겨질 일도 없고, 또 평가가 된다 해도 별 의미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가수에 출연하는 이들은
대중들의 성원과 호응에 기반을 둔, 이른바 대중가수이고, 대중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그 평가는 대중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모여 결정되고,
현실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며 경쟁하고 있듯 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경쟁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자. 뭐가 문제인가.
장르가 다른 다양한 대중가수들을 모아 공평하게 분배된 표본 대중으로부터 공정하게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순응하는 것,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장르별 노출 회수의 차별성을 두지 않았거나 구매력이나 몰입도를 고려치 않고 연령, 성별에 따라 완전히 균등하게 배치한 표본 대중의 비현실성이 문제인가?

최고의 가수가 모여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하는 것,
대중으로부터 나온 그 결과에 순응하는 것,
오히려 숨막힐 정도로 멋지고, 아름답지 않은가.


자극적이고 트랜드적이긴 하지만
또한 동시에 혼심의 힘을 다한 노래에서 나오는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몇몇의 짧은 생각 때문에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 achor


본문 내용은 4,99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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